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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총알 대신 투표용지로"…정당의 성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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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제대로 성취하려면 기초를 다지고 습득하는 지리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중도에서 포기하거나 주저 앉게 된다. 엄마에게 배우는 걸음마는 쉬운 절차같지만 갓태어난 아기에게는 고된 훈련과정이다. 배를 뒤집고 땅바닥에 기면서 키워진 팔, 다리, 아랫배의 근육은 걸음마를 위해 필수적이다. 앞뒤로 넘어질 듯한 불안함을 엄마가 조금씩 잡아주면서 단련된 다리 근육이 아기가 서서 지탱해 주는 시간을 늘려준다. 첫 발을 뗀 후 진행되는 걷기, 뛰기, 높이 뛰기, 넓이 뛰기는 엄마의 '걸음마' 연습에서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는 성장하기 위해서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그리고 그 성장의 결과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중 하나인 정당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새롭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국가성장 - 근대화, 민주화,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국가의 발전과정 초기에는 경제성장이라는 걸음마 과정이 필수적이다. 역사상 어떤 나라도 경제성장 없이는 정치적으로 안정을 지키며 발전하지 못했다. 근대화 이론(modernization theory)은 2차대전 이후 제국주의로부터 독립한 신생국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필수요소들이 요구되는지 답하기 위해 서유럽과 북미의 사례를 바탕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학파에 속한 학자 중 립셋(Seymour Martin Lipset)은 4가지의 국가성장의 필수조건을 제시했다.

산업화된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첫째 요소는 산업화(industrialization)다. 어떤 나라도 전통적 농업과 임업, 어업 등의 1차산업으로 잘 사는 국가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조금 늦게 출발한 국가들도 반드시 거쳐간 과정이 바로 산업화다. 폴 케네디(Paul Kennedy) 교수는 '강대국의 흥망'(1987)에서 1800년대 산업화 기간동안 생산된 철과 석탄의 양의 비교를 통해 국력을 측정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의 철생산 능력을 비교하면서 어떻게 세계패권이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영국에서 러시아와 미국으로 넘어 갔는지 보여 준다. 산업화는 농업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면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산업화의 결과 선진국가들의 1830년대 1인당 국민총생산 규모는 1,000 달러 수준에서 1900년대 초에 이르러 2,500 달러 수준으로 팽창되었다 (Bairoch 1995). 우리나라도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 초기 가발, 섬유, 신발 등의 단순제조업 생산에서 점차 자동차, 기계, 조선, 철강, 석유산업, 반도체 등이 주축이 된 선진국형 산업화를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둘째, 농촌인구가 공장이 있는 대도시로 이동하는 것은 필연이다. 이 현상을 도시화(urbanization)라 말한다. 일자리를 찾아 공장이 있는 도시로 이동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공장이 있는 도시는 빠르게 인구가 팽창하기 시작하면서, 주택, 위생, 안전, 실업, 건강, 인구증가, 범죄증가 등의 새로운 문제를 양산하면서 2차대전 이후 새로운 정책적 접근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것이 1932년 소개된 스웨덴의 뮈르달 (Alva Myrdal and Gunnar Myrdal) 부부가 발표한 인구문제의 위기(Kris i befolkningsfrågan)와 1943년 발표된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Beveridge Report)다.

세번째 요소는 부의 증가다. 공장에서 받는 임금은 농촌에서 일할 때보다 높아 부의 축적으로 소비와 생활수준이 향상된다.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문화생활과 여가의 증가와 독서시간의 증가도 함께 가져오면서 의식의 수준도 함께 발전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소득수준은 취업한 노동자와 비취업자(실업자), 고소득 노동자와 저소득 노동자간의 임금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격차와 삶의 질의 격차는 양극화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냈다.

넷째, 교육수준의 향상이다. 18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교육개혁은 귀족 자녀들에게 독점되었던 교육을 국가가 모든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공공재로 여기기 시작했다. 남성에 국한되었던 의무교육은 점차 여성으로 확대되었고, 의무교육기간도 3년에서 5년, 그리고 6년으로 확대되며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교육은 사회적 유동성 증가, 즉 부모와 자식세대의 신분상승을 진행시켜 중산층을 양산함으로서 기회의 균등을 통한 사회평준화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근대화이론가들은 위 4가지 요소가 민주화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요건이라 말한다.

"농촌사회에서 민주화는 불가능하다"

영국노동당 당수를 역임하고 정치학자로 알려진 헤롤드 라스키(Harold Laski)의 말이다. 아테네도 도시였기에 민주주의가 꽃피울 수 있었다고 그는 단언한다. 전통적인 농촌사회에서는 절대로 민주화가 진행될 수 없다고 보는 이유로 주종관계가 확실한 지주와 소작농 혹은 농촌노동자의 신분사회에서는 평등과 자유의 수평적 인간관계 형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든다. 귀족과 하인이 함께 대등한 권리를 누리는 민주사회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이 가능하고, 농촌에서보다 높은 임금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고, 한 표를 행사하는 민주적 시민의 권리를 만끽하며 민주화의 핵심적 세력으로 부상하게 된다. 그렇다면 민주화는 어떤 단계를 거쳐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일까?

민주화의 세 단계

민주화는 조직화를 통한 절차화(procedure), 법규범화(legality and rationality),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의 단계로 진행된다.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노동자들과 자유시민들은 점차적으로 조직화하기 시작했다. 차아티스트운동이 1830년대 말에 일어나 30년간 진행되고,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 노동정당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늘어난 상인과 도시지식인의 증가만큼 자유무역을 요구하는 세력이 확장되며 자유당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시위와 폭력이 아닌 선거를 통한 권력확장이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절차민주주주의가 더욱 확대되었다. 선거, 대화, 타협 등의 조직문화도 서서히 뿌리를 내리는 것이 바로 절차화다. 이 민주적 절차화는 국민들이 느끼는 행정결정의 부당함, 일상생활의 불편함 등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다양한 통로를 통해 서비스 소비자인 국민들의 만족감과 기대를 높여줘 국가의 안정적인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동했다.

두번째로, 절차민주주의는 법규범화를 요구한다. 자동차 속도를 통제한 일명 적색기법(Red Flag Law, 본래 법명은 Locomotives Act 1865), 소비자보호법, 기업법, 선거법, 정당법, 의회법 등의 관련 법령과 헌법에 따라 사회적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이 폭넓게 인정되기 시작했다. 사회적 불만과 갈등을 법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법제정과 개정, 그리고 준법정신이 뿌리를 내리며 법치주의가 사회에 서서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법치질서의 확립이 국가가 쇠퇴하지 않고 성장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Fukuyama, 'Political Order and Political Decay', 2015).

셋째, 제도화의 진행이다. 국가통치자를 직접 국민의 손으로 뽑도록 하는 직접선거, 1인 1표씩 적용되는 평등선거, 누구에게도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의 선택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도입된 비밀선거, 그리고 누구의 강요나 협박에서 벗어나 투표하고 입후보해 선출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자유선거, 그리고 나이, 성, 인종, 종교, 경제수준에 관계없이 성인은 누구나 투표할 수 있게 하는 보통선거 등 5가지의 원칙에 따라 선거라는 민주적 제도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선거가 정권교체와 권력분립의 중심제도로 정착되면서 의회중심의 정치와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들은 직선제 대통령이 통치의 중심에 서고, 사법부의 독립이 보장되어 점차 권력의 균형과 견제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본투표가 시작된 10일 인천 계양구 계양3동 제6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4.04.10 yooksa@newspim.com

민주화,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민주화 기간동안 절차화, 법규범화, 제도화가 제대로 정착되기 시작하면 편한 옷을 착용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전철역에서 자연스럽게 줄을 서듯, 투표장에 가서 줄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된다. 전철을 타면서 줄을 무시하고 끼어드는 사람이 어색하듯, 투표를 하지 않으면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신성한 한 표를 통한 국민대표를 뽑는 중요한 행사에 참가하지 못한 자책감이라 할 수 있다. 신제도주의이론에서는 이를 제도의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이라 정의하고 있다. 경로의존성은 민주적 절차, 법규범, 그리고 제도가 시민의 행동강령으로 자리잡았을 때를 의미한다. 즉 민주적 절차, 법규범, 제도가 시민의식 속에 자리 잡아 사회화 (socialization)가 거의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의 정치적 현상을 시민문화의식(civic culture) 혹은 정치문화(political culture)의 진화(evolution)라 부른다 (Almond and Verba 1963; Schlozman, Verba and Brady 1995). 학자에 따라 시민의식과 정치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민주제도의 고착화(democratic consolidation)라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Juan J. Linz and Alfred Stepan, 'Problems of Democratic Transition and Consolidation', 1996).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 스웨덴 V-Dem 민주주의 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표가 높은 국가들은 민주주의 고착화가 잘 이루어져 시민의 정치의식 수준이 높고 관용, 포용, 준법정신, 참여와 책임을 중시하는 시민적 사회화가 안정적으로 천착했기 때문에 대체로 민주제도를 신뢰하고 부패행위를 멀리하는 경향이 매우 높다. 정리해 보면, 민주화 다음 단계는 곧 시민의식의 사회화를 거쳐 완성된 고착화된 시민문화(consolidated civic culture)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화는 왜 실패할까?

민주화의 핵심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 즉 도농간 빈부격차, 계층간 소득격차, 노사갈등, 가난의 대물림, 장애인차별, 산업재해, 지역간 생활의 질 차이, 높은 물가, 높은 실업률, 주택의 부족과 높은 주택가격, 탈법 및 불법선거, 선거법 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절차화, 법규범화, 제도화로 해결할 수 있어야 고착화된 시민화가 이루어 진다는 점이다. 시민문화가 고착화가 되지 못하면 국민들은 민주주의 제도를 신뢰하지 못하고 무능과 비효율성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점차 쌓이게 된다.

다시 말해 산업화를 거쳐 민주화 과정이 진행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방치하거나 심각성이 확대될 때 대통령, 국회, 그리고 법원, 검찰, 경찰, 중앙은행 등을 불신하기 시작하게 된다. 축적된 불신과 불만은 오래 방치할수록 시위와 폭력의 불씨를 제공하게 된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아랍의 봄 이후의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등의 국가에서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제도가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불안정적인 정국이 계속되는 이유다.

위르겐 하버마스 [사진=위키피디아]

서유럽과 북미에서 나타나는 시민불복종과 시위, 불만 등의 이유를 설명한 학자가 바로 하버마스(Jürgen Habermas)다. 그는 국가행정기능, 제도, 그리고 리더들의 역할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 시작할 때 바로 국가의 정통성 위기(legitimation crisis)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정통성 위기의 하나인 정치제도의 위기는 한 국가의 제도와 리더들에게서 요구되는 역할, 즉 헌법과 법령에 명시된 그들의 정체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하버마스는 이같은 현상을 정체성의 위기(identity crisis)라고 부르며 민주주의의 핵심적 실패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국가와 실패한 나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바로 가치중심으로 세워지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들의 존재유무다.

정당핸드북(Handbook of Political Parties)은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정치적 목적, 즉 정권창출을 위해 모인 집단이 곧 정당이라 정의한다. 정당들은 태생적으로 가치중심으로 모여,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지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만들어지는 것이 보편적이다. 민주적 고착화가 진행된 국가에서는 공통적으로 오래된 정당들이 존재한다.

이렇게 다양한 정당들이 의회를 참여하며 정치적 대립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민주주의가 안정적인 정당제도를 유지하며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자리를 잃은 성난 시민들,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간간이 불만을 표출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로 민주화의 길목에서 갈등하고 있는 국가들은 어떤 이유로 정당들이 실패할까?

사회적 갈등이 만연된 국가의 정당에 결여된 4가지 요소

우리나라처럼 사회적 갈등이 심한 국가에서 정당들이 민주화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실패하는 이유를 탐구한 이시야마(John Ishiyama) 교수는 4가지 요소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첫째는 대의성 증진을 위한 능력부족이다. 특정 세대와 지역의 집중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들이 스스로 그 테두리에 가둬놓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의 개혁을 통해 전국정당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정당 내에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당내 목소리를 포용하고 함께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어야 대의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여전히 안주하고 있기 때문에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의성의 확대에 실패하면 정당은 언제든지 와해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둘째, 정당들의 갈등관리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당은 사회적 갈등을 의회로 가져가 다양한 세력의 요구사항을 타협가능한 선에서 다시 경쟁하는 정당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의회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거리로 나가기 때문에 결국 국민은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해 언론의 보도와 핵심지지층을 모아 해결하고자 할 뿐이다.

셋째, 정당에게 요구되는 사회통합기능 능력의 부족이다. 분열의 반대개념이 통합이다. 사회적 분열은 결국 정당의 미숙한 통합능력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듣고 반대까지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사회통합능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선거의 승리만을 위한 경쟁은 국가통합을 해치고, 결국 민주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게 된다.

넷째, 국가발전의 책임성에 대한 실천능력 부재다. 정책을 통해 지지층의 세력을 확대해 나가고, 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토론의 장으로 가져가 국민 앞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것은 곧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지 정당의 정권창출에만 몰두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Ishiyama, 'Political Parties and Democratization', 2021). 정당이 총알(bullet, 여기서는 폭력과 무질서의 의미)보다 투표용지(ballot, 여기서는 선거, 혹은 평화적 대화와 토론의 의미)로 갈등을 해소할 수 없는 경우 한 국가의 민주화 과정은 다시 깜깜한 미로에 갇히게 된다고 경고한다 (Ishiyama, Introduction to the special issue "From bullets to ballots: the transformation of rebel groups into political parties", 2016).

이시야마 교수는 정당이 적극적으로 한 국가의 민주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제도화된 정당제도의 구축을 위한 제도적 혁신의 증진(the promotion of institutional innovations that help build institutionalized party systems)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아데나워재단 [사진=위키피디아]

정당의 혁신을 위해 필요한 것들

우리나라 정당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선거 때 공천을 통해 새로운 정치인이 공급되지만, 당의 정책과 가치를 우선하기 보다는 당선가능성과 당지도부에 대한 충성도에 더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에 당내의 활발한 비판과 반론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시야마 교수가 지적한 네 가지 요소를 갖춘 정당으로 재창당 수준의 개혁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정당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은 구태를 벗고 새로운 정신으로 무장하는 것이다. 당헌과 당규를 유럽정당들처럼 평균 15-20년 단위로 국내외적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맞게 개정할 것을 권한다. 이를 위해 정책연구소를 당지도부와 분리해 완전히 연구중심으로 씽크탱크를 개편하는 것이 필수다. 독일의 아데나워재단, 사민당의 에버트재단처럼 완전히 당권과 분리된 연구소를 운영하게 되면 당 정책과 당 가치의 재정비 등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당 지도부와 무관한 당 정치학교의 운영도 필수적이다. 북유럽 정당들이 운영하는 청년정치학교는 10대부터 20대에 이르기까지 세대별 지도자를 교육시키고 있어 전국 전역의 지방정치학교에서 배출된 신인인재들이 지방정치에서 수련을 하고, 중앙정치로 진출하는 방식이 정형화 되어 있다. 공천을 통한 새로운 피의 수혈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이며 지속성 있는 정치충원 방식을 한국정당들이 우선적으로 도입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정당은 소수 지지층과 정치엘리트들의 이익을 위한 집단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면서 영국의 보수당을 창당한 로버트 필의 280년 전의 용기는 지금 우리나라의 정당들에 필요하다. 공고화된 시민문화를 지연시키고 민주화를 퇴행시키고 있는 정당을 개혁할 용기있는 지도자의 출현을 고대해 본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연혁 교수. 2024.01.15 mironj19@newspim.com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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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잠수함은 순항핵잠(SSGN)" [서울=뉴스핌] 김종원 선임기자 =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은 핵연료를 추진 동력으로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과 순항미사일(SLCM)을 운용할 수 있는 8700t급 중형 순항유도탄 핵잠(SSGN)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올해 3월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가 추진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당시 잠수함 하단부만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동체 전체를 전격 공개했다. 건조 중인 핵잠 배수량이 8700t급이라고 처음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700t급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지도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방청도료가 칠해진 대형 선체를 살펴보는 김정은과 수행 간부들. [사진=노동신문]  ◆핵연료 장전·원자로 시운전·실출력 운전 남아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핵잠 건조 단계와 관련해 원자로 등 핵심 장비가 들어간 상태의 외피 결합과 외관 완성으로 평가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핵추진잠수함 건조 단계로 볼 때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주터빈 계통, 감속기·주축 라인, 주냉각 펌프 하우징, 미사일 발사관 구조물이 내부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잠수함 중앙부에 서 있는 김 위원장의 선체 중앙부는 원자로 구획 부분"이라면서 "최고지도자에게 공개했다는 것은 원자로 탑재가 끝난 완전한 선체 실루엣 상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향후 핵연료 장전과 완전한 원자로 시운전, 실출력 운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8700t급과 중형 순항유도탄 핵잠(SSGN), 함교와 발사관 구간이 연동된 설계라고 봤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25개의 다축 트롤리에 얹혀 있는 잠수함 공개와 배수량 기준 미국·러시아·중국 등의 통상 1만1000~1만8000t급의 전략핵잠(SSBN)이나 순항핵잠(SSGN) 보다는 작은 사이즈"라면서 "배수량 기준으로는 러시아의 아쿨라급(8000~8500t), 델타급 III·IV(9000~10000t)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700t급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살펴봤다고 노동신문이 25일 전했다. 사진은 딸 주애와 함께 이야기 하고 있는 모습. 뒤편의 '군자리 혁명 정신'이란 글귀는 6.25 전쟁 당시 탄약과 무기 제조와 보급을 위해 지하 군수공장이 위치한 군자리의 주민들이 결사의 각오로 임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선동 구호. [사진=노동신문] ◆SLCM에 소수 SLBM 운용 혼합형 배치 특히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의 특징은 중앙 미사일 발사관 구획과 함교를 구분하지 않고 일체화시킨 설계"이라면서 "함교(지휘·항법·센서·통신 상부구조)와 발사관(VLS) 사이에 독립 격벽을 치고 외관상 매끄럽게 연동된 외형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선체골격에서는 러시아 델타급 III·IV, 선체 비율에서는 중국의 진급(Type 094)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앙부가 두툼해지는 배럴형(bulged) 실루엣으로 발사관을 중앙에 집중 배치하는 델타급의 전형적 특징과 유사하다. 중앙 발사관 높이를 함교와 연동시킨 것은 SLCM 이외에도 소수의 SLBM을 운용하는 혼합형 배치 가능성도 있다고 홍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했다. 북한의 잠수함 용어 표현과 잠수함 성격으로 봤을 때 순항핵잠(SLCM)용이거나 SLCM 다수와 SLBM 소수의 혼합 플랫폼으로 봤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을 영문판에 'nuclear-powered strategic guided missile submarine'로 표기해 'guided missile'은 통상 순항미사일(SLCM)"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왼쪽 셋째) 국무위원장이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돌아봤다고 노동신문이 25일 전했다. 사진은 노동당 군수공업부장 조춘룡(김정은 오른쪽) 등과 잠수함 설비를 살펴보는 장면. 뒤편으로 '침략자 미제와 대한민국 것들을 쓸어버릴 무기생산에 총권기하자'는 선동 구호가 보인다. [사진=노동신문]  ◆한국 해군 핵잠수함 건조·도입 속도 붙을 듯 홍 선임연구위원은 "일단 핵탄두 SLCM을 탑재하는 SSGN의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소수의 SLBM과 다수의 SLCM 혼합 플랫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핵탄두와 재래식탄두 이중 용도의 전략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잠수함일 경우에는 저고도 비행으로 요격 회피 가능성이 있어 '제2격' 보복능력이 신장될 것으로 분석됐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8700t급 SSGN일 경우 전략순항 미사일 화살-2, 화살-1라-3(대형화 개량형), 불화살-3-3-1 등을 탑재할 수 있고 사거리는 1500~2000km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잠수함 함수 부분에 어뢰관 6~7개가 식별돼 핵어뢰 탑재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 미국은 공격핵잠(SSN) 50척과 순항핵잠(SSGN) 4척, 전략핵잠(SSBN) 14척 잠수함 전력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24시간 365일을 중단 없이 전략·전술 작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핵잠 실물 전체를 전격 공개함에 따라 향후 한국의 핵잠 건조와 도입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kjw8619@newspim.com 2025-12-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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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공항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 스타트업 입사 4년 차인 30대 직장인 A씨는 연말에 아껴둔 휴가를 소진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로 쓰지 못한 연차를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도 연차 소진 권고가 내려지면서 징검다리 연휴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A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3일, 24일과 26일 연차를 내고 22일 저녁 일본에 도착해 여정을 시작하는 6박 7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이들로 설렘이 가득차 있던 김포공항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해 화요일인 26일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낸 이들과,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 등이 공항에 자리했다. 2025.12.24 aaa22@newspim.com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김포공항은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금요일 하루를 연차로 내면 최소 3박 4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어서다. 내년 1월 1일 신정까지 연차를 내면 최장 11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다. 커다란 캐리어를 양손에 쥐고 있는 하루토(가명·23) 씨는 이날 고국인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는 "한국 여행을 마치고 가족들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국인 일본에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국장에는 외국인들이 화장품 등 다양한 선물을 가득 담은 박스와 커다란 캐리어를 밀며 분주히 오갔다. 출국장에 위치한 체크인 줄에는 커다란 기내용 캐리어를 쥔 사람들로 줄들이 가로세로 빽빽히 차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에 출발하느라 챙기지 못한 끼니를 벤치에 앉아 간단히 빵과 커피로 때우는 이들도 간간히 보였다. 안양에서 왔다는 30대 커플은 "4박 5일 일정으로 대만으로 갈 예정"이라며 "직장인이라 업무 때문에 더 휴가를 내지 못해 아쉽다. 뒤에 휴가를 더 붙였다면 유럽에 가고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업무가 쌓여있어도 연차를 아예 날릴 수는 없고 (회사에서도) 소진하라는 분위기여서 다행이었다"라며 "대만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김포공항 출국장 한 켠에 쌓여 있는 캐리어와 수화물들. 2025.12.24 aaa22@newspim.com 이날 공항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서울 서초구 양재에서 공항으로 왔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며 "중국에서 2주 정도 같이 연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보내는 장기 휴가가 가능한 이유는 크리스마스인 25일, 내년 신정인 1월 1일이 각각 목요일이기 때문이다. 금요일인 26일(금요일), 29일부터 31일까지, 내년 1월 2일(금요일) 등 총 5일의 연차를 사용하면 최장 11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가족끼리 휴가일을 맞춰 같이 해외 휴가를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장승훈(28·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씨는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 관련 프로그램에 양해를 구하고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중국 상하이로 어머니 생일과 가족 기념일을 겸해 가족 여행을 간다"며 "아버지나 삼촌 등 다른 분들도 휴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중국을 가본 적이 없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목적지는 일본과 중국이 대부분이었다. 고환율과 엔저의 영향으로 여행 경비 부담이 비교적 덜한 일본이나 중국이 인기 관광지로 꼽혔다. 여행 전문 기업 노랑풍선에 따르면 올해 12월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노랑풍선을 통해 해외 패키지여행을 예약한 고객 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일본이 30%로 가장 높았고, 중국(20%)이 그 뒤를 이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각각 16%, 7%를 차지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한한령 완화와 단체 비자 발급 확대, 주요 노선의 항공편 증편 등 여행 여건이 개선되면서 중국 여행객이 늘었다"며 "긴 연휴로 장거리 여행을 가는 이들이 생기며 유럽은 8% 수준을 늘었다"고 설명했다. aaa22@newspim.com 2025-12-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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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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