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사업효율화' 방점...위스키 중단에 제주소주까지 정리
와인앤모어 일부 매장도 철수...사업성 검토 지속
주력인 와인 유통에 집중...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전환 가속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신세계L&B가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제주소주를 오비맥주에 넘겼다. 이른바 '정용진 소주'로 불리던 소주 브랜드 '푸른밤'을 철수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킹소주24'를 내놓으며 재기에 도전했지만 탐탁지 않은 시장 반응에 결국 사업 정리를 결정한 것이다. 올해 위스키, 소주 사업부를 차례로 정리한 신세계L&B는 주력인 '와인'에 집중하면서 효율화 작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연말쯤 제주소주를 오비맥주에 매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매각대금은 500억~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신세계L&B는 올 초 위스키 사업을 중단하면서 '사업 효율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6월 제주사업소를 물적분할해 제주소주를 신설하고 매각 기반을 마련했다.
제주소주 푸른밤 페트병 [사진=신세계] |
제주소주는 2011년 제주 향토기업으로 출발해 2016년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인수됐다. 당시 정용진 회장이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2017년 '푸른밤' 브랜드를 내놓으며 이른바 '정용진 소주'로 불리기도 했지만 참이슬, 처음처럼 등 상위 브랜드에 밀려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제주소주는 이마트 인수 이후 줄곧 적자를 지속하다 2021년 푸른밤 사업을 중단하고 수출용 소주 중심의 사업만 남겨둔채 신세계L&B에 흡수 합병됐다.
'푸른밤' 단종 2년 만인 지난해에는 24도짜리 소주인 '킹소주24'내놓으며 소주사업 재기에 도전했다. 저도수 열풍이 부는 소주 트렌드 속에서 이례적인 고도수 제품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뚜렷한 성과없이 단종 수순을 밟았다. 소주시장 마지막 도전에서 고전하자 결국 사업 매각으로 선회한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L&B는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2022년 3년간 와인 열풍 트렌드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수혜를 받았다. 그러나 와인 인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2,5%, 93.8%나 급감하며 악화일로를 걸었다.
위기감이 짙어진 신세계L&B는 올 초 신사업으로 추진하던 위스키 증류소 건립 사업을 중단하고 '경영 효율화'로 방향을 틀었다. 상반기 중 주류 전문 매장인 '와인앤모어' 3개 매장을 철수했으며 현재 수익성을 중심으로 기존 매장의 폐점 등도 검토 중이다. 관련해 현재 '와인앤모어' 30개점과 이마트 에브리데이에 입점한 '와인앤모어 데일리' 12개 점 등 총 4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와인앤모어를 와인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방향성도 설정했다. 그 일환으로 'W&M Beauty(와인앤모어 뷰티)' 상표를 등록, 연내 와인을 원재료로 한 화장품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주력인 와인 유통업에 집중하자는 기조로 연말까지 사업효율화 작업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와인앤모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고 와인 화장품 출시도 그 마케팅의 일환으로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