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조용헌 조선일보 칼럼리스트 초빙해 전직원 특강
성차별·무속 발언 속출…부적절한 강의내용에 직원들 반발
강연비 350만원…장철민 의원 "섭외 과정에서 검증했어야"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부적절한 내용과 성차별적인 발언이 난무한 인문학 특강을 열어 파문이 일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전 임직원에게 출석부를 쓰게 하고, 불참할 경우 사유서를 제출하게 하는 등 사실상 참석도 강제했다.
19일 장철민 의원실이 지역난방공사로부터 자료를 제출 받아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조선일보 칼럼리스트이자 불교 민속학 교수인 조용헌 씨는 지난 12일 '인생을 바꾸는 여섯가지 방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비는 350만원이었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장철민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 [자료=장쳘민 의원실] 2024.09.19 rang@newspim.com |
조 씨는 이날 강연 도중 "남자 정액 총량이 정해져 있고 아껴쓰면 몸에 양치가 차서 눈에서 빛이 난다", "돈은 세컨드한테만 쓴다"는 등 부적절한 언행들을 쏟아냈다. "집터가 안 좋으면 죽을 수도 있다", "내세와 귀신을 믿어라" 등 비과학적인 무속 발언들도 이어갔다.
지역난방공사가 장철민 의원실에 보낸 답변에 의하면 해당 특강의 목표는 '인문학을 통한 개인의 긍정적인 변화 도모와 전 임직원이 함께 소통하는 조직문화 조성'이었다. 강연 내용은 '과거 사례를 통한 베푸는 삶', '인생의 스승·명상·독서 등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 등으로 기재했다. 하지만 실제 이뤄진 강의는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날 특강 종료 이후 지역난방공사 내부 게시판에는 "인문학 강의가 아니라 스탠딩 코미디였다", "다시는 이런 강사가 섭외되지 않도록 해달라", "이런 걸 왜 들으라고 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등 수십개의 비판 댓글이 달렸다.
또 "친일 논란은 저리 가라"는 댓글도 달렸는데, 이는 조 씨가 과거 칼럼에서 친일 기업과 집안을 수 차례 칭송해 논란이 됐던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조 씨는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 캠프 내 무속인과 관련한 칼럼을 조선일보에 연재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댓글 중 일부 [자료=장철민 의원실] 2024.09.19 rang@newspim.com |
특강을 기획한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강사 섭외기관의 제안을 받고 내부 검토를 통해 강사를 섭외했다. 강의 전 강의 자료를 검토했을 때는 해당 내용이 전혀 없었다"며 "강의를 들으며 직원들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고, 특강 후 직원들에게 특강 진행 경위와 함께 사과의 글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불출석 사유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참석을 강요한 사실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기간이 끝나고 특강을 다시 진행했는데 직원 참석율이 저조해 참석 독려 차원에서 (사유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참석을 강제하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장철민 의원은 "강사 섭외 과정에서 강사의 평소 주장이나 논란 등을 충분히 검증했어야 한다"며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공공기관의 공적 역할 수행에 맞는 교육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 국정감사 기간에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