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025년 전담법관서 형사단독까지 임용
검찰, 필기시험 없애고 경력법조인 검사 임용 절차 마련
법조계선 "평생 판·검사 옛말…남아있을 이유 만들어줘야"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법원의 전담법관 제도가 형사단독까지 확대된다. 오랜 기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법원과 검찰이 획기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우수 인력 확보에 열을 내는 모습이다.
대법원은 19일 '2025년도 전담법관 임용 계획'을 공고했다. 이번 2025년 공고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대법원이 형사단독 전담법관도 임용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법원은 전담법관 제도를 도입한 이후 2013~2014년 민사소액 전담법관만을 임용하다 2015년부터 민사단독 전담법관까지 임용해 왔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전담법관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기존 전담법관들이 모범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주변 동료들에게도 큰 귀감이 됐다"며 "이런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고 법조일원화 제도의 취지와도 맞기 때문에 자신 있게 확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도 올해부터 법무관 전역자를 대상으로 한 검사 선발 절차 외에 감사원, 금융감독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재직 등 경력법조인을 대상으로 한 검사 임용 절차를 마련했다.
특히 검찰은 이 과정에서 경력법조인들이 부담스러워 한 필기시험까지 없애며 문턱을 크게 낮췄고, 법률 업무 기준도 2년으로 낮췄다. 내부적으로는 우수 인재 채용을 독려하기까지 했다.
법원의 전담법관, 검찰의 경력법조인 채용 등 제도 개선은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법원과 검찰은 오랜 기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조일원화 등 제도적인 문제와 함께 비슷한 경력의 변호사와 비교했을 때 판·검사가 받는 보수의 차이, 지방 근무가 강제되는 업무 환경 등이 판·검사 직을 유지할 동력을 상실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저연차 검사 이탈이 많아지면서 검찰 조직은 점차 피라미드 구조가 아닌 항아리 형태로 바뀌어 가는 모습"이라며 "저연차 검사가 줄어드니 남은 인력의 업무량이 크게 늘고, 이로 인해 또 이탈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법조일원화로 인해 법원은 우수한 신입 법관 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향후 법조 경력 기준이 10년으로 상향되면 더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며 "사건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데, 법관 수의 절대적인 부족이 해결이 안 되면 재판 지연 같은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생 판·검사를 하는 것보다 몇 년 경력을 쌓은 뒤 변호사 업계로 나오는 것이 보수나 업무 환경에서 현실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며 "신입이나 경력을 파격적으로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판·검사들이 법원과 검찰에 남아있을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법원 내에서 좋은 경력을 쌓고 있음에도 나갈 타이밍을 보는 동료들이 꽤 많았다"며 "이제 명예만 가지고 판·검사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여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이들의 업무량에 걸맞은 대우를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법원과 검찰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통해 인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시장 논리에 따라가는 변호사 업계와 달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법 서비스인 재판을 위해 우수 인력을 모셔야 한다는 것은 법원의 가장 큰 숙제"라며 "전담법관과 같이 오랜 경력을 가진 변호사, 젊은 변호사 등 다양한 연령대의 법조인을 뽑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