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대통령실

속보

더보기

[기자수첩] '안전보장'의 불안전성과 미보장성

기사입력 : 2024년06월17일 06:00

최종수정 : 2024년06월17일 07:21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육군 특전사 출신인 나는 천리행군하는 꿈을 가끔 꾼다. 진통제를 과다 복용해 정신을 잃고 의무대로 실려 가던 동기의 얼굴이 생생하다. 왼쪽 다리가 거의 골절된 상태로 며칠을 버텼다고 한다. 특수전학교에서 만나 친해진 해군 UDT 출신에게 물어보니 무수면 상태로 7일간 훈련하는 '지옥주' 꿈을 꾼다고 한다. 일주일 동안 벗지 못한 전투화 속 양말에 발 가죽이 엉겨 붙어 전투화를 벗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고 한다.

군복을 벗고 국방부를 취재하는 기자가 된 뒤 한두 번씩 듣는 말이 있다. "군에 있어봐서 다 알지 않느냐"는 것이다. '군대는 안 바뀐다'는 말이었다. 처음 이런 말을 들었을 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군 사망사고 앞에서는 더 이상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지난해 7월 해병대 채 상병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라는 지시를 받고 물에 들어갔다가 순직했다. 지난달 육군 12사단의 한 훈련병은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사망했고, 훈련 도중 수류탄 폭발로 사망한 육군 훈련병도 있다. 군대에서 왜 자꾸 죽을까, 도대체 그 죽음을 막을 수 없었을까.

12사단에서 사망한 훈련병은 20킬로그램이 넘는 완전군장으로 구보(달리기), 팔굽혀펴기, 선착순달리기 등을 반복하다가 쓰러졌다. 입대한 지 9일밖에 안 됐다고 한다. 명백한 중대장의 규정 위반이다. 완전군장에 팔굽혀펴기, 선착순달리기는 특전사에서도 하지 않는다.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라는데, 떠들었다고 가혹행위를 하는 군대가 어디에 있나.

본질은 중대장의 규정 위반과 군의 안일한 태도다. 그러나 중대장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젠더갈등으로 번졌다. 훈련병이 쓰러졌을 당시 부대의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후송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도 쏙 들어갔다. 가혹행위에 가까운 얼차려가 자행되는 군대 문화는 언급도 되지 않는다. 한국사회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한 고민 대신 이 사건을 정쟁의 소재로 삼았다.

박성준 정치부 기자

정부와 여당의 대응도 의아하다. 훈련병의 영결식이 있던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은 워크숍을 열고 축하주를 돌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워크숍 만찬장에 등장해 "지나간 건 다 잊자"며 맥주를 마셨다. 훈련병의 죽음이 그렇게 사소한 일인가. '일개 훈련병'이기 때문에 다 잊고 왁자지껄 술 마셔도 괜찮다고 생각한 걸까. '투스타'(소장)쯤 되는 장교는 반드시 보호해야 할 사람이지만 병사는 얼마든지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웃고 떠들며 건배하는 순간 유가족들은 울고 있을 거란 생각을 정말 못한 걸까.

채 상병 사건에서도 군의 부실한 안전체계에 대한 지적은 온데간데없이 현장 지휘관의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 여부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 지휘관 한두 명 처벌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한다면 또 다른 채 상병 사건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군 전체에 안전 리더십 등 안전문화가 정착돼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사망사고와 관련해 '안전지상주의에 빠진 군은 나약한 군대가 될 것'이라고 하던데, 규정을 무시하고 사망할 때까지 얼차려를 시켜야 강한 군대가 된다는 건가? 장갑차도 버거워한 물살에 안전장치 없이 병사를 밀어 넣으면 전투력이 올라간다는 건가? 당나라 군대여서도 안 되지만 강군 운운하며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선 더 안 된다. 국가 안보를 중시한다면 전우부터 지켜야 한다.

국방부 통계를 보면 매년 100건 안팎의 군 사망사고가 발생한다. 군인은 상명하복과 위계서열 분위기 때문에 위험을 거부하기 어렵다. 그만큼 상부에서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군은 위험을 감수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위험요소를 철저히 분석하고 계획해야 한다. 계획되지 않은 위험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할 뿐이다. 지휘관은 모든 요소를 고려한 뒤 '철저히 계획된'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고 안전대책을 철저히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이 정도로 그쳐선 안 된다. 안전과 관련한 국방부, 각 군의 조직과 규정부터 점검해야 한다. 국방부에 안전정책팀을 다시 편성하든, 국방 안전 훈령, 전투준비안전단을 전면 정비·강화하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해야 한다. "군에 있어봐서 (안 바뀌는 거) 다 알지 않느냐"는 말을 다시 듣고 싶지 않다.

parksj@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눈에 보는 트럼프 취임사...6대 키워드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 연설은 이념적인 수사가 가득했던 8년 전 2017년 당시와 다르게 낙관적인 어조 속에서 구체적인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요지는 전 정권에서 약화한 미국의 외교와 경제 영향력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부활'을 알리면서 관세 정책과 경제·에너지 정책, 불법 이민자 정책, 영토 확장, 다양성 정책 재검토 등을 강조한 취임 연설을 했다. 다음은 30분간의 취임 연설에서 언급한 핵심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취임 첫날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열린 퍼레이드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1. 미국의 부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황금시대가 지금 시작된다"라고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오늘부터 우리나라는 번영하고 세계의 존경을 다시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지금 국가적 성공의 흥미진진한 새로운 시대의 시작점에 있다"며 "미국은 전례 없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순간을 맞이했다"고 했다. 2. 관세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에 대해 "다른 나라를 윤택하게 하기 위해 미국민에게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또 "관세를 징수할 '대외수입청'을 설립하겠다"며 "외국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이 우리 국고로 흘러와 조만간 아메리칸드림은 전에 없던 방식으로 다시 살아나 번창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경제는 부드럽고 한심하게 약한 무역 협정을 통해 우리 스스로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세계에 성장과 번영을 제공해왔다"며 "이제 이를 바꿀 때다. 우리는 우리와의 무역으로 이익을 얻는 이들에게 비용을 부과하기 시작할 것이며 그들은 기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 경제·에너지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시추를 계속할 것"이라며 "미국은 다시 제조업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다"며 "그것을 사용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전략비축유를 다시 최대로 채우며 미국 에너지를 전 세계로 수출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그린뉴딜을 끝낼 것이며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철회해 우리의 자동차 산업을 구하고 위대한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했던 나의 신성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4. 불법 이민자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불법 이민자 정책에 대해 "미국의 완전한 복원을 시작하고 상식의 형멱을 이룰 것"이라고 운을 뗀 뒤 "남부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며 "모든 불법 입국은 즉시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백만명의 범죄자 외국인이 그들이 온 곳으로 돌려보내지는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체류 정책(Remain in Mexico policy)을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잡았다가 풀어주기(catch and release) 관행을 종료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를 침범하는 재앙적인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남부 국경에 군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했다. 5. 영토 확장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와 관련해 "미국 선박들은 심각하게 과도한 요금을 부과받고 있고 미국 해군을 포함해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 중국에 준 것이 아니라 파나마에 준 것이며 이제 그것을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만에 대해서는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또 화성 탐사에 대해서는 "미국 우주비행사들을 화성에 보내 성조기를 꽂게 할 것"이라고 했다. 6. 다양성 정책 재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성 정책에 대해 "오늘부로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은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을 인정하는 것으로 정해질 것"이라며 "연방정부는 더 이상 젠더 이데올로기를 장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연방 기관들은 여권과 비자와 같은 정부 신분증에서 개인을 생물학적 성별로 분류할 것"이라며 "교도소, 이민자 쉼터, 성폭행 피해자 지원 센터와 같은 시설들은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구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21 10:13
사진
中 인공태양, 세계 최초 1억도 1000초 운행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이 개발 중인 인공 태양이 세계 최초로 1000초 운행에 성공했다. 중국과학원 산하 허페이(合肥) 물질과학연구원은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실험장치인 '이스트(EAST·Experimental Advanced Superconducting Tokamak)'가 20일 수행한 실험에서 1억 도 이상의 플라즈마를 1066초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사가 21일 전했다. 1억 도의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1000초 이상 운행하기는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신화사는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진은 2012년에 플라즈마의 30초 운행에 성공했고, 2016년에 60초를 달성했으며, 2017년에는 101초를, 2023년에 403초 운영을 성공시켰다. 중국과학원의 연구진은 "핵융합 장치가 최소 수천 초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만 플라즈마의 자가 순환을 실현할 수 있으며, 핵융합 발전소가 영구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인공 태양이 기초 과학의 영역에서 벗어나 현실화의 영역으로 접어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EAST 프로젝트는 초고온, 초저온, 초고진공, 초강력 자기장, 초대전류 등 200여 개 핵심 기술과 200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06년 EAST 장치가 완공된 후 21차례의 물리 실험이 진행됐고, 플라즈마 작동 횟수는 15만 회를 넘어섰다. 연구진은 "EAST를 통해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미래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핵융합 발전은 지구상에 무궁무진하게 존재하는 수소를 원료로 하며, 방사능과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우려가 없어서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태양의 에너지 생성 과정을 재현하기 때문에 '인공 태양'이라고도 불린다. 상용화까지는 20여 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학원 산하 허페이(合肥) 물질과학연구원은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실험장치인 '이스트(EAST)'가 20일 수행한 실험에서 1억도 이상의 플라즈마를 1066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의 이스트 장치 모습. [신화사=뉴스핌 특약] 조용성 특파원 = 2025.01.21 ys1744@newspim.com 중국과학원 산하 허페이(合肥) 물질과학연구원은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실험장치인 '이스트(EAST)'가 20일 수행한 실험에서 1억도 이상의 플라즈마를 1066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에 성공하자 연구진들이 기뻐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조용성 특파원 = 2025.01.21 ys1744@newspim.com ys1744@newspim.com 2025-01-21 10: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