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지난달 28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3인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과 형제 측 그 어느 쪽도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올 초 OCI그룹과의 통합 추진으로 촉발된 한미 경영권 분쟁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그룹사와 지주사는 분열됐고, 가족 간 고소·고발이 난무하며 갈등의 수위가 높아졌다.
중기벤처부 김신영 기자 |
모녀와 형제 측으로 갈라진 오너 일가는 갈등의 전면전에서 늘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R&D 정신을 외쳤다.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은 남편의 뜻을, 형제들은 아버지의 뜻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등지면서까지 경영권 지키기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한미약품은 임 선대회장의 R&D 정신을 토대로 성장해왔다. 임 선대회장은 자신의 생애를 신약 개발과 글로벌 제약기업으로의 도약에 바쳤다.
그 결과 1989년 국내 제약사 최초로 글로벌 제약사 로슈에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의 제조기술을 수출했고, 1997년에는 노바티스에 '마이크로에멀젼' 제제 기술을 7400만 달러 규모로 이전하며 당시 제약업계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을 성과를 달성했다. 2015년에는 총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한국 제약 업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한미약품을 둘러싼 상황으로 인해 임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의 가치가 흐려지고 있다.
경영권을 두고 가족 간에 벌이는 다툼은 신약개발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놓치고, 기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오너 일가들이 보이는 태도 또한 기업의 가치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급급한 모습이다.
최근 있었던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는 차남이자 총회 의장 자격을 가진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외에 오너 일가 그 누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미사이언스의 개인최대주주로 등극한 임 선대회장의 고향 동생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또한 그 누구보다 한미약품을 아낀다고 강조해왔지만, 개인 일정을 이유로 주주총회 현장에는 불참했다.
한 소액주주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을 행사해달라며 우편물과 사람을 그렇게 보내더니 정작 현장에는 아무도 안왔다"며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주주총회 결과 신 회장만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이사회 구성은 3인 연합과 형제 측 5대 5 동수가 됐다. 양측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업을 위한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의견 대립으로 인해 그룹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임 선대회장이 한미약품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은 가족의 이익이 아닌, 인류의 건강 증진이었을 것이다. 경영권 싸움을 멈추고 신약 개발의 유산을 되새기며 가치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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