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민석 법무법인 YK 변호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사법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정치권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두고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으며, 시민사회도 양극화된 반응을 보이며 갈라졌다. 일부는 헌재를 비난하며 거리로 나섰고, 일부는 헌재를 옹호하며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법원 앞에는 찬반 집회가 열리고 이로 인해 국민은 혼란스러워한다. 법이 정치적 싸움의 도구로 전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선거 때마다 사법부의 판결이 정치적 해석을 동반했고, 주요한 사회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법원의 결정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법부는 독립적인 기관이어야 하지만, 현실에서 법은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 있으며 그 논쟁은 점점 격렬해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다시금 사법의 민주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간의 긴장 관계를 돌아봐야 한다. 민주주의가 강조될 때 법치주의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으며, 법치주의가 엄격하게 유지되면 민주주의의 생명력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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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석 YK변호사. |
민주주의는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제도지만, 대중민주주의는 여론과 감정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법이 냉정한 이성과 논리에 따라 적용되는 것이 아닌 순간적인 감정과 정치적 분위기에 따라 변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갈등은 바로 이 문제를 보여준다. 국민들은 탄핵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에 따라 법원의 판결이 공정하다고 믿을지, 불공정하다고 믿을지를 미리 결정해버린다.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법원은 이미 한쪽의 적이 된다. 법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되는 대상이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법적 판단조차 여론전의 한복판으로 던져지고 있다.
대중민주주의의 한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를 훼손한 사례가 존재했다. 히틀러의 나치는 다수의 지지를 받았고, 미국에서는 과거 다수의 지지를 받은 인종차별 법안이 존재했다. 법이 대중의 즉각적인 감정과 여론에 의해 결정된다면, 법의 안정성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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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11일 오후 12시 30분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서울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2025.02.11 calebcao@newspim.com |
법치는 민주주의보다 우선해야 하는 원칙일까? 이 또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법치주의가 강조될수록 법률 전문가들이 법을 독점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판사, 변호사, 검사와 같은 법률 전문가들은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이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법을 해석하는 것은 아니다. 법률 전문가 집단은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할 수 있다. 일반 국민들은 법을 쉽게 이해할 수 없고, 법률 전문가들만이 법의 언어를 독점하고 해석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 결과 법원은 국민과 점점 더 동떨어진 기관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사법부의 폐쇄성이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법률 엘리트들이 추천하고 임명한다. 판결문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법률 용어로 작성된다. 국민은 법적 판단을 비판하고 싶어도 법을 이해할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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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2025.02.11 photo@newspim.com |
이는 법원의 판결이 대중과 괴리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법률 전문가들은 법적 논리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고 하지만, 국민이 보기에 그것은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식처럼 보일 수 있다. "법원은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퍼지는 것이다. 이번 탄핵 사태에서 법원을 향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공격도 이러한 불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항상 긴장 관계에 있다. 민주주의가 다수결을 기반으로 한다면, 법치주의는 원칙과 절차를 강조한다. 민주주의가 변화를 원한다면, 법치주의는 안정성을 요구한다. 이 두 원칙은 때로는 조화를 이루지만, 종종 충돌한다. 다수결로 결정된 정책이 법원에 의해 뒤집힐 때 국민은 법원의 권한을 의심한다.
반대로, 법이 정치적 여론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릴 때 국민은 법이 기득권의 도구로 사용된다고 느낀다. 결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 법이 여론에 따라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위험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이 법을 독점하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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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170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등 시민단체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인권위 결정에 대해 규탄 했다. [사진=조승진 기자] |
이를 위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첫째, 사법부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법원이 정치권의 압력에 휘둘리면 법치주의는 붕괴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법원을 향한 정치적 공격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다. 둘째, 법원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판결문을 보다 쉽게 공개하고, 법원의 논리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의 카르텔이 법을 독점하는 구조를 깨야 한다. 셋째, 시민의 법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이 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법률 엘리트들의 독점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법률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고, 일반 시민이 법적 절차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법원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나 대법관의 선출 과정에 국민적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배심원제 확대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충돌을 다시금 드러냈다. 법과 민주주의, 그리고 국민이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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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국회 측 변호인단이 참석해 있다. 2025.02.11 photo@newspim.com |
현민석 변호사는 법무법인 YK 공정거래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Gould School of Law에서 LL.M. 과정을 마친 뒤, 2019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2013년부터 2024년까지 법무법인(유) 광장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며 폭넓은 전문성을 쌓았다. 2024년 대한변호사협회 제28회 우수변호사로 선정되는 등 역량을 인정받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