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 강화 기조, 국내 방산업계에 '호재'
'바이 아메리칸' 기조로 힘들 것이란 의견도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피습 사건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국내 방산업계는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 기업들은 트럼프 재집권을 전제로 다양한 전략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각) 피습 이후 당선 가능성이 치솟았다. 영국 정치 스포츠 베팅업체 스마켓에 따르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내다보는 베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65%를 웃돈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해리슨이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할 후보로 지목되고 있지만 현재 지표에선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트럼프의 재집권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미국이 세계 최대 방산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방비 지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세계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국방비 지출 상위 10개국의 국방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방산업체 입장에선 미국 시장에 진출만 하면 향후 수주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국방비 지출 규모가 확대돼 방산기업에 호재일 것으로 관측한다. 바이든 정부의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은 3.3%로 높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트럼프 후보의 당선 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국방력 강화를 강력히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는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당선된다면 미국의 국방비 증가 폭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국방 강화 기조는 국내 방산업계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에 수출하는 자주포 K9.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유럽 지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국가 안보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트럼프 재집권 시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 분담비율을 늘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이 약해질수록 한국 무기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국내 방산기업의 수출 기회는 확대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 시나리오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국내 방산업계의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국 물자 우선 구매 정책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기조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자국 중심의 방산 공급망 회복에 집중할 경우 국내 방산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방산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까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리한 것 같지만 11월 대선 전까지 대선 판세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무엇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며 다양한 대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