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 인정...손해 배상해야"
대법 "재건축 필요성 인정...불합리 조건 제시 아냐"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건물의 재건축 계획을 고지하더라도 이를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로 볼 수는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8년 4월 서울 강서구 건물에 2년간 임대차보증금 2200만원, 월 차임 260만원의 조건으로 건물주 B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1년 6월 임대차계약을 1년 연장했으며, 2022년 7월에는 임대차계약에 관해 묵시적 갱신이 이뤄졌다.
해당 건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A씨는 2022년 8월 점포 시설 및 권리 일체를 C씨에게 권리금 7000만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건물주 B씨에게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요청했다.
그런데 건물주 B씨가 '해당 건물은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어 3년의 임차기간에 한해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이 가능하다'고 고지하자 A씨와 C씨의 권리금 계약은 해제됐다.
그러자 A씨는 "재건축 계획 고지로 계약이 해제됐고 음식점을 양도하면서 얻을 수 있는 권리금 회수 기회가 방해됐다"며 "손해를 본 권리금 7000만원 상당의 금액을 배상하라"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7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원심은 "피고가 막연히 장래에 재건축 계획이 있음을 이유로 새로운 임차인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임대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어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에도 공평의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된다며 B씨가 A씨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는 1997만원 상당으로 제한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건물은 1985년 사용승인을 받은 건물로 피고는 재건축을 위해 해당 점포를 포함해 상당 부분을 공실로 두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재건축 필요성이나 재건축 의사의 진정성 등이 인정되고 철거·재건축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의 고지가 특별히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불합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고 피고가 고지 내용과 모순되는 행동을 한 정황도 드러나지 않는다"며 "피고의 고지가 상가임대법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