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선진국형 경영 체제 전환 제안"
"삼성전자, 이사회 독립성 보장 및 전문가 영입 필요"
[서울=뉴스핌] 정태선 기자 =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은 삼성전자가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중심의 주식 보상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포럼은 15일 '삼성전자 미래를 위한 3가지 제안'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경쟁력뿐 아니라 리더십, 조직문화, 평가 보상, 이사회 등 거버넌스 전반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 회장은 삼성전자의 현금 지급 보상 시스템이 인재 이탈과 사기 저하를 가속화한다고 지적하며 RSU 등 주식 보상 시스템을 도입해 회사의 성장과 임원 개인의 성과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전근대적인 해결 방식'이라고 비판하며 "임직원이 RSU를 통해 회사의 주가 상승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고, 이는 회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거버넌스 포럼은 SK하이닉스가 2022년 대표이사 2명에게 성과급의 5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등 스톡옵션과 주가 차액 보상권을 활용하고 있다고 예시로 들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위기가 리더십, 조직문화, 보상 체계 등 거버넌스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며 3가지 제안을 제시했다.
첫째, 삼성전자가 4세 경영을 포기한 만큼 지배주주가 없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식의 선진국형 전문경영인 경영 체제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재용 회장이 모든 공식 직함을 내려놓고,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 전권을 넘기는 시나리오도 검토할 만하다"며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망 후 팀 쿡 전문경영인이 제2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깃발 [사진=뉴스핌DB] |
둘째,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처럼 기술 인력 우대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사장급 이상 25명 중 36%를 차지하는 관리 조직을 축소하고,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등 기술 인력을 우대해야 한다"며 "기술 인력의 급여가 경영지원, 마케팅 등 후선 부서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셋째, 삼성전자가 이사회를 전문가 위주로 구성하고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인 만큼 이사회에 전문적인 외국인들을 적극 영입하고 사내이사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는 이사회 구성원 10명 모두가 한국인이며, 사외이사 6명 중 4명이 IT 비전문가로 수출 기업에 맞지 않는다"며 "사내이사 수를 1명으로 축소하고, 사외이사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다수의 외국인을 포함한 IT, 전략, 거버넌스 분야의 리더로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포럼은 삼성전자가 구조조정, 전략적 선택 등 급한 의사결정이 미뤄지는 것은 어려운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이 회장에게 근본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기회에 삼성과 대한민국을 위해 이 회장이 모든 공식 타이틀을 내려놓고 뛰어난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에 관한 전권을 넘기는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ind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