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여의도 대통령. 요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붙은 별명이다.
여의도 정가에선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이 여당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정국 주도권을 야당인 민주당이 잡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당장 국회 일정만 봐도 그렇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매일 같이 세미나를 열고 각종 의제를 논의하는 데 반해 국민의힘은 잠잠하다.
물론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말에는 좋은 의미만 있는 건 아니다. 민주당은 첫 국회 본회의를 야당 단독으로 개최한 데 이어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면서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아무리 "국회법대로"라고 외친들 국회 구성의 한 축인 여당을 마냥 무시할 순 없고,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정당성 확보도 쉽지 않다.
지혜진 정치부 기자 |
당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 일극체제'가 강화되면서 제왕적으로 군림하려 한다는 비판의 의미도 담겨 있다. 특히 '대권 도전 당 대표'의 사퇴 시한 규정을 바꾸는 등의 작업을 두고 이 대표의 연임과 대선 출마에 꽃길을 깔아주기 위한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이 대표를 여의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가장 공이 큰 건 국민의힘이다. 여당이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관례'라는 말만 반복하며 원구성 법정 시한이 넘도록 상임위원 선임안을 제출하지도 않았다. 민주당이 강경하게 밀어붙이자 상임위원장 선출을 코앞에 둔 10일 오후 8시쯤 법사위원장만 달라는 중재안을 가져왔다.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첫 본회의 때는 회의장 앞에서 '관례에 따라 원구성을 해달라'며 회의 참석 대신 농성을 택했다. 개원 2주 차에 접어드는데 국민의힘 소속 초선 의원들은 본회의 참석은커녕 손피켓을 들고 구호 외치는 일을 먼저 배운 셈이다.
집권당인데 수적으로 열세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약자 프레임'이 얼마나 설득력 있겠나. 국민의힘 주장대로 민주당의 '의회 폭거'라고만 규정할 수도 없는 까닭이다. 21대 국회 막바지에 민주당이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받아들이겠다'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한사코 22대 국회로 넘기자며 발을 뺀 건 정부여당이다. 그게 불과 몇 주 전이다.
강대강 정국이 국회와 정부를 둘로 쪼개고 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무기처럼 휘두르라는 '강한' 대통령이 있다. '여의도 대통령', '여의도 여당'이라는 이 농담 같은 말들은 대화하지 않는 대통령, 논의하지 않는 여야가 빚어낸 작품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11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해병대원 특검법의 기한 내 합의 처리를 조건으로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제언했다. 여야 한발씩 양보하는 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민해야 한다.
최소한 국회의원으로서 국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말하고 행동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국민을 대리하는 최소한의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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