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개혁 대통령실·국회 싸움에 휩쓸려 침몰
21대 개혁 참여한 전문가들, 정보 비공개 지적
정치권 표퓰리즘 우려…정부가 중심 잡아야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거친 파도에도 배가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은 '평형수' 때문이다. 배의 크기와 화물량에 맞춰 물의 양을 조절해 배의 중심을 잡는다.
지난 21대 국회의 연금개혁은 대통령실의 함구령에, 그리고 여당과 야당 당리당략에 휘둘리며 결국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심을 잡아야 할 복지부가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배의 '평형수' 역할을 해야 한다.
신도경 경제부 기자 |
21대 연금개혁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보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21대 연금개혁이 막을 내리기 직전인 지난 5월 복지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미적립 부채(연금지급부족액)가 1700조원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월 추계해 발표한 연금지급부족액 609조와 2배 차이다. 전문가들은 KDI가 추계한 연금지급부족액이 정부의 계산값과 차이가 나는데도 복지부는 바로잡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보 투명성은 국민연금개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신력이 있고 전문가들이 국민연금의 기금소진시점, 재정전망을 추계할 때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변수로 계산해 팩트(사실)을 따져야 하는데 전문가마다 가정과 변수가 다른 탓에 한국의 국민연금 논의 과정은 팩트가 아닌 주장 싸움으로 전락한다. 그렇다고 해서 복지부가 전문가들이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직접 계산한 값을 공개하는 것도 아니다.
다시 떠오른 국민연금 개혁을 완수하려면 복지부가 21대 연금 논의 방식과 달리 대응해야 한다. 바닷물을 채우듯 정보를 모아 고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아진 정보와 오랜 고심을 거친 결과를 배출해야 한다.
이해관계자의 표심을 반영해야 하는 정치권은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여러 세대가 얽힌 사안이라 국민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싸움 속에서 균형을 잡고 국민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은 복지부뿐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마지막에서 입법을 통하기 때문에 정부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체 있는 대통령실과 국회보다 실체 없는 국민이 더 무섭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복지부의 선택은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고 미래 국민은 이 시대의 복지부를 언제든 되돌아보고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2대 국회에서는 정부가 국회를 따르는 위치가 아닌 협업하는 위치에서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 복지부가 '평형수' 역할을 얼마나 제대로 하느냐에 따라 국민연금 개혁의 성패가 달려 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