[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가운데 백악관이 11일(현지 시각) 언론사 표기 준칙에 따라 계속 멕시코만으로 보도해 온 AP통신 기자의 대통령 집무실 출입을 막아 논란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 언론사 기자는 이날 오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하려 했으나 출입을 저지당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2월 9일을 '아메리카만의 날'로 지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한 뒤 기자들에게 발언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는데, AP통신 기자는 현장에 함께 할 수 없었다.
AP는 백악관으로부터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명칭을 바꾸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맞게 보도 준칙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AP는 오벌 오피스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할 수 없을 것"이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AP는 변경된 아메리카만과 기존 명칭인 멕시코만을 함께 표기하고 있다. 멕시코만이 400년 이상 사용돼 온 명칭이고, 미국 외 다른 국가와 국제기구는 미국에서 변경된 명칭을 채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만으로 명명한 멕시코만은 미국 남부와 멕시코 사이에 있는 해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그곳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다"라는 이유로 지역명 변경을 지시했는데, 당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멕시코만은 여전히 멕시코만이다. 세계의 다른 국가들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한편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알래스카주 디날리산을 매킨리산으로 지역명을 바꾸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서는 해당 산이 전적으로 미국에 속해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름을 바꿀 권한이 있다고 판단해 매킨리산으로 표기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세계 3대 통신사이자 미국 최대 통신사다. 백악관의 이번 조치를 두고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줄리 페이스 AP 편집상무는 "트럼프 행정부가 AP의 독립적인 저널리즘을 처벌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는 대중의 독립적인 뉴스 접근을 심각하게 방해할 뿐만 아니라 명백히 수정 헌법 제1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진 대니얼스 백악관 출입기자협회(WHCA) 회장도 AP에 내려진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