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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이방인]④ 이-팔 전쟁 토론 유창했던 그녀…한 단어에 멈춰섰다

기사입력 : 2024년09월04일 06:00

최종수정 : 2024년09월04일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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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할 언어 선택

농담 따먹기·토론까지 하는 외국인 학생도
고등학교 공부 따라가는 데 어려움
단계적 배움 없어 대학·직장 생활까지 영향
더 많은 교육기관 필요…단계적 학습법도 절실

부모 중 한명이 한국 국적이고 다른 한명은 외국 국적인 '다문화 가정'과 달리, 최근 다양한 형태의 외국인 가정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가정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은 부모의 국적을 그대로 물려받으면서 한국에서 나고 자라난다. 익숙한 한국에서 살고 싶지만 노력해도 한국 사회의 허들은 높다. 적은 선택지 때문에 번번이 오답을 찍는 '이주배경 청소년'의 실태를 살펴보고 해결책을 구한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다나(가명·19)는 미국의 케이블 채널 CNN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다나 입장에서는 해당 방송사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CNN은 이스라엘인을 '순교자'라며 높여 불렀고, 팔레스타인인을 건조하게 '사망자'로 칭했다.

"팔레스타인은 피해자예요." 다나는 팔레스타인이 독립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에 한국 독립운동가가 일본인을 쐈듯이,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폭력은 불가피하다. 다나는 팔레스타인의 선택을 지지하기 위해 대만의 식민지 역사를 끌고 오기도 했다. 

이후 외국인 여성에게 여성용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던 다나는 취재진이 말한 한 단어에서 멈춰섰다. 그 전까지 다나의 생각은 쭉쭉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시혜적'이 무슨 뜻이에요?"

◆ 농담 따먹기까지 해도…"고등학교 공부는 못 따라가요"

'시혜적'은 고등학교 사회문화 과목에 나오는 단어다. 고등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뜻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 단어는 정작 국립국어원의 '국어 기초 어휘 목록' 4만 개에 포함되지 않는다. '시혜적'이라는 단어를 몰라도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일상에서 한국어를 무리 없이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언어와 학습언어가 극명히 나뉘는 지점이다. 실제로 다나는 일상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 공부를 따라갈 정도로 학습언어에 유창하지는 못했다.

취재진과의 인터뷰 도중 다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몇 개를 골라 빠르게 문장을 짜냈다. 버벅거리지도 않았다. 다나는 공동체의 규범을 인지하고 성찰하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다나는 지난해 지자체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참석해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가자마자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제2차 세계 대전의 종식과 더불어 서구 세계를 중심으로 확산된 복지 국가는 사회 복지의 증진을 국가 간 주요 경쟁 항목으로 자리 잡게 함으로써 국가 중심 사회 복지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수능특강 발췌)' 같은 문장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던 셈이다.

다나와 같은 이들은 적지 않다. 중도입국 청소년 하오위(가명·19)는 고등학생 1학년 때 스스로 유급을 택했다. 고등학교 수업은 어려웠고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좋은 성적을 받고 싶었다. 두 번 반복된 수업 끝에 성적표에 내신 3등급이 찍혔다.

'안 되겠다.' 2학년 명찰을 받아든 하오위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만이 가득 찼다. 그 전까지 하오위에게 포기는 없었다. 11살 때 한국에 처음 발을 디딘 후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했다고 자부했다. 중학생 때만 해도 성적표를 받아들면 기분이 좋았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의지만으로 일궈낸 결과였다.

그 마음은 어느새 바래 있었다. 2학년 교과서만 보면 울렁거렸다. 고등학교에서 남은 2년을 몇 번이고 반복하더라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 의무교육-고등교육-취업 수순마다 이탈…한국어가 가장 큰 벽

현장에서도 일상언어를 완성해도 학습언어를 가르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토로한다. 박상희 인천교육청 세계시민교육과 장학사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배워서) 학교에 갔음에도 공부할 때 필요한 한국어를 완성하기까지는 6~7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이탈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다문화 학생들은 초등학교에는 11만1640명, 중학교에는 3만9714명, 고등학교에는 1만6744명이 진학한다. 

한국어는 외국인 학생들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들의 체류 자격을 결정하는 데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들은 대학에 진학해야만 비자(D-2)를 받아 한국에 머무를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어려운 한국어 때문에 고등교육이나 학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퇴할 경우 체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미등록 외국인'이 된다. 

성적이 낮은 상황에서는 대학을 다니기도 어렵다. 법무부에서 D-2 비자를 연장할 때 고려하는 요소는 성적이다. 법무부가 '가짜 유학생'을 가려내기 위해서 도입한 평가 기준이라지만,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학업성취도 기준이 높은 한국에서 학습언어를 습득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특정 직업·직종에서만 쓰는 한국어도 알아야 한다. 은수연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실장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쟁반'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쩔쩔매는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은 실장은 이어 "공부에만 매달려 있는 친구들은 청소년기에 알아야 할 문화나 예절을 습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도 표했다. 

한국인은 '의무교육 - 고등교육 - 취업'을 당연하게 넘어야 할 과정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주배경 청소년에게는 하나의 허들이 더해진다. 매번 새로운 언어를 익혀야 하는 부담이다. 결국 하오위처럼 생애주기가 미뤄지기도 한다. 

◆ "시험 수준 낮춰야" VS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오간다. 시험 난이도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직업학교를 운영하는 A씨는 실무가 뛰어나지만 필기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한국에서 살지 못하는 외국인을 목격했다고 한다. A씨는 한국어 시험 난이도를 낮추되, 이주배경 청소년이 직장에 들어가든지 자격증을 딸 때 실무 기준을 높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교원 B씨는 시험 난이도를 낮추는 것을 특혜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외국인들의 성적이 높아지더라도 한국인보다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어차피 대입 준비 때도 외국인 전형이 따로 있고, 한국에 있는 외국인끼리 경쟁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관에서 일하는 C씨는 "이들이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똑같이 경쟁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한두번 배려받으면서 취업까지 연결되다 보면 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학교를 당연히 거쳐가야 할 곳으로 생각하는 실무자들도 많다. 지자체 관계자 D씨는 "한국어를 알려줘도 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준은 안 된다"라고 인정했지만, 대안학교 등의 방안에는 회의적이었다.

외국인들이 궁극적으로는 제도권 안에서 인정받아야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D씨는 "한국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려면 학교에는 꼭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를 원한다는데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단계적 교육 기관 절실…학생들 반응 '긍정적'

하지만 고등교육을 필요로 하는 이주배경 청소년들을 위해 단계별 교육 기관이 절실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의 한국어 수업은 한국어 기초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나 이주민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고등학교 수업에 필요한 용어를 설명해주는 곳은 드물다. 

모범 사례로 인천교육청이 주목할 만하다. 인천교육청에서는 한국어 단계적 학습법을 일부 초등학교에 적용하고 있다. 

첫번째 단계는 프리스쿨 학급 대안 교실이다. 학생들은 주에 20시간, 두 달간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교육받는다. 이후에는 한국어 공부 시간이 주 10시간으로 줄어들고, 나머지 시간에는 학급에서 공부하게 된다.

한국어 공부가 끝난 3단계에 이르러서도 외국어를 공부한 학급 선생님들이 따로 외국인 학생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들의 학습을 도운다.

실제로 외국인이 유난히 많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직접 러시아어를 공부하기도 한다. 수업시간에 이들을 일대일로 칭찬하는 등 의사소통을 위함이다.

다나 역시 교육청에서 지정한 대안위탁기관에 다니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다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꿈빛학교'에서 수업을 들었다. 센터에서는 학생들의 언어 수준을 고려해 이들을 각각 1반과 2반으로 나눠 가르쳤다. 

선생님들은 수업 도중 정확한 이해를 위해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러시아어와 영어, 베트남어, 몽골어 등으로 번역된 교과서를 나눠주고,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원어로 번역했을 때 의미가 잘 전달되는지를 재차 확인했다. 

◆ 접근성 낮은 교육기관…지역 곳곳에 선생님 배치해야

정규 교육기관에서 아이들을 개별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교원 수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박상희 장학사는 아이들 한명한명을 붙잡고 수업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주배경 청소년이 급격히 늘어나는 인천은 섬이 많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박상희 장학사는 한 학교에 한국어 교육을 필요로 하는 이주배경 청소년이 한두명만 있어도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간에도 교육 편차가 큰 만큼, 정부에서 일괄적인 조사를 통해 교육기관을 갖출 필요도 있다. 

경기도 시흥시에서는 지자체에서 공교육 진입 전 학생과 진입 후 학생을 나눠 교육 지원을 하고 있는 반면,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노라(가명·20)는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

학생 시절 동안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한 노라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야 레인보우스쿨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마저도 센터가 1시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낮다. 

박상희 장학사는 "이주배경 청소년들도 학교 내에서 공부를 잘하고 싶어하고, 대학도 가고 싶어한다"면서 "방치된 이들이 결국 해외로 나간다는 결정을 한다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손실"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ell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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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군 2030~2040년 '건함계획' 발표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해군이 2030년대부터 2040년까지 한국형 이지스함(KDDX)을 3차까지 진행해 총 18척을 확보하고, 장보고IV 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해상초계기를 추가로 도입하기로 하는 등 새로운 '건함계획'과 '해상초계 전력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각종 전술핵 탑재 무기와 신형 전략무기 체계를 대거 공개하며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데 따른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초음속 순항미사일 2종, 그리고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함의 장거리 타격 능력 강화 정황이 확인되면서, 우리 군의 대응체계와 방어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화오션이 서울ADEX에 선보인 한국형 이지스함(KDDX) 모형. [사진=디펜스타임스 제공] 2025.10.20 gomsi@newspim.com ◆한국형 차기 이지스 구축함(KDDX) 12척 추가 건조 = 해군은 최우선으로 만재배수량 8000톤급 한국형 차기 이지스 구축함(KDDX) 추가 전력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해군은 세종대왕급(세종대왕함, 율곡이이함, 서애류성룡함) 구축함, 정조대왕급(정조대왕함, 다산정약용함, 3번함 건조 중) 구축함 등 이지스 구축함 6척 확보와 함께 KDDX를 최대 18척까지 보유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KDDX 사업은 배 선체부터 전투 체계, 레이더 등 무장을 국내 기술로 만드는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한다. 신형 군함을 도입하는 7조8000억 원 규모의 KDDX 사업은 방위사업청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진전되지 않고 있음에도, 해군이 KDDX Batch-Ⅱ, KDDXⅡ 사업을 만들어 국산 이지스함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은 한미 간 '기술 이전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19일 해군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군은 지난해 6월 미 해군 측에 서한을 보내 "북한 위협 대응을 위해 정조대왕급 이지스함과 SM-3/6 함대공미사일 확보 등을 추진 중이지만, 이지스함 전투력을 크게 높이는 협동교전능력(CEC) 미탑재로 초수평선, 장거리 대공표적 대응 능력이 제한되고 있다"며 대한(對韓) 수출을 요청했다. CEC는 지구의 곡면 특성을 감안, 여러 함선과 항공기에서 레이더 등으로 추적·확보된 표적정보를 고용량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 융합·분배해서 공통 표적을 산출, 원격교전을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다. 이에 대해 미 해군은 같은 해 8월 답신에서 "미 정부의 수출통제 및 기술이전 정책은 한국에 대한 CEC 수출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미 해군은 거부의 이유로 밝힌 '수출통제 및 기술이전 정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호주는 2018년 호바트(Hobart)급 방공구축함, 일본은 2020년 8번째 이지스함이자 아타고급의 개량형인 마야급 이지스함에 CEC를 탑재하도록 허용했지만, 한국에는 CEC를 판매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명백하게 밝힌 것이다. 호주·일본에는 CEC를 제공한 미국이 같은 동맹국인 한국에는 수출하지 않으려는 '이중적 태도'에 실망한 해군이 이지스함 기술 국산화를 표방하는 KDDX 추가 건조로 방향을 틀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판매 거부에 따라 해군은 2030년대 중·후반까지 미국 CEC와 유사한 '한국형 해상통합방공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이를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관련 핵심기술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ADD가 개발하는 한국형 해상통합방공체계는 이지스 구축함, 해상초계기, 항공모함 등 해군 전력과의 연동,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 요격체계(L-SAM) 등 첨단 무기체계에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산 전투체계를 쓰는 세종대왕급·정조대왕급 이지스함에선 한·미 간 체계 연동 및 통합 여부 등이 불확실해 원활한 운용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해군은 정조대왕급 이지스함 추가 건조보다는 KDDX 추가건조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KDDX 사업은 총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진다. 개념설계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주했고, 기본설계는 2020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따냈다. 현재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에 착수해야 하지만, 사업자 선정을 두고 양 업체 간 갈등이 심해지며 연기됐다. HD현대중공업은 기존 관례대로 기본설계를 주도한 업체가 수의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보안 벌점을 받은 점을 거론하며 '경쟁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와 현대가 서로 한 치의 양보 없이 다투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면서 "KDDX 사업에서 한화와 현대의 대결은 '6척 싸움'이 아니라 '18척 싸움'이기 때문에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것 같다"고 했다. 해군은 현재 추진 중인 KDDX 6척 건조 사업이 출발하고, 차기호위함(FFX) Batch-IV 사업이 끝나는 즉시 곧바로 개량형이라 할 수 있는 KDDX Batch-II 사업을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적용한 KDDX-II 사업을 2035년 이후에 도입하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해 말 해군에 인도한 차세대 호위함(울산급 Batch-Ⅲ) 선도함 '충남함' [사진=HD현대중공업] 2025.10.20 gomsi@newspim.com ◆차기호위함(FFX) 사업 종료 후 차기호위함(FFX)-II 사업 = 한편, 해군은 기존 차기호위함(FFX) Batch-I/II/III/IV 사업을 완료한 후, 차기호위함(FFX)-II를 계획하고 있다. 해군은 FFX-II 사업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이지만, 건조시기와 구체적 제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해군은 차기 호위함(FFX) 사업으로 총 26척의 호위함(FFG)을 전력화 한다. FFX Batch-I 사업으로 인천급 호위함 6척, FFX Batch-II 사업으로 대구급 호위함 8척을 건조했고, FFX Batch-III 사업으로 충남급 호위함 6척을 건조하고 있다. 해군은 현재 차기 호위함(FFX) Batch-IV 사업으로 2023년부터 2032년까지 약 3조2500억 원을 투입, 총 6척을 건조하는 'FFX Batch-IV'(울산급 Batch-IV)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9~2030년경 6척의 함정 모두가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FFX 사업이 완료되면 광개토대왕급 구축함까지 모든 해역함대의 노후화된 중·대형 함정이 교체가 완료된다. ◆AI 기반의 연안초계함(OPV) 사업을 진행 = 또한 1000t급 연안초계함(OPV) 사업을 진행해, 미사일 고속함 PK-A/고속함 PK-B로 대표되는 고속함들을 보완할 계획이다. 연안초계함(OPV)은 인력 절감과 효율성을 위해 AI(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무인화 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함정이다. 1500~2200톤급으로, 기존 초계함보다 거주성 등이 향상시켜 연안 및 해상 경비, 해양 안전, 어업 지도, 해양 오염 감시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된다. 2020년 11월 10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진수한 중형급 잠수함 2번함 '안무함(KSS-Ⅲ, 3000톤급)'. 안무함은 2018년 9월 진수한 도산안창호함에 이은 장보고-Ⅲ급 두 번째 잠수함이다. 해군이 건조하는 '장보고Ⅳ' 잠수함도 같은 체급의 형상이다. [사진=대우조선해양] 2025.10.20 gomsi@newspim.com ◆장보고IV 사업 추진에 이어 2040년경 원잠 추진 = 한편, 해군의 수중전력인 잠수함 전력증강 계획에 대해 살펴보자. 해군은 2035년 이후 현재 장보고III Batch-I/II/III를 끝내고, '장보고IV 사업'으로 넘어간다.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이지만, 해군이 밝힌 장보고IV 사업은 그동안 2000톤급 잠수함으로 알려졌으나, 해군이 이번에 밝힌 방향은 3000톤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보고IV 사업 이후인 2040년 무렵, 해군은 차세대 잠수함을 건조할 계획으로, 원자력 추진 기관을 탑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P-8A 포세이돈 후속으로 한국형 해상초계기 개발 계획 = 해군은 현재 P-3C/CK와 15대와 P-8 포세이돈 6대 등 21대의 해상초계기를 보유, 휴전선 길이의 9.5배, 남한 넓이의 3.3배에 이르는 30만㎢의 작전해역에 대한 상시감시와 주요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군항공사령부 전력은 현재 P-8A 포세이돈 6대를 주력으로 2030년대를 맞이한다. 하지만 해군은 이번에 기존 P-3C/CK 대체용으로 한국형 해상초계기 사업을 추진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5월 29일 경북 포항기지에서 발생한 P-3CK 해상초계기 추락사고는 1968년산으로, 무려 57년을 운용한 노후 항공기의 위험성을 해군에 각인시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서울ADEX에서 선보인 한국형 해상초계기 모형. KAI는 2017년 스웨덴 사브가 제시한 '소드피시형'의 국내 개발 해상초계기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디펜스타임스 제공] 2025.10.20 gomsi@newspim.com 해군 관계자는 "해군은 현재의 P-3CK 기종을 2030년까지 운용하고, 그 이후에 최신예 한국형 해상초계기를 도입을 개획하고 있다"면서 "사고가 난 초계기와 동형인 나머지 P-3CK 7대의 조종사 안전, 그리고 대잠전력의 공백을 막기 위해 한국형 해상초계기 도입사업을 앞당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2025년 10월 기준, 해군은 해상초계기를 해외 직도입으로 할지, 국내개발로 할지, 획득방법을 결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4 분기에 획득방법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는 2017년 스웨덴 사브가 제시한 소드피시형의 국내 개발 해상초계기를 제시하고 있다"면서 "KAI가 기존의 에어버스 A320 여객기를 개조하는 개발 계획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향후 해상초계기 추가 소요는 운용인력을 감안해 11대로 알려졌다. gomsi@newspim.com 2025-10-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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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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