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도발·위협, 사회적 재난 정의...정부 지원 근거 마련
재난안전법·민방위 기본법 개정 추진
경찰에 대북전단 살포 금지 통고 가능 조항 발의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지난달부터 수차례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하고 피해 지원과 보상을 위한 근거 법안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를 재난 상황으로 규정하고 국민 피해 발생 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고 예방과 대응 및 복구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됐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초까지 대북전단에 대한 맞대응으로 수차례에 걸쳐 오물풍선을 살포해왔다. 한동안 잠잠하다가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약 780여 개 오물풍선을 잇달아 살포했다.
오물풍선에서 현재까지 유해물질이 발견된 사례는 없었으나,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가 일부 파손되거나 시민 일부가 낙하물에 신체를 다치는 등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6일 오전에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인근에 오물풍선 1개가 떨어져 항공기 이착륙이 일시 중지되기도 했다.
재난 유형을 정의한 법률에 오물풍선 살포 등 적의 도발과 위협을 재난으로 정의해 국민들의 피해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견된 북한의 오물 풍선 [뉴스핌DB] |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민방위 기본법에 명시된 민방위 사태나 적의 도발, 위협 등을 사회적 재난으로 정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등도 사회적 재난으로 정의될 수 있고, 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게 된다. 사고 예방 노력과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대응, 복구 및 일상 회복을 위한 계획 수립과 시행을 해야 한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피해에 대한 응급조치와 보상, 수습 및 복구할 수 있는 근거를 민방위 관련법을 활용해 제시하는 방안도 나왔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적의 침투나 도발에 의해 국민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민방위 사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피해 지원과 수습, 복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발의한 개정안에는 구체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전단, 물품 투하 사태를 민방위 사태로 정의하고, 국가에서 오물풍선 등으로 피해를 입은 자에게 피해액과 치료비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북한이 오물풍선 살포의 근거로 주장하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경찰이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입법적 근거 보완도 추진되고 있다.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놨다. 법안에는 대북전단 살포 시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고, 관할 경찰서장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살포 금지 통고'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살포 금지 통고에도 살포를 강행할 경우에는 신고 장소에 출동해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당 박지혜 의원은 동일한 법 개정안에서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로서 전단 살포에 대해 형사처벌하던 조항을 행정처분인 과태료로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형사처벌 조항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잉 금지 원칙에서 벗어난 지나친 형벌권 행사라고 판단해 위헌 판단을 내린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경찰 역시 당시 헌재 판단과 판례 등을 근거로 북한의 실질적인 위협이 있어야 대북전단 살포 제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0일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에 국민의 생명, 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협이 있는 경우에 제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오물풍선이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가 명확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판례에서도 2014년 10월,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이 민간인통제구역에서 고사포를 발사해 해당 지역 주민에게 위협을 초래한 사례를 예로 들면서 경찰이 제지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현장에서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위협 정도를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정부 등과 논의를 거쳐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