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합병에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
"합병 절차 고려해 조속히 정정신고서 제출, 재공시 진행"
적극적인 홍보도 "구조 개편, 미래지향적 결정…성장 가능성 봤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금융감독원(금감원)의 개입으로 두산그룹의 구조개편에 중대한 변수가 생긴 가운데 두산그룹은 조속한 재공시와 함께 개편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4일 공시를 통해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관련 증권 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의 조치에 따라 두산그룹은 지난 12일 발표한 사업 구조 재편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체코 플젠 시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원전 핵심 주기기인 증기터빈 생산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 |
정정신고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대한 법률에 따라 증권 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나 증권 신고서 등 중요 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 또는 표시가 있는 경우, 중요사항이 기재·표시되지 않은 경우,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은 핵심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에 대해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두산 구조개편과 관련된 정보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두산그룹 구조개편의 핵심인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은 우선 조속히 금감원이 요구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합병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준하는 정정신고서를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법상 제출 기한은 3개월 이내지만 두산그룹은 합병 절차 등을 고려해 빠른 시간 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이 사업 시너지 극대화,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개편한 사업구조. [사진=두산] |
이와 함께 두산그룹은 구조개편은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두산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합병 철회는 아닌 것 같다"며 "정정 공시를 일단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두산그룹은 이후 적극적인 홍보에도 나선다. 주가를 기준으로 한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은 두산밥캣 1 대 두산로보틱스 0.63인데 자본력과 실적에서 앞서는 두산밥캣 투자자들의 불만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이번 조치도 기업 밸류업을 강조한 정부의 방침을 두산그룹의 구조개편이 역행하고 있다는 의심 하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두산그룹은 이번 개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3사(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손자회사인데 시너지 효과가 전혀 없어 변화가 필요했다. 당초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로 중대형 건설장비 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휘하에 있었는데 그룹의 자금난으로 두산인프라코어가 매각되면서 현재의 기형 구조가 만들어졌다.
두산그룹은 최근 존디어 등 건설장비 회사들이 AI(인공지능)나 로봇 회사를 인수하거나 협업하는 등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 점을 들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 미래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 두산밥캣] |
여기에 최근 건설장비 호황으로 자금력을 확보한 두산밥캣은 기존 손자회사에서 이번 개편으로 자회사가 돼 새로운 투자가 가능해지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 됐다.
이번 구조개편이 완료되면 두산밥캣은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M&A를 하기 위해서는 대상 기업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두산밥캣은 합병 이후 적극적인 M&A(인수합병) 및 사업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구조 개편으로 두산밥캣을 인수하면서 생긴 채무에서 벗어나게 되며, 두산밥캣은 부족했던 성장성을 보완할 수 있게 된다. 두산로보틱스는 역으로 부족했던 안정성을 얻게 된다"며 "두산밥캣의 입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보다 두산로보틱스와 함께 있는 것이 미래지향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 구조개편이 금감원의 개입으로 중대 기로에 처한 가운데 두산그룹이 위기를 극복하고 구조개편을 완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