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자사주 공개매수 업무상 배임 여부 쟁점
주총 결의 없는 임의적립금 사용 위법성도 관건
영풍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업무상 배임"
고려아연 "배임 행위 아냐, 가처분 기각해달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과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둘러싸고 법정에서 두 번째 공방을 벌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해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했고, 고려아연은 배임이 아니라며 가처분을 기각해달라고 받아쳤다.
결론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종료일인 23일보다 앞선 21일에 나올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영풍 주식회사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절차중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영풍 측은 "이 사건 공개매수는 최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인데 경영권 분쟁에 회사자금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특히 고려아연이 주당 89만원에 진행하고 있는 공개매수는 종전 주가보다 60%가 높아 회사에 1조3000억원의 손해와 3조원이 넘는 부채를 발생시킨다"며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개매수가 종료되면 주가는 이전 수준의 가격으로 돌아갈 것이고 현 주가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공개매수라는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형성된 비정상적인 가격"이라며 "고려아연의 적정 주가는 아무리 양보해도 56만원을 넘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6조원이 넘는 고려아연의 임의적립금을 주주총회 결의 없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사용하는 것은 위법하다고도 주장했다. 임의적립금을 공개매수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결의만으로는 안되고 주주총회의 용도변경 결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자 제공] 2024.09.18 beans@newspim.com |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취득에 관한 임의적립금 관련 정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회사가 취득한 자사주는 임의적립금과 무관한 별도의 자본조정 계정으로 회계처리가 된다"며 임의적립금 사용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이 실질 가치보다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채권자(영풍) 사장 역시 고려아연의 주가가 100만원을 넘길 것이라 공언한 바 있고, 채권자 측도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까지 올린 사실이 있다"며 고가의 자사주 매입이 회사에 손해를 미치는 배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은 여전히 양호한 상태이다. 부채비율도 82.7% 수준으로 100% 미만이고 견고한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2023년까지 차입금도 전부 상환할 예정"이라며 이 사건 공개매수가 고려아연의 재무상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 사건 공개매수는 외부세력에 의한 적대적 M&A에 대응하여 회사의 기업가치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며 "이는 최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공개매수가 이뤄져도 주주 지분율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최 회장의 지배권이 강화되는 결과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10월 23일까지 공개매수 일정이 잡혀있는 만큼 가급적 오는 21일까지 결론을 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풍은 지난달에도 최 회장이 공개매수 기간 동안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당시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영풍과 지분 관계가 있는 특별관계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의 별도매수 금지 조항에 근거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영풍과 특별관계자 지위에 있지 않은 주식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이 곧바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현재까지 영풍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행위가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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