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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산안법서 도급인 판단은 '실질 지배·관리 권한' 살펴야"

기사입력 : 2024년12월09일 06:00

최종수정 : 2024년12월09일 06:00

인천항만공사 하청업체 근로자 추락사
최준욱 전 사장 1심서 징역 1년 6개월→2심서 무죄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과 근로자 추락사 인과관계 인정"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산업안전보건법에서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을 판단할 때 당사자가 '산업재해 유해·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준욱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과 인천항만공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인천항만공사는 2005년 7월부터 인천항 갑문 시설에 유지보수 공사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해 관련 업무를 담당해 왔고, 다른 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해 인천항에 있는 8개의 갑문을 매년 2개씩 정기적으로 보수했다.

하청업체 근로자인 A씨는 2020년 6월 3일 오전 갑문 상부에서 윈치를 이용해 18m 아래 갑문 하부 바닥으로 H빔, 유압잭, 공구 등을 내리는 작업을 진행하던 중, 인근에 있던 윈치 프레임이 전도되면서 갑문 아래로 추락하자 그에 연결된 가이드 줄을 잡고 있던 A씨도 갑문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이에 검찰은 최 전 사장이 안전·보건관리 총괄책임자임에도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인천항만공사나 최 전 사장이 정기 감독 관련 중대 재해 발생 사업장에서 즉시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최 전 사장에게는 A씨 사망에 대한 고의도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최 전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 인천항만공사에는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전 사장이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음에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등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사업장에서 작업이 이뤄져 A씨의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인천항만공사와 최 전 사장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의 내용, 공사 규모, 공사 현장의 면적과 특수성, 해당 사업장에서 이뤄지는 작업의 성격 등 위반 사실에 대해 도급업체를 상대로 시정명령이 이뤄졌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인천항만공사나 최 전 사장이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인천항만공사는 사업장에서 진행된 갑문 정기보수 공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 요소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갑문 정기보수 공사에 관한 높은 전문성을 지닌 도급 사업주로서 수급인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렇다면 인천항만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 시공자격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갑문 정기보수 공사의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는 자로서 단순한 건설공사 발주자를 넘어 수급 사업주와 동일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중첩적으로 부담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최 전 사장은 안전·보건 기준 규칙이 정한 중량물 취급 시의 사고 위험이나 근로자의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등을 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험 방지에 필요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 현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내버려뒀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러한 최 전 사장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과 A씨의 추락,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며, 최 전 사장이 A씨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약 1주일이 지난 뒤에도 사고 현장에서 사업주가 근로자의 재해 및 건강 장해 예방을 위해 취해야 할 안전·보건조치를 다 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따라서 최 전 사장 등에 대해 공소사실 전부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 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분,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 및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hyun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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