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재시험 불허, 정시 이월 여부 논의 예정
"대학 입시 자율성 절대적이고 무제한 X"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연세대학교 논술 문제 유출 논란과 관련해 수험생과 학부모가 해당 시험의 효력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연대 측의 과실로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고 보았다. 다만 재시험 요청은 불허됐다.
◆ "연세대, 부정행위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 조성" 책임 있어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도중 한 고사장에서 시험지가 일찍 배부돼 문제 사전 유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전보성 수석부장판사)는 15일 결정문에서 "논술 시험의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돼 이 사건 논술전형 절차의 공정한 진행에 대한 채권자(수험생)들의 정당한 신뢰와 기대권이 침해되었다"며 "채무자(연세대)의 과실로 부정행위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시험에 따른 후속 절차의 진행을 (해당 시험의) 재시행 청구 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중지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시험의 공정성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학 입시와 관련된 법률 관계 판단에 있어 입시 절차의 공정성을 무겁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대학이 갖는 자율성도 절대적이고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선발 과정상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토대로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현행 6번까지만 지원 가능한 수시 모집 지원 횟수와 현행 입시 제도에서 수시 모집이 차지하는 높은 비중도 고려되었다. 논란이 된 연대 수시모집 전형은 논술 시험 성적 100%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재판부는 "논술 시험 성적에 의해 합격 여부가 결정되므로, 이 사건 논술전형에서 요구되는 공정성은 '논술 시험 절차의 공정성'에 따라 절대적으로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고된 입시 요강에서 정한 내용에 따른 공정한 사정 절차를 걸쳐 합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응시자들의 신뢰는 단순한 사실상 기대를 넘어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 法 재시험 신청 불허… "정시 이월 여부 논의 대상"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문제 유출 의혹 관련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예정되어 있는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재시험 신청을 불허한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재시험만이 이 사건 논술 시험의 공정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재시험 이외에 다른 방안도 가능하다면 대학의 자율성 측면에서 채무자의 재량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세대의) 후속 절차가 재시험인지 아니면 정시 모집으로의 이월인지는 다시 의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단 소송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합격자 발표 등 입시 절차가 중단될 전망이다. 앞서 일부 수험생들과 학부모는 연세대를 상대로 논술 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서울서부지법에 지난달 21일 접수해 같은 달 29일 첫 재판을 진행했다. 집단 소송인단 측은 본안 청구 취지를 '시험 무효 확인'에서 '재시험 이행'으로 변경했다.
연세대 논술 시험 문제 유출 논란은 감독관의 실수로 시험지가 1시간 일찍 배부되며 불거졌다. 감독관은 뒤늦게 시험지를 회수했지만 이 과정에서 수험생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자연계열 시험 문제지와 인문계열 시험의 연습 답안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시험 도중에 문항 오류도 발견돼 시험 시간도 연장됐다.
교육부는 "연세대는 올해 입시 일정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법원의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연세대가 적법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전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도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