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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앗아간 '삶의 꿈과 희망' 되살리기...필리핀 타클로반 ODA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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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하이옌의 지옥' 경험한 중부 필리핀
코이카의 모자보건·여성교육으로 삶의 질 향상
재난 취약 계층 여성·아동을 위한 '맞춤형 원조'
개발협력의 의미와 목표 충족시킨 성공적 사례

[타클로반(필리핀)=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외교부 공동취재단 =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3년 11월 필리핀 중부 레이테주(州)에 위치한 소도시 타클로반은 슈퍼 태풍 하이옌(필리핀명 욜란다)으로 도시의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는 초대형 재난을 겪었다. 하이옌은 기상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인 순간 최대풍속 379㎞/h를 기록하며 타클로반을 초토화시켰다. 1만5000명이 사망하고 1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금 타클로반은 당시 재난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다. 하지만 하이옌이 남기고 간 상처는 아직 다 아물지 않았다. 재난 취약 계층인 여성과 아동은 아직 하이옌이 남긴 고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11월 태풍 하이옌으로 파괴된 필리핀 타클로반에서 긴급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개발도상국 등을 대상으로 해외 무상 원조를 담당하는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은 이 지역 여성과 아동을 위한 특별한 원조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출산 전후의 여성과 영·유아의 건강을 위한 모자(母子) 보건사업과 정규 교육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위한 교육사업이다.

필리핀에서 코이카의 원조사업이 농촌개발 분야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타클로반을 포함한 동부 비사야 지역에서는 여성과 아동의 보건·교육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재난으로 가정과 보건·교육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여성과 아동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필리핀 전역의 가구 빈곤율은 10.9%이지만, 비사야 지역의 가구 빈곤율은 20%를 넘는다. 또 모성 사망비(임신 중 또는 임신 종료 후 6주 이내 사망)도 10만명당 77.18명에 달한다. 5세 미만의 아동 사망률 수도 마닐라 지역의 3배에 가까운 1000명당 27명이다. 산전 진료 방문, 아동 예방접종 비율, 모유 수유 비율, 산후 관리 등 모든 모성·아동의 건강 지표가 매우 열악하다.

높은 빈곤률은 교육 기회 박탈과 직결된다. 필리핀 빈곤 가정 아동의 중등 교육 이수율은 31%에 그치고 있다. 특히 육아·가사 등으로 남성보다 교육 접근성이 떨어지는 여성과 여아는 빈곤으로 인해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코이카는 필리핀 동부 비사야 지역의 모자보건 증진 사업의 하나로 재난을 피해 형성된 이주단지 불로드에 보건센터를 건립하고 5개 지역에서 보건센터를 추가로 리모델링 중이다. 이와 함께 정규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학교 밖으로 내몰린 여성들을 위해 타클로반 시내에 대안교육센터를 건립하고 교육과정과 역량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 긴급한 인도주의적 도움과 교육을 통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을 동시에 진행하는 '입체적 원조'인 셈이다.

◆불로드 보건센터

불로드는 태풍 하이옌 이후 필리핀 주택청이 부지를 마련해 홍수와 산사태 위험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이주시킨 집단 이주단지다. 766가구 3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불로드를 방문했을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립'이라는 단어였다. 시내에서 한참 벗어나 비포장 도로를 달리고 코코넛나무 숲을 지나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었다. 환자가 생겨도 쉽게 병원에 갈 수 없는 곳이어서 한눈에 보기에도 의료·보건 상황이 매우 열악했다.

태풍 하이옌 이후 홍수와 산사태 위험지역에서 이주한 주민들이 거주하는 불로드 이주단지의 어린이들 [사진=코이카] 2024.10.01

코이카는 글로벌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과 함께 이곳에 보건센터를 건립하고 의료·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 코이카가 사업비 115억5000만원을 지원하고 사업 시행은 월드비전이 맡았다. 전형적인 '민관 합동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이다.

이주단지 주택은 10평 정도 크기의 같은 구조로 이뤄진 연립주택이다. 색과 크기, 형태가 모두 동일하다. 상수도 시설이 없어 단지 내 몇군데 우물을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 이주민들은 주로 농사를 짓거나 인근 도시, 농장에서 일용직 근로로 생계를 유지한다. 월드비전 전지환 차장은 "주택청에서 조성해 15개 마을에서 이주해온 주민들에게 제공한 주거 시설"이라며 "불편한 것이 많지만 위험 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이라 모든 사람들이 이주를 희망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지역 보건의료 체계와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제도 개선을 통해 임신 수유 여성과 2세 미만 아동의 보건증진을 위한 것이다. 보건소 건립·보수, 의사·간호사·조산사 대상으로 응급산과 교육 제공 등으로 모성·아동 사망률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다. 월드비전이 마련한 '모자 보건 가정방문 상담서비스' 모듈을 기초로 지역보건요원을 양성하고 이들이 낙후되고 고립된 지역의 임산부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상담을 진행하고 올바른 출산·양육 지식을 제공한다. 청소년의 혼전 임신을 줄이기 위해 청소년 대상 성교육도 한다.

보건센터는 이주단지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172㎡ 규모로 진료실, 분만실, 상담실 등으로 구성된 1층 건물이다. 이 센터에는 14명의 의료진이 있으나 의사는 1명이며 나머지는 간호사, 조산사, 지역보건요원 등이다. 보건센터 건립으로 이주단지 내 여성·아동들은 매주 건강 상담을 받고 예방접종, 임신부 산전 관리, 가족계획 서비스 등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개원 이후 방문한 누적 환자 수는 2,500여 명에 달한다.

불로드 이주단지에 위치한 보건센터. 코이카와 글로벌 비정부기구 월드비전의 합동 사업으로 건립된 마을 유일의 의료시설이다. [사진=코이카] 2024.10.01

주 정부에서 파견한 유일한 의사인 로웨나 베이라(여·56)는 "하루 진료 환자는 20명 정도인데 모두 교통비, 진료비 등의 문제로 큰 병원에 갈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이라면서 보건센터 건립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있던 여성·아동이 진료를 위해 다른 마을로 이동하는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음을 강조했다. 

필리핀은 조혼이 흔하고 결혼 이전의 10대 임신도 아세안 국가 중 2번째로 많은 나라다. 불로드 이주단지 내 출산 전후 여성이 있는 가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상담과 조언을 제공하고 있는 지역보건요원 아그네스 아헤토(여·51)는 "단지 내에만 10대 임산부가 3명 있다"고 말했다.

아헤토는 월드비전의 트레이닝을 거친 뒤 2020년 무보수 자원봉사로 시작해 이듬해부터 정부 예산이 책정돼 약간의 활동비를 받고 있다. 아헤토처럼 월드비전의 가정방문 서비스 교육을 받은 사람은 3000명 이상이다. 이 중 상당수가 이 지역 보건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헤토는 이날 16세 임신부인 레아 팡안의 집을 방문해 그의 건강 및 정신 상태를 체크하고 출산 때까지 주위해야 할 사항을 다시 알려줬다. 팡안은 12월 출산 예정이다. 5개월 때부터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정기적으로 보건센터를 방문해 산전 검사를 받고 있다. 팡안은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때 무서웠다"면서 "가까운 사람 중에 (임신에 관해)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마을 보건요원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10대 임신부들은 처음에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가 된다"면서 "보건요원이 이들을 방문해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식과 임부와 태아가 건강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고 보건센터에서 적절하게 산전 진료를 받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학교 밖 소녀'를 위한 교육사업
타클로반 시내에는 정규 학교가 아닌 '대안교육센터가 있다. 태풍 하이옌 피해로 교육에서 소외된 소녀들에게 대안교육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소녀뿐 아니라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중도에 포기한 전 연령대의 여성을 대상으로 기초 교육을 제공하는 대안교육시스템(ALC)의 일부다.

대안교육이란 정규 교육과정에서 이탈·배제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본 교육과정을 학습하고 검정시험을 통해 학력을 인정받아 다음 단계의 교육과정에 편입되도록 지원하는 필리핀 교육부의 프로그램이다.

정규교육에서 이탈한 여성들을 위해 기초교육과 직업훈련을 제공하기 위해 지어진 대안교육센터.[사진=코이카]2024.10.01

필리핀에서 대안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필리핀 정부가 2012년 의무교육 기간을 10년에서 12년으로 늘리고 무상교육을 확대하는 제도개편을 실시했으나 빈곤 지역 아동들은 여전히 교육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빈곤 지역 여성들은 조기에 교육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코이카는 2022년 9월 이곳에 대안교육센터를 건립했다. 이 사업은 코이카가 610만 달러의 재원을 대고 교육 분야에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국제기구 유네스코가 사업을 시행하는 '국제기구와 협업' 형태다. 유네스코가 교사와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습자료를 개발했다.

이 사업은 교육과정 밖에 있는 여성들에게 정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험을 치르게 도와준다. 유네스코와 대안교육용 커리큘럼을 만들고 교사용 지도서와 학습자용 교재 등을 개발했다. 대안교육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트레이닝도 실시한다. 이 교재는 지난해부터 필리핀 전역의 대안교육용 교재로 쓰이고 있다. 필리핀 대안교육시스템 과정에 등록한 학생 400만명, 교사 8000명이 이 교재와 커리큘럼을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성공적인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타클로반 대안교육센터는 연면적 1,728㎡의 2층 건물이다. 3개의 교실과 도서관, 과학실, 정보·수학 교육실, 기술교육 훈련실 등이 있다. 1,800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으며 점심과 간식을 제공한다. 이 센터에는 코이카가 양성한 교사 28명중 11명이 근무하며 학생은 60명이다. 교육을 수강한 학생의 누적 수는 8월말 기준 1,319명에 이른다. 이 센터에서 교육받고 시험을 거쳐 정규 학력을 인정받거나 기술교육을 거쳐 취업에 성공하고 이전과 다른 삶을 사는 이수자들이 많다.

수업은 7시에 시작해 오후까지 이어진다. 센터에서 점심 식사와 간식을 제공한다. 교실에 모인 학생 중에는 소녀들뿐 아니라 청·장년층 여성도 많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수업에 들어온 여성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교실에 에어컨이 없어 더운 날씨를 이기기에 턱없이 부족한 선풍기에 의존하고 있지만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진지함과 열의가 일반 학교와 다르다.

타클로반 대안교육센터 수업 장면 [사진=코이카] 2024.10.01

대안교육센터 교육프로그램을 총괄역 알프레도 카페는 이 지역 여성들이 교육에 배제되는 이유에 대해 "재난으로 학교와 집이 파괴되고 곤경에 처해 교육을 이어가는 것이 불가능했다"면서 "교육보다 먹을 것을 확보하는게 중요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가사와 육아, 생계까지 담당해야 했기 때문에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배움에서 배제된 여성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해준 코이카와 유네스코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 3명을 모두 키운 뒤 이 센터에 등록해 중학교 과정을 배우고 있는 리사 아세딜로(44)는 15세에 정규 교육에서 이탈했다. 가정이 어려워 모든 형제가 학교를 다닐 수 없게되자 남동생을 위해 학교를 포기하고 일을 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알게된 이후 나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 교육을 마치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안정적인 직업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대안교육센터를 수료하고 학력을 인정받아 안정된 직업을 갖는데 성공해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경우도 많다. 태풍 하이옌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해야 했던 다르미엘 바힌팅(여·29)은 사촌을 통해 대안학교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그는 모든 과정을 이수하고 필리핀 통계청에서 통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대안교육으로 자신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면서 "교육이 많은 기회들을 나에게 주었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개발협력의 기본 목표 달성한 성공 사업

선진국이 제공하는 ODA와 개발협력은 빈곤국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해외 원조로 다시 일어선 한국의 경우는 개발협력의 최대 성공 스토리다.

개발협력은 식량·농업·거버넌스·에너지·교통·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뤄진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보건과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건강은 모든 인류가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이며 빈곤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빈곤국 국민들에게 양질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편적 건강 보장을 강화하는 것은 생명을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교육은 정상적인 삶의 궤도에서 낙오되거나 이탈한 사람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코이카가 타클로반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모자보건 사업과 대안교육 사업은 전대미문의 재난으로 인간다운 삶에 대한 꿈을 포기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김은섭 코이카 필리핀 사무소장은 "필리핀은 최빈국은 아니지만 여전히 개발원조위원회(DAC)의 수원국 리스트에 있는 저소득국이며 한국 전쟁 때 아시아 국가중 최초로 군대를 파병해 도와준 형제의 나라"라며 "필리핀에게 받았던 도움을 되돌려 준다는 의미에서 필리핀 원조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타클로반 지역에 대한 보건·교육 지원은 재난 피해를 당한 현지 주 정부의 요청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수원국 중심'의 사업"이라며 "현지 주민의 삶의 질 향상, 수원국과 지원국의 우호협력 증진 등 개발협력의 기본 목표를 충족시킨 성공적인 원조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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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다시 청와대…낙수효과 기대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22일부터 언론 브리핑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되면서, 용산 대통령실 시대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말부터 청와대에서 집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시 청와대 시대가 오는 것이다.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부근의 효자동과 통의동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을 방문해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기대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다만 기자와 취재원들의 만남이 무작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전체 상인과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23일 효자로 남단에서 청와대 방향을 바라본 모습. 우측으로 경복궁 영추문이 눈에 들어온다. 2025.12.23 calebcao@newspim.com ◆ "낙수 효과로 장사 잘 될 것 기대 중" 이날 오전 자하문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A씨는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돌아왔다니까 기대하는게 크다"면서 "아무래도 직원들도 돌아오고 하니 매출이 늘어나지 않겠어요?"라고 예측했다. A씨는 장사를 시작한지 3개월 가량 지났다고 밝혔다. 점심 무렵인 오전 11시쯤 효자동에서 5년째 음식 장사 중인 김광재 청기와집 사장(62)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移轉) 전후를 설명했다. 김 사장은 "용산으로 가기 전에는 점심 장사로만 60~70명 정도를 받았고, 청와대 외곽을 경비서는 경찰 인력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서 "그러다가 청와대를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나서는 5~6개월간 관광객이 몰려들며 300명씩 받는 '특수'를 누렸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후에 거의 다 관람하고 나서 청와대 신비감이 떨어졌고 2년 가까이 장사가 엄청 안됐다"면서 "용산으로 가기 전에 비하면 반 토막 정도 떨어진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대통령실이 돌아온다니까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김 사장과 대화하는 중간에 청와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 직원 7명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김 사장이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손님들의 자리 안내를 한 후 다시 돌아와 인터뷰를 계속했다. "지금도 사람들이 들어오잖아요. 저분들은 기동대인데, 낙수효과지. 근무하는 인원이 몇 천은 될 테니까. 그 안에서 식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밖으로 나와서 먹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도시락을 맞출 수도 있으니까 우리에겐 기회지." 집회나 시위에 대한 걱정이 없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시위 걱정? 시위대가 온다고 식당을 부수진 않으니까, 왔으면 밥이라도 한 그릇 먹겠지 우리 손해는 아닐 겁니다"라면서도 "다만 주민들은 피해를 볼 수도 있겠네요. 막 욕하고 시끄럽게 떠들고 할 테니까"라고 내다봤다. ◆ "별 체감 안 되는데" 시큰둥한 반응...임대료 증가 걱정도 효자동에서 남쪽에 인접한 경복궁 옆 통의동 골목에서 25년째 한식당을 하고 있는 60대 여성 B씨는 "솔직히 (장사가 잘 되는)체감이 아직은 안가요. 뭐 돌아오면 나아지겠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우리 집은 경찰이나 직원들이 오는 집은 아니에요. 그 전에도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고. 주로 경복궁에 놀러 온 사람들이 찾아와요"라며 "(이전에 청와대 사람들이)오더라도 그 사람들은 왜 이렇게 룸을 찾는지, 음식 맛보러 오는 게 아니라 대화하려고 오는거야. 그래서 대통령실 돌아왔다고 해도 그냥 그래"라며 얼버무렸다. 경복궁과 통의동을 가르는 효자로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76세 남성 C씨도 대통령실 복귀가 자신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바람에 상권 변화에 따른 불안정성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원래 12월은 비수기라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체감이 안 가는 걸 수도 있는데, 여기서 15년 장사를 했는데, 그 전에도 대통령실 직원들이나 경찰들이 우리 가게에는 오지 않았어요." C씨의 가게는 커피콩을 직접 볶는 '로스팅' 전문점이다. 과거 문재인 정권 시절에는 청와대에서 커피콩을 사러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고객은 경복궁을 찾는 관광객들이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가기 전에 이 안쪽 골목에는 비싼 한식집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고위 관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었겠죠. 그런데 용산으로 가버리니까, 그 집들이 다 카페로 바뀌었어요. 옛날엔 이 근방에 카페가 5~6곳이었는데, 올해만 20곳 넘게 생겼어요." C씨의 설명에 따르면 청와대가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며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고 한다. C씨의 추측으로는 올해 들어 주변 상점들의 임대차 계약 만료일이 겹쳤는지, 전체적으로 월세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한다. "이 부근 월세가 보통 30평에 500만원을 내는데, 다른 카페들 보면 더 큰 평수겠지만 1000만~1500만원 내는 곳도 있습니다. 근데 보시면 알겠지만 장사가 안돼요. 내 나이에는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월세만 내면 버티지만 다른 곳들은 걱정입니다" 집회와 시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시위도 두 종류가 있다"며 "무슨 노조들이 하는 시위는 매출과 관계 하나도 없고 시끄럽지만, 여러 시민단체나 각 개인이 와서 하는 시위는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옆 무궁화동산에서 만난 산책 중이던 동네 주민 D씨는 "원래 여기가 조용하기도 하고 시끄러운 곳"이라며 "용산으로 갔을 때도 큼지막한 시위는 항상 광화문에서 했기 때문에 별 차이는 못 느꼈다"고 얘기했다. D씨는 "옛날 2008년에 광우병 시위를 크게 할 때는 집에 가는 길도 시위대랑 경찰에 막혀서 불편한 게 많았다"면서 "그런 것만 제외하면 동네 사는 게 나쁘진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와 관련해 수백억원의 혈세가 낭비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용산에서 다시 청와대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269억원, 그 자리에 국방부가 다시 들어오는 데 238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길 때 든 비용 800억원을 합산하면 총 1300억원의 비용이 낭비된 셈이다. calebcao@newspim.com 2025-12-2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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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19만명 정보 유출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내 최대 신용카드사인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 약 19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신한카드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하고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신한카드는 23일 가맹점 대표자의 휴대전화번호를 포함한 총 19만2088건의 개인정보가 신규 카드 모집 과정에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신한카드 본사 전경[ 사진=신한카드] 2025.06.18 yunyun@newspim.com 유출된 정보는 ▲휴대전화번호 18만1585건 ▲휴대전화번호와 성명 8120건 ▲휴대전화번호·성명·생년·성별 2310건 ▲휴대전화번호·성명·생년월일 73건 등이다. 신한카드는 조사 결과 주민등록번호, 카드번호, 계좌번호 등 민감한 신용정보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가맹점 대표자 정보 외 일반 고객 정보와도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해킹 등 외부 침투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며 조사 결과 일부 내부 직원의 신규 카드 모집을 위한 일탈로 밝혀진 만큼 유출된 정보가 다른 곳으로 추가 확산될 염려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현재까지 해당 정보로 인한 실제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향후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고 사실과 사과문을 게시하고, 가맹점 대표자가 본인의 정보 포함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조회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개별 안내도 병행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객 보호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이 '목적 외 개인정보 이용'인지, '정보 유출'인지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할 필요가 있으나, 적극적인 고객 보호를 위해 '정보 유출'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unyun@newspim.com 2025-12-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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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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