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산업기술보호법' 등 혐의 구속기소
檢 "피고인 중국에 생활 근거...증거 인멸 우려"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삼성전자가 4조원을 투입해 개발한 D램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 삼성전자 임원이 "볼펜 하나와 종이 몇 장으로는 방어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며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13일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 반도체회사 대표 최모 씨에 대한 보석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최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어떤 방법으로 삼성전자의 기밀을 입수했는지 전혀 적시돼 있지 않다"며 "피고인은 2018년 8월 마이크론 컨설팅으로 확보한 20나노 D램 자료가 이미 있었다. 굳이 삼성전자의 D램 기술 자료 유출을 지시할 까닭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삼성전자 기술을 도용해도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이며 민형사상 책임도 막대하다"며 "이런 점을 잘 아는 피고인이 이런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다툼에는 반도체 전문 지식을 요하며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자료만 1400페이지이고 대부분 최근에 열람이 허용됐다"며 "또한 피고인이 보유한 반박 자료도 상당하다. 신속한 공판 진행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보석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또한 "피고인은 1958년생으로 고혈압·만성 B형 간염·지방간 소견이 있고 고혈압·고지혈증 약제를 복용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측면을 봐도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신문 과정에서 여러 차례 법원에 의해 배척된 내용"이라며 "증거 인멸 우려가 현저하다. 특히 피고인은 중국에 생활 근거를 마련한 상황이라 재판 절차 담보를 위해 반드시 (보석 요청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인터넷에서 논문이나 기사, 웹사이트에 공유된 자료만 제출할 수 있기 때문에 PC가 절실하다"며 "구치소에 있는 볼펜 하나와 종이 몇 장 갖고 방어권 행사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최씨는 삼성전자가 개발비 4조원을 투입한 국가핵심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삼성전자 핵심 연구인력으로 근무한 바 있으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에서 약 30년을 근무한 국내 반도체 제조분야 최고 전문가로 알려졌다.
최씨는 삼성전자의 기술을 사용해 D램 반도체 공정기술을 1년6개월 만에 개발했는데, 이 기술 개발은 통상 글로벌 반도체회사들도 4~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최씨 등은 중국에서 두 번째로 D램 시범 웨이퍼 생산에 성공했다.
검찰은 최씨 등이 삼성전자의 기술을 빼돌려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