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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고려아연 89만 승부수에도 'MBK 승리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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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정관에 이사 최대인원 제한 없어 불리
승부는 고려아연 유통가능주식수 22%로 결정
세금 때문에 공개매수가 89만원 인상 불가피
MBK, 고려아연 인수실패땐 최대 4000억 손실 가능성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적대적 인수합병(M&A)은 종합예술이다. 공격자든 방어자든 1~2개의 기술만으로 승리하기는 어렵다. 로펌과의 협력은 필수다. 관련 법률을 잘 따져 우호세력, 자금력, 명분, 인맥, 여론전, 형사 소송, 위임장 대결능력 등 모든 자원을 총 동원하는 진검 승부다.

방어자인 고려아연 경영진과 공격자인 영풍∙MBK파트너스 간 전쟁은 전력투구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여기서 공격자가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그들이 원하는 이사들이 '이사회'에 절반 이상 선임돼야 한다.

◆ 이사 최대인원 제한 없어 특별결의 지분 확보 불필요

현재 구도에서 방어자인 고려아연 경영진에게 아쉬운 점은 정관 상에 '이사 최대 인원수' 제한이 없다는 사실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등 총 13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고려아연 정관 28조에는 "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한다"는 기본 내용만 반영돼 있다.

만약 고려아연 정관에 '이사 인원수'를 13명으로 제한했더라면 '이사 시차 임기전략'을 활용해 2026년까지 대략 2년 가까이 시간을 벌 수도 있었다. 기존 고려아연 이사의 임기만료는 2025년 3월에 5명, 2026년 3월에 8명으로 2년간 분산돼 공격자가 과반수 이사진을 확보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시간을 단축하려면 영풍∙MBK는 기존 이사를 중도 해임해야 한다. 그런데 이사 중도 해임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이다. 특별결의 요건(출석주주의 3분의2 이상)은 너무 엄격해 공격자가 이를 통과시킬 지분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계산해보면 고려아연 주주 구성상 중립적 지분 약 20%를 제외하면 주주총회 출석주주의 예상 전체 지분율은 약 80%다. 이 출석주주의 3분의2 찬성표를 얻어 특별결의를 통과시키려면 영풍∙MBK는 최소 53%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고려아연 정관에는 이사 인원수에 제한이 없으므로 공격자는 특별결의 대신 보통결의(출석 주주의 과반 이상) 가능 지분만 확보하면 된다. 이를 통해 기존 이사 13명보다 많은 14명 이상의 이사를 추가로 신규 선임하면 과반수가 넘어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진다.

주주총회 출석주주 예상 참여율은 약 80%로 추정된다. 이 경우 공격자가 출석주주의 과반 이상 찬성표를 얻어 보통결의를 통과 시키려면 80%의 과반수 이상인 40%가 넘는 지분율만 확보하면 된다.

이런 이유로 현재 영풍∙MBK의 목표 지분율은 주총 특별결의 가능 지분율인 53%가 아니다. 보통결의를 염두에 둔 40~48% 지분율 확보가 목표다. 이 정도 만으로도 중립적인 국민연금 지분 등을 제외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영풍∙MBK의 계산이다.

◆ 영풍정밀 뺏기면 경영권 상실 가능성 높아져…

이번 공개매수 전쟁에서 방어자인 최윤범 회장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지분은 영풍정밀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 1.85%다. 현재는 최윤범 회장 쪽 지분으로 분류돼 있다. 만약 영풍정밀 경영권을 공격자인 영풍∙MBK에게 뺏길 경우 의결권에 미치는 영향은 1.85%의 2배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지분이 반대편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근소한 우세했던 고려아연 경영진 및 우호세력 지분율은 기존 34%에서 32.15%로 축소된다. 반면 영풍∙MBK 지분율은 기존 33.1%에서 34.95%로 증가한다. 공격자의 지분율이 방어자보다 2.8%포인트 높아지는 셈이다. 양 쪽 모두 필사적으로 영풍정밀 경영권을 손에 넣으려는 이유다.

 

◆ 영풍정밀 정관에 이사 최대 정원 제한했지만…

영풍정밀은 고려아연과 달리 정관 제24조에 "이사는 3인 이상 12인 이내로 한다"고 최대 인원을 제한해 놓았다. 하지만 영풍정밀 역시 현재의 이사회 구성 상 적대적 M&A의 방어 전략 중 하나인 '이사 시차 임기전략' 활용은 불가능하다.

이유는 현재 이사회 인원이 6명으로 '최대 인원수(12명)'에서 6명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기존 이사 6명 중 3명의 임기가 2025년 3월에 만료 된다. 따라서 공격자들은 2025년 3월 정기주총 시 임기만료 이사 3명 + 신규 선임 이사 6명을 합쳐 총 9명의 이사를 주총 '보통 결의'만으로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

또 공격자 측인 장형진 영풍 회장이 이미 기존 이사진에 포함돼 있는 것도 방어자 입장에서는 악재다. 이런 경우 공격자인 영풍∙MBK가 주총 일반결의 요건만 획득하게 되면 꼭 정기주총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임시주총을 통해 6명의 이사를 신규 선임하면 장형진 이사까지 총 7명의 이사진으로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영풍정밀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방어자인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율은 35.45%로 안정적이다. 공격자인 영풍∙MBK의 지분율(21.25%)을 압도한다. 따라서 현 고려아연 경영진은 추가로 15%의 주식만 더 취득하면 지분율이 50%를 넘어 무난한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이에 최윤범 회장은 11일에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격을 3만5000원으로 전격 인상했다. 최대 공개매수 지분율도 35%(필요지분 15%)로 확대했다. 반면 영풍∙MBK의 경우 지분율 50%를 확보하려면 추가로 29%의 지분이 더 필요하다. 영풍∙MBK가 공개매수 최대 지분율을 43%(필요지분 29%)로 설정한 이유다.

최윤범 회장(제리코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격은 3만5000원으로 MBK의 3만원보다 5000원이 더 높다. 따라서 세금적인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유통주식 43.4%의 보유자가 각각 절반씩 최회장과 MBK의 청약에 응할 것으로 가정하면 각각 21.7%씩의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게 된다.

이런 경우 최 회장측은 50% 이상의 지분율 확보에 성공하게 돼 영풍정밀 공개매수 경쟁은 최회장에 유리하다. 또 앞서 MBK는 추가적인 공개매수가 상향은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영풍정밀 경영권이 영풍∙MBK로 넘어갈 가능성은 낮아진 상태다.

◆ 승부는 고려아연 유통가능주식수 22%로 결정

영풍정밀의 경영권 변동 가능성을 배제하면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최대 유통가능 주식수 약 22.7%로 승부가 결정된다. 고려아연 측에서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약 5.9%의 패시브 물량까지 감안하면 실제 유통주식수는 20%에도 못 미친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현 경영진 및 우호지분의 지분율은 약 34%다. 공격자인 영풍∙MBK의 33.1%보다 불과 0.9%포인트 우위에 그친다. 고려아연 측이 필사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고려아연 경영진은 자사주 매수가격을 83만원으로 인상했다. 그러자 영풍∙MBK도 곧바로 공개매수가격을 83만원으로 인상했다. 외견상 양 회사의 경쟁구도는 팽팽하다. 하지만 좀 더 살펴보면 영풍정밀 사례와는 달리 고려아연 분쟁은 현 경영진에게 불리하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해서 의결권을 가진 지분율이 상승하지는 않는다. 자사주는 기본적으로 의결권이 없다. 이를 우호적인 제3자에게 매각해야만 의결권이 살아난다. 하지만 자사주 매수 후 6개월간은 자사주 매각이 제한된다.

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이므로 이사진이 배임 논란을 피하려면 무조건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전략은 영풍∙MBK의 공개매수 주식 물량을 뺏는 효과만 있을 뿐 현 고려아연 경영진의 지분율을 높이는 효과는 미미하다.

만약 유통 가능 물량 22.7%(추정치)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양쪽에 절반씩 공개매수에 응했다고 가정할 경우 현 고려아연 경영진 및 우호세력 지분율은 여전히 34%(자사주만 11.3% 증가)에 그친다. 반면 영풍∙MBK의 지분율은 44.4%(현 지분율 33.1%+추가 공개매수 지분율 11.3%)로 증가할 수도 있다. 여전히 고려아연 현 경영진에 불리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11일에 고려아연은 다시 한번 승부수를 띄웠다.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대 폭 상향했다. 또 '최대 매수 수량'도 기존의 15.5%에서 17.5%로 상향했다. 베인 캐피탈 물량 2.5%까지 더하면 총 20%로 늘어난다. 유통 가능 추정 물량 22.7% 중 대부분을 가져 오겠다는 승부수다.

◆ 세금 때문에 공개매수가 89만원 인상은 불가피

또 다른 문제점은 세금이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매수 후 소각이므로 양도소득세가 아닌 배당소득세 15.4%가 원천징수 된다. 따라서 개인은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을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따라 최고세율이 49.5%까지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고세율 49.5%가 적용되려면 차익이 무려 10억원을 초과해야 하다. 따라서 차익이 2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대부분의 소액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다.

반대로 영풍•MBK 공개매수는 0.35%의 증권거래세와 250만원 차익 초과분에 대해서만 22%(3억원 초과분은 27.5%)의 양도소득세를 내면 된다.

결론적으로 개인 입장에서는 양도차익이 크지 않을 경우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와 영풍•MBK 공개매수 간 실질적인 세금 차이는 크지 않다.

개인과 달리 국내 기관투자자는 법인세율을 적용받아 구조가 다르다. 과세표준 2억원 이하는 9.9%(지방세 포함), 200억원 이하는 20.9%(지방세 포함)의 세율이 부과된다. 개인투자자와 달리 차익이 2억원 넘는 경우에도 세율 부담은 현저히 작다. 따라서 국내 기관투자자는 어느 쪽 공개매수든 동일하게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세금 차이가 없다.

이와 달리 해외 기관투자자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할 시 배당 소득세가 적용되면 본국 법인세율에 따라 10∼22.5%의 법인세가 부과된다. 반면 영풍·MBK 공개매수의 경우 해외 기관투자자는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다. 따라서 세금 측면에서도 고려아연 현 경영진에 불리한 상황이다.

결국 세금까지 감안하면 고려아연 경영진이 공개매수가격을 89만원까지 올리는 건 불가피했다. 이와 달리 영풍∙MBK는 더 이상의 '공개매수가' 인상은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공격자인 영풍∙MBK는 최소 7%의 주식만 공개매수로 추가한다면 40.1%(기존 주식 33.1% + 공개매수 주식 7%)의 지분율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방어하는 고려아연 현 경영진 입장에서는 시장의 유통가능 주식 추정 지분율 22.7% 중 15% 이상은 자사주로 가져와야 영풍∙MBK의 40% 지분율 확보를 저지할 수 있어 좀 더 불리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수가격이 더 높긴 하지만 아직 승부는 예측 불허다.

◆ MBK 승자의 저주 가능성 상당

그렇다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MBK파트너스가 얻는 건 뭘까? 적대적 M&A에 성공하면 높은 '평판도 상승'과 더불어 '기업 인수 후 재매각'을 통해 높은 차익 실현도 가능하다. 그런데 만약 영풍∙MBK가 경영권 확보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MBK는 이번 공개매수 과정에서 상당한 모험을 감수했다. 일반적인 적대적 M&A는 경영권 확보 가능한 최소 수량 매수에 실패할 가능성을 고려해 '최소 매수수량'을 조건으로 설정한다. 만약 경영권 확보에 실패할 상황이라면 아예 주식을 1주도 매수하지 않아 손실을 회피하려는 보험 전략이다.

MBK도 애초에 고려아연 공개매수 선언 시 최소 지분율을 7%(144만주)로 설정한 바 있다. 그런데 고려아연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 시 최소 수량 부분을 삭제하자 덩달아 최소 지분율 7% 조항을 삭제했다. 이럴 경우 만약 MBK가 추후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실패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MBK의 최소 매수수량(7%) 설정으로 볼 때 MBK는 6% 이하면 경영권 장악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MBK가 고려아연 주식을 6%만 추가 매수해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을 경우를 가정하면 회수하기 어려운 최대 프리미엄 규모는 얼마나 될까?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주식 6% 지분 매입에 쓰는 프리미엄 금액만 약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또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20% 정도 응할 경우 프리미엄 금액만 약 630억원으로 추정된다. 만약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에 실패할 경우 주가 급락이 예상되므로 이 프리미엄 금액 중 상당수는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고려아연 적대적 M&A에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또 만약 경영권을 장악한다고 하더라도 매수가격이 상당히 높은 것도 문제다. '기업 인수 후 재매각' 시 차익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오히려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현 고려아연 경영진 역시 무리한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 상향으로 인해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다 해도 고려아연의 재무적 안정성은 상당 부분 훼손될 전망이다.

◆ 최대 수혜자는 영풍…경영권 포기 후 주식 고가매도?

반면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금융기관들은 쏠쏠하게 수혜를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하나증권은 고려아연 자사주 매수 주관사다. 고려아연 자금 조달에는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관여했다.

대출금리가 6%를 넘는 만큼 마진폭은 상당할 전망이다. 반대편인 영풍∙MBK의 공개매수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대출까지 담당해 수수료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의 최대 수혜자는 영풍 '장씨일가'가 될 수 있다. 영풍은 기존 고려아연 지분과 공개매수로 사들인 지분의 50%+1주를 MBK에 매각하는 조건의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 계약을 체결했다.

장씨일가는 MBK에 고려아연 경영권마저 넘기는 계약을 한 만큼 남은 건 보유주식의 고가매도다. 영풍과 MBK간의 정확한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 계약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주가가 고공 행진한다면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매각차익은 상당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공개매수가격이 올라갈수록 MBK가 영풍 지분을 사들이는 가격이 내려가 영풍이 손해 볼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콜옵션 계약이 공개될 경우 후 폭풍도 예상된다.

또 다른 승리자로는 기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주주들을 꼽을 수 있다. 개인이건 기관투자자건 상관없이 큰 폭의 차익이 예상된다. 결국 이들의 수익은 다 '고려아연'과 'MBK' 주머니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longinu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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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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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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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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