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교통사고로 보고 공소기각...2심서 파기
대법 "1심부터 다시 재판해 유죄판결 선고해야"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논에서 트랙터를 몰다가 상대방을 못 보고 다치게 한 사고에 대해 교통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원심에서 공소기각 파기 판결을 받은 장 모씨에 대한 상고심을 열어 원심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장씨는 2022년 3월 70대 피해자에게 300만원에 구매한 중고 트랙터로 광주 광산구 자신의 논에서 피해자로부터 교습을 받았다.
사고 당일 장씨는 자신이 운전하던 트랙터 뒤쪽에 있는 피해자를 미처 보지 못한 채, 회전날에 피해자의 오른 다리가 말려 들어가게 했다. 장씨가 트랙터를 전진하기 위해 왼발로 클러치를 밟고 회전날을 내린 다음 전진기어를 조작하자 회전날이 회전한 것이다.
이후 피해자는 상완골 골절 폐쇄성, 외상성 다리 절단술, 신경성 방광장애, 다른 합병증을 동반한 전립선 비대증, 다리의 상세불명 부위의 외상성 절단 등으로 인해 오른쪽 다리 허벅지까지 절단하게 됐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상고심 쟁점은 해당 사고가 '교통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에서는 교통사고로 보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인 광주지법은 "피고인이 운전한 트랙터는 도로교통법 제2조 제17호 가목의 '차'에 해당하고 이 사건 사고는 트랙터의 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교통사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면 피고인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범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본문이 적용되어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해당 법에서 '차'란 도로교통법 제2조제17호가목에 따른 차(車)와 건설기계관리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건설기계를 말한다.
업무상과실치상에 해당하는 교통사고를 전부 형사처벌하면 전과자가 양산되기 때문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만들어 '사고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지 않았거나, 피고인에게 12대 중과실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했다. 단순히 트랙터의 이동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형사소송법 제366조는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법률에 위반됨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때에는 판결로써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도 원심 판결을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 관계자는 "피고인이 트랙터를 이동할 의사 없이 로터리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내어 '교통사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공소를 기각할 수 없다"며 "1심부터 다시 재판해 유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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