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없는학교 서울경찰청에 신협 고발
도박방조·전자금융거래 위반 혐의
은행 수수료만 하루 4000만원 예상
"꼬리 자르기 식으로 책임 회피"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가 신협을 도박 방조죄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신협이 PG(전자결제대행사)사와 결탁해 수만 개의 가상계좌를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청소년 대상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을 방조했다는 내용이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며 "은행과 PG사는 불법 도박 정황이 들킬 때마다 '가맹점의 일탈'로 꼬리 자르기식 대응을 한다"고 지적했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신협 고발장을 들고있다.[사진=노연경 기자] |
도박없는학교에 따르면 은행은 PG사가 만든 모계좌 1개를 통해 약 1만 개의 가상계좌를 발급한다. 가상계좌 발급 목적은 온라인 쇼핑몰 이용 등으로 둔갑한다.
거래가 많이 일어나는 온라인 쇼핑몰 등은 수월한 계좌 관리를 위해 주문 고객마다 다른 가상계좌를 주는 데 이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도박없는학교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은행과 PG사가 이런 식의 계약을 체결해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통해 일으키는 하루 거래 대금은 100억 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건당 400원의 수수료를 챙긴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4000만 원을 수수료로 챙겨가는 셈이다. PG사는 거래 대금의 0.15%에 해당하는 1500만 원을 챙기고, 이 돈은 다시 다단계로 뿌려진다는 게 도박없는학교의 주장이다.
도박없는학교에 따르면 제보받은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입금 가상계좌 50개 중 30개는 신협 가상계좌다. 60%에 달하는 게 신협에서 발급한 가상계좌인 것이다. 도박없는학교는 증거자료로 제보받은 신협 가상계좌 내역을 첨부했다.
조호연 교장은 "수수료가 비싼 가상계좌는 90% 이상이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이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자격도 안 되는 PG사와 가상계좌 발급 권한 계약을 체결하고 사고가 나면 몰랐다는 식으로 꼬리를 자른다"며 "그리고 해당 PG사는 온라인으로 접수된 가맹점의 일탈이라고 한다. 결국은 유령 가맹점에 책임을 미뤄 누구도 책임지지 않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신협도 이번 고발 이후엔 해당 PG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들은 몰랐다고 할 것"이라며 "가상계좌로 수백억의 도박 자금을 유통시켜주고 막대한 범죄수익을 얻는 은행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도박없는학교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보받은 불법 도박 사이트 입금 계좌를 공개하고 있다. 앞서 광주은행과 웰컴저축은행 등도 제보 내용을 토대로 금융감독원에 고발하기도 했다.
모임통장 등 계좌 발급이 쉬운 점을 악용해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의 입금 계좌로 악용됐던 카카오뱅크는 도박 없는 학교와 핫라인을 맺었다. 도박없는학교가 제보받은 계좌 내역을 카카오뱅크에 보내면 카카오뱅크가 확인을 거쳐 곧바로 계좌 지급 정지를 하는 식이다.
조 교장은 "청소년 도박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며 "경찰이 빠르게 수사하고, 은행이 계좌만 빨리 막아도 청소년 도박의 상당수는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