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롯데건설 등 지방 청약시장서 고전
경기둔화, 집값 하락 등으로 매수세 감소
고분양가 논란도 흥행에 부담...미분양 확산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부동산 시장에 관망세가 늘어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들도 지방 분양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정부의 대출규제로 집 구매 자금 마련이 만만치 않은 데다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권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도 늘어 미분양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 대우건설·롯데건설 등 지방 청약시장서 잇단 미달 사태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수도권에서 아파트 공급에 나선 대형 건설사들이 수요층 유인에 실패하며 잇따른 청약미달 사태를 맞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선호도, 건축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지방에서 중견 건설사 대비 양호한 분양 성과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옥죄기 위해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주택 매수세가 급감했고, 브랜드 아파트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우건설이 지난달 27일 청약접수를 마감한 대구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는 984가구(특별공급 제외)를 모집한 일반분양에 신청자가 52명에 그쳤다. 평균 경쟁률이 0.05대 1에 불과해 미분양 탈출에 장기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구는 전국에서 경기도에 이어 미분양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도 수요자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대형 건설사 브랜드단지도 지방 청약시장에서 고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구광역시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핌DB] |
고분양가 역시 '청약 부진'을 불러온 이유로 꼽힌다. 인근에 신축 아파트가 없어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지만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 국민평형(전용 84㎡)의 분양가는 최고 6억3000만원으로 주변 아파트값 대비 2억~3억원 높다. 지난 2010년 입주한 달서구 상인동 '상인푸르지오'(689가구)는 비슷한 면적이 3억4000만원 안팎에 실거래되고 있다. 같은 해 입주한 '상인화성파크드림'(2420가구)는 지난달 4억3800만원에 손바뀜됐다.
앞서 롯데건설이 울산 중구 학산동에서 공급한 '번영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는 620가구 모집에 295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0.47대 1로 부진했다. 주변 생활 인프라가 양호하고 단지 인근에 트램 2호선 복산성당(예정)역 신설로 개발 호재도 있었지만 청약 흥행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단지 또한 분양가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평 분양가가 주변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번영로센트리지'(2625가구)와 비슷한 7억40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입지 선호도가 떨어지고 주변 평균 아파트값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2억원 이상 비싸다.
지난 10월 SK에코플랜트가 분양한 부산 연제구 '센텀파크 SK VIEW', 한화건설이 공급한 충남 충주시 '한화포레나 충주호암' 등도 청약 접수에서 일부 주택형이 미달 사태를 빚었다.
◆ 지방 분양권 '마피' 증가...미분양 공포 장기화
전국적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미분양 확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에서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아파트는 지난 7월 9518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3개월 연속 거래량이 감소했다. 매수세가 줄면서 서울 아파트 매물도 9만건을 돌파하며 2021년 11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늘었다.
주택시장 침제로 ''마피' 매물이 늘어난 것도 부담이다.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이 처분하는 것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매수세가 급감할 때 통상적으로 동반되는 현상이다. 분양권·입주권을 매도하려는 집주인이 늘면서 지방뿐 아니라 강북 '한화포레나미아', 광명시 '트리우스 광명' 등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분양가 대비 수천만원 낮은 '마피' 매물이 확산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대출규제 이후 주택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가라앉아 지방에서는 브랜드 아파트도 '조기 완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고금리에 미분양으로 원가율이 늘어나면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