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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손'과 추석(秋夕) 사이

기사입력 : 2024년09월11일 10:19

최종수정 : 2024년09월11일 13:26

'장손'이 사라진 세상은 과연 행복할까
결혼하지 않는 사회, 가족 공동체의 붕괴
추석과 설날이 있어 아직 살 만한 세상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경상도 어디쯤이 고향인 친구가 있었다. 그는 한국의 대표 성씨 중 하나인 집안의 종손이었다. 이 친구가 성격이 좀 급했다. 한번은 차를 몰고 가다가 험한 산길에서 굴렀다. 다행히 차만 좀 부서지고 사람은 멀쩡했다.  어느날 이 친구가 그 당시로서는 그보다 더 튼튼한 차가 없을 정도인 '지프차'를 몰고 나타났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장손'의 한 장면. [사진 = 인디스토리 제공] 2024.09.11 oks34@newspim.com

사고 소식을 접한 어른들이 문중 회의를 소집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모금을 통해 종손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차를 사주기로 결의한 것이다. 그 친구의 회사에는 가끔씩 모시 적삼을 곱게 차려입은 문중 어른이 찾아오곤 했다. 돌아가면서 종손의 안위를 살피기 위함이었다.

종손의 사전적 의미는 종가의 대를 이을 맏손주를 뜻한다. 이 경우 대개는 남자만 해당된다. '장손'은 한 집안의 맏이가 되는 손자를 말한다. 11일 개봉한 영화 '장손'은 요즘 시대에 잘 보기 힘든 소재의 영화지만 여러 가지로 함의하는 바가 큰 영화다.

경상도의 한 시골, 두부 공장을 운영하는 일가의 제삿날이다. 타지에 있던 직계 가족 3대가 전부 모였다. 대를 이을 장손 성진(강승호)도 예외는 아니다. 할아버지(우상전)와 할머니(손숙)는 누구보다도 그를 반긴다. 그분들에게 장손은 집안의 대들보이자 미래다. 식구들은 성진에게 자정이 돼서야 지내는 제사를 앞당기자고 할아버지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다. 할아버지도 장손의 부탁을 냉정하게 잘라내지 못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장손'의 한 장면. [사진 = 인디스토리 제공] 2024.09.11 oks34@newspim.com

요란한 대가족 제사 풍경이 이어지지만 영화 속 대가족은 조금씩 균열을 보인다. 서울에서 무명배우로 활동하는 성진도 기왕 내려온 김에 좀 더 머물라는 조부모 만류에도 서둘러 귀경 길에 오른다. 할아버지는 집안의 장손이 대대로 물려오던 가업인 두부공장을 운영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성진은 처음부터 관심이 없다.

성진은 물론 젊은 세대들에게 제사나 명절, 대를 잇는 가업은 고리타분한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도 염색하고 배꼽티 입은 외사촌 여동생의 등장 만으로 그런 붕괴는 예정돼 있다. 이 영화는 3대 대가족의 내밀한 역사를 통해 세대, 젠더, 계급 갈등이 충돌하는 가장 한국적인 가족의 초상을 담았다. 한 대가족의 고요하면서도 스펙터클한 붕괴를 묵직한 주제의식과 섬세한 연출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추석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가 점처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1인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추석은 가족공동체를 유지하는 유용한 명절이 아닐 수 없다. 사진은 추석 차례상 차림. [사진 = 본사 자료사진] 2024.09.11 oks34@newspim.com

어김없이 추석이 돌아왔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벌초 행렬에 합류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벌 조심을 하면서 예초기를 돌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벌초를 끝내고 내년에는 하지 말자고 투덜댔을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성행렬에 오를 것이다. 차례상을 앞에 두고 정치 얘기며, 집안의 대소사 얘기로 즐거울 것이다.

그러나 영화 '장손'이 펼쳐 보인 고요하면서도 스펙터클한 붕괴는 시작된 지 오래다. 3대가 모여사는 대가족은커녕 1인 가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제사는 물론 설 명절이나 추석명절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들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결혼 적령기를 놓친 청춘남녀들은 결혼하라는 잔소리가 이어지는 명절에 이런저런 핑계로 빠지기 일쑤다. 또 더 이상 봉분을 만들고 벌초도 하지 않는다.

물론 유교적 관습은 때로 불편하면서도 거추장스럽기까지 하다. 홍동백서와 어동육서와 조율이시가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죽고 나면 그만인 삶인데 모여서 조상님께 제례를 올린들 무슨 소용일까. 유교적 삶 속에서 여성들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으면서 고통을 참아왔을까. 어른들을 공경하라는데 공경할만한 어른은 과연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끊임없이 밀려든다. 

장손의 자리가 사라지고, 벌초도 하지 않고, 차례를 지내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꼭 지켜야할 것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다. 가족은 세상을 구성하는 주춧돌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공동체를 지켜야 한다. 가족이 모여서 마을이 되고, 마을이 모여서 도시가 된다. 국가도 결국 그런 공동체의 확장이다. 갈수록 개인화 되고 파편화 되는 세상이지만 가족과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추석과 설날이 있어서 그나마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추석날 아침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나누자. 그리고 험담 대신 덕담을 하자.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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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로봇 '개미' 순찰·배달 시작 [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자율주행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대표 김병수)는 양천구 소재 공원에 자율주행로봇 '개미(GAEMI)'를 도입해 수거·순찰·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7월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을 획득한 오픈형 타입의 '개미'는 이번 양천구에서 첫 운행을 시작했다. 넓은 적재 공간과 개방형 구조로 다양한 작업이 용이하게 설계된 오픈형 타입의 '개미'는 공원 내 재활용품 수거 서비스 및 안전순찰을 수행할 계획이다. 서울경제진흥원의 지원 사업 중 첨단기술이 적용된 혁신제품· 서비스를 시정현장에 활용 및 실증해 사업화를 지원하는 '테스트베드 서울'에 선정돼 양천구와 함께 2024년 실증을 진행한다. 또한 2025년부터는 '스마트로봇존'을 통하여 본격 기술사업화를 진행하는 것으로 각각 최종 선정됐다. 이를 통해 양천구 내 '양천', '파리', '오목' 총 3개소의 공원에서 각 8대씩 최종 24대의 '개미'를 운용하게 된다. 공원 곳곳에 배치된 QR코드를 통해 호출하면 해당 위치로 도착 후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방식이다. 플라스틱, 종이, 캔 등의 수거함이 구별된 '개미'들은 재활용품 수거 이후 자동으로 충전 스테이션으로 복귀한다. 또한 수거함이 가득 차면 '개미'는 스스로 집하장으로 이동해 재활용품을 비운다. 이외에도 '개미'는 야간 공원 이용객들의 안전을 더욱 강화한다. 일정 시간이 되면 지정된 순찰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화재, 도난 등 긴급 사고 발생 시 즉시 감지하고 관제센터에 실시간으로 전송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로보티즈는 '개미'의 자동화된 수거·순찰 로봇 서비스의 도입을 통해 도심공원의 환경 미화 문제와 더불어 고령화된 근로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쾌적한 녹지 환경을 조성하는데 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개미'는 공원 인근 중소상공인과 협의를 거쳐 공원 내부까지 상품을 배달해주는 로봇 배달 서비스까지 수행하며 공원 내 편의성 더욱 높일 예정이다. 추가로 도입될 배달 서비스까지 포함하여 2025년까지 총 24대로 확장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로보티즈의 자율주행로봇 '개미'는 올해 1월 국내 최초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 1호를 획득하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도심지, 캠퍼스, 공원, 아파트, 병원, 호텔, 캠핑장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오랜 기간 실증을 거듭하며 쌓은 방대한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능 향상과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본격적인 자율주행로봇 양산 납품과 배송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이번 서비스 도입을 통해 공공분야에서 자율주행로봇 '개미'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나아가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인력 효율화를 기대한다"라며 "앞으로 로보티즈의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자율주행로봇 '개미'가 활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로보티즈] ssup825@newspim.com 2024-09-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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