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핌] 이동훈 기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 국회의원 총선까지 싹쓸이 압승을 거둔 문재인 정부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그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 그해 여름의 8.4 부동산대책이다.
이동훈 건설부동산부장 |
문재인 정부는 정부 출범 이후 주택공급 부족 주장을 귓등으로 듣지 않았고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재개발·재건축을 위축시켰다. 결국 2019년 집값이 폭등했지만 그럼에도 국회의원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문재인 정부는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주택 공급 확대 요구는 일부 수용해 8.4 대책을 만들어냈다.
8.4대책은 박원순 서울시가 '철벽'처럼 유지해오던 35층 층수 제한을 완화해 대치 은마, 잠실주공5단지와 같은 강남권 재건축을 허용해주는 것과 서울시내 유휴부지를 활용해 임대 아파트를 짓고 과천 청사 부지에도 임대주택을 지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가운데 공공재개발은 LH가 시행을 맡아 고층·고밀도 개발을 해 공급된 주택의 50%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공주택은 공공(LH) 환매만 할 수 있을 뿐 민간 거래를 할 수 없다.
얼뜻 보면 정부가 주택공급 부족이란 문제를 인식해 주택공급에 나선 것처럼 보이지만 대권에 지방 권력, 의회 권력까지 손에 쥔 문 정부의 자신감은 그런 데 있지 않았다. 재건축, 재개발을 허용하되 개발이익의 약 90%를 정부가 가져가겠다는 게 바로 8.4 대책의 핵심이다.
즉 8.4 대책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부가 개발이익을 세금으로 뺏어 오는 걸 넘어 개발사업부터 참여해 가져가겠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사실상 사회주의 논리에 다름 아니다.
결국 8.4 대책은 시장에서 거센 저항을 받았다. 재건축 장려를 위장했지만 사실 재건축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지워버려 실제로는 재건축 시장을 더욱 위축되게 했다는 것이다. 너무나 강력한 반시장적 제도에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과 국회의원까지 정부 방침에 반대했을 정도다.
당장 공공재개발만 하더라도 모든 공공재개발 선정구역 주민들은 모두 사업 중단을 거세게 요구했고 단 한 곳도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 채 개점 휴업 상태에 놓였다.
윤석열 정부는 이같은 문 정부의 실책을 발판 삼은 '부동산 민심'으로 집권했다. 공공재개발이나 공공재건축도 이제 관 속에 들어간 분위기다.
하지만 공공재개발은 여전히 필요성이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시절 민간의 개발이익을 뺏으려는 형태가 아닌 새로운 개념의 공공 재개발이 필요하다.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민간 영역은 돌아보지 않는 개발사업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 중소도시 원도심이나 서울과 떨어진 수도권 소도시 또는 지방 대도시의 노후 주택 밀집지역 등은 개발이익이 적기 때문에 사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이런 곳은 보통 지자체 역량으로는 개발사업을 벌이기 어렵다. 이에 따라 개발이익을 몽땅 공공이 가져가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재개발이 필요하다. 아니 단기적으로 개발이익이 발생하기보다 적자가 커질 수 있다. 자칫 혈세를 엉뚱한 데 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니까 해야한다.
한서(漢書)에 따르면 전한(前漢) 무제(武帝) 시절 염철주 전매 논쟁 당시 전매제 반대파들은 정부가 민간의 부(富)를 뺏으려 든다며 '여민쟁리'(餘民爭利)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민간 영역의 사업에 끼어들어 이익을 다투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은 사업이익을 내는 데가 아니다. 적자가 되더라도 국민의, 시민의 주거·생활 여건을 개선해주는 역할. 그것이 정부의 새로운 공공재개발 기법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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