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럽 회원국들이 내년 6월 연례 정상회의에서 각국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NP) 대비 3%선으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안보 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제2기 집권을 대비해 유럽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나토는 지난 2014년 "2014년까지 모든 회원국이 국방비를 GDP 대비 2%까지 끌어올리자"고 합의했다. 당시 이 기준을 충족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 그리스 등 3개국에 불과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신화사=뉴스핌 특약] |
트럼프 당선인은 제1기 집권 때부터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유럽 회원국들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방비를 늘리라고 압박했다.
미국의 경우 GDP의 약 3.4% 정도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예비 협상에 참여한 4명에 따르면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액 목표를 2%에서 급격히 올리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독일 당국자는 "3%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한다면 미국과 트럼프 당선인에게 좋은 신호가 될 것"이라며 "다음 나토 정상회의가 이 같은 논의를 위한 완벽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일부 국가들의 반발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는 32개 회원국 중 23개국이 올해 말까지 기존 2%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4년 처음 합의했을 때 3개국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지만 여전히 이탈리아와 스페인, 벨기에, 포르투갈 등 7개 유럽 회원국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3~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교장관회의 때 비공개 회담에 참석한 3명은 "단기적으로 GDP 대비 2.5%로 늘리고 오는 2030년까지 3%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새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기존 목표보다 훨씬 더 높은 목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마음속에 숫자를 생각해 놓고 있지만 지금은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목표로 하는 역량을 생각할 때 여전히 현격한 격차가 있다. 2%로는 거기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는 것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대부분의 유럽 회원국들에게 커다란 도전이 될 전망이다.
국방과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 중 하나인 영국의 경우 올해 국방비로 600억 파운드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GDP의 2.3% 수준이다. 영국 정부는 이를 2.5%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GDP의 1.49%를 쓰고 있는데, 오는 2028년까지 2%까지 끌어올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언제까지 기한이 될지 모르겠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유럽이 더 많은 국방비를 쓰라고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며 "(그를 만족시키려면) 현재 목표 2%로는 안되고, 2.5% 아니면 3%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