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12월쯤 인사 이뤄질 듯
내년 임기 만료 계열사 대표 수두룩…교체·연임 여부
신유열 전무 부사장 승진 여부…"아직 이르다" 의견도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신세계와 현대백화점그룹 인사가 마무리되며 유통업계에서는 연말에 있을 롯데그룹 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대표가 많아 전격적인 교체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올해부터 주요 행사 등에 공식 행보를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의 부사장 승진 여부가 관심이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 |
◆ 신동빈 회장 외친 '쇄신'…올해 인사에도 적용되나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그룹은 막바지 계열사 임원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롯데그룹 인사는 11월 마지막 주에 진행된다. 다만 올해 신동빈 회장이 이달 3~9일 하와이에서 열리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챔피언십에 호스트 자격으로 참석하는 만큼 연말 정기 임원 인사도 행사 이후 단행될 전망이다. 이에 인사가 12월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에도 12월 6일께 이뤄졌다.
지난해 롯데그룹 인사에서는 '세대교체', 즉 '쇄신' 기조가 뚜렷했다.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8명이 물러났으며 14명이 교체됐다. 다만 정통 롯데맨이건, 외부 인사건 상관없이 실적 개선을 이끈 사업 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7월 19일 열린 '2024 하반기 VCM'에서 고해상도 AR용 글래스 생산 스타트업 '레티널'의 기술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 |
올해도 쇄신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월 롯데지주는 비상 경영 체제를 공식 선포했다.
이에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대표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부회장), 이영구 롯데웰푸드 대표(부회장),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 등이 대상이다.
이중 그룹사 미래 사업 및 올해 실적 선방을 기록한 대표를 제외하면 강성현 대표, 남창희 대표, 김주남 대표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성현 대표는 지난해 3월 정기주총을 통해 연임에 성공한 후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지만 롯데마트는 여전히 마트 3사 중 3위에 머물러 있다.
다만 최근 김상현 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이 영국 리테일테크 '오카도(Ocado)'와 협업 사업을 맡은 e그로서리사업단을 이커머스사업부에서 마트사업부로 이동 배치하는 등 강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 연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밖에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올해 상반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 폭은 줄었으나 외형 성장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롯데면세점도 올해 상반기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4개 분기 연속 적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김주남 대표는 지난 6월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올해 기준 누적적자만 5000억에 달하는 롯데온 박익진 대표가 자리를 지킬지도 관심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도 있고 실적도 전체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라며 "비상경영도 선포하는 등 상황이니만큼 올해 쇄신, 혁신에 방점을 둔 인사가 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 주요 행사 얼굴 자주 비친 신유열…승진 명분 있나
신유열 롯데그룹 전무 [사진=롯데] |
가장 주목되는 건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의 부사장 승진 여부다. 신 전무는 올해 주요 사업 현장을 찾으며 그룹 내 후계자 입지를 다지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내비쳤다.
올해 초 해외 행사를 신동빈 회장 없이 개인 일정으로 소화하는 한편 지난 24일 오픈한 타임빌라스 수원을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등과 찾아 1시간 30분 가량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타임빌라스는 롯데백화점 중장기 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 7월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회의(VCM)에는 평소와 달리 취재진에 공개된 정문 동선으로 등장해 주목 받았다. 신동빈 회장이 지하 동선으로 들어온 것과 대비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연말 인사에서 신 전무의 승진을 점치기도 한다. 신 전무는 지난 2020년 일본 롯데 입사 이후 2022년 롯데케미칼에서 처음으로 임원을 달았다. 이어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상무가 된 지 1년 만에 전무로 고속 승진하는 동시에 롯데지주에 신설된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게 됐다.
올해 신 전무는 롯데지주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며 보유 주식도 늘리고 있다. 과거 신동빈 회장 역시 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1995년)에서 1년 3개월 만인 1997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전례가 있다.
다만 아직 승진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현재 그룹 두 축인 유통과 화학 모두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신성장동력'이란 과제를 받아 든 신 전무는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롯데헬스케어와 같은 신사업을 추진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인해 빠르게 사업을 철수해야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승진에는 명분이 필요하다"며 "아직 신 전무가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 쯤 새로운 사업이든 기존 사업이든 맡겨서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어 명분을 마련한 다음 승진을 시키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