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이차전지 장비 제조업체 필에너지(대표이사 김광일)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는 46파이의 와인더(winder·권취기) 수주에 성공했다.

초고속 레이저 노칭(notching) 기술과 권취 기능이 결합된 제품으로 또 한 번 기술적 차별화를 구현했다는 평가다. 유럽 고객사로부터 계약을 이끌어낸 만큼 고객사 다변화도 꾀할 전망이다.

필에너지는 지난 17일 유럽 셀 메이커(cell maker)로부터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와인더 수주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2020년 테슬라가 4680(지름 46㎜, 높이 80㎜) 배터리를 공개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당시 테슬라는 기존 2170(지름 21㎜, 높이 70㎜)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은 5배, 주행거리는 16% 가량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는 2023년부터 4680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일부 모델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양산 준비에 돌입, 46파이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산업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필에너지가 수주에 성공한 이번 제품은 양극·음극을 빠르고 정밀하게 가공하는 초고속 레이저 노칭 공정과 양극·음극·분리막 등을 둥글게 마는 권취 공정이 결합된 장비다. 논스톱(non-stop)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생산 속도를 높여 작업 중단 시간을 최소화했다. 필에너지는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노칭 공정에는 필에너지의 오랜 광학 설계·레이저 기술력이 녹아 있다. 필에너지는 레이저 노칭 장비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대량으로 공급한 경험으로 배터리 극판을 레이저로 정밀하게 가공하는 기술을 장기간 축적해 왔다. 전지 끝부분을 여러 개의 탭 형태로 가공하는 46파이 와인더에도 필에너지만의 노하우가 반영됐다.

이러한 우수한 기술력 덕에 일찌감치 복수의 글로벌 기업과 수주 논의가 진행됐고 실제 계약으로도 이어졌다는 게 필에너지 측 설명이다. 앞서 필에너지는 국내외 배터리 전시회에 참석해 이 장비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달 참석한 유럽 배터리 전시회에서도 이 장비를 향한 관심이 높았다는 전언이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만큼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

필에너지는 기존 각형 배터리 관련 장비에 원통형 배터리 장비까지 추가함에 따라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게 됐다. 이번 유럽 고객사뿐 아니라 북미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필에너지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단순 매출 확대를 넘어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시장으로의 진입과 고객군을 늘려나가는 등의 큰 의미를 가진 건"이라며 "탄탄한 레이저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 포트폴리오 및 글로벌 고객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R&D를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 전극 공정,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에서도 기대에 부합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끊임 없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까지 원통형 배터리 수요는 연평균 27% 성장할 전망이다. 필에너지는 이번 수주로 원통형 배터리 사업을 본격화한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내세워 산업 확대에 대응할 계획이다.

한편 필에너지는 양극 합제부까지 레이저로 정밀 가공하는 기술도 구현했다. 레이저로 양극 합제부를 가공할 때 수율이 떨어지는 이슈를 완벽하게 보완했다. 양극 활물질 노칭에 있어 금형 기술에 견줄 수 있는 레이저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주력 제품인 중대형 각형 배터리 스태킹(stacking) 장비 및 노칭 장비의 업그레이드도 이뤄나갈 계획이다.

필에너지 로고. [사진=필에너지]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