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무용과 교수 줄이는 추세
이화여대·숙명여대·성균관대·한성대 등 다양
"취업률 떨어지는 학과에 비용 줄인다" 비판
로비 등 민감한 문제로 뽑히지 않을 가능성도
학생에게만 불똥 튀어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무용과 전임교수 공석 논란이 일면서 무용과 교수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내·외부적인 문제로 학교에서 교수 채용을 꺼리는 상황에서는 학생들에게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화여대 한국무용과 전임교수는 6년째 뽑히지 않고 있다. 2019년부터 교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무용 전공 학생들이 시간강사의 수업만 받는 실정이다. 올해 3월부터 진행 중인 이대 무용과 전임교수 채용에서는 한국무용 전공 후보가 모두 탈락하기도 했다.
무용과 교수를 강사로 대체하는 흐름은 다른 대학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성대학교는 올해부터 전공 주임 교수를 4명에서 3명으로 줄였고, 숙명여자대학교 전통문화예술대학원은 무용과 교수를 따로 선발했지만 현재 해당 자리는 공석이다. 성균관대학교는 지난 2018년 임학선 교수가 퇴임하면서 채용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한국무용 교수가 1명만 남았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무용단 '향연' 공연.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국립극장 제공] |
이에 대해 교원들은 대학에서 취업률이 떨어지는 학과에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본다. 지난 2019년 8월 강사법이 시행된 이후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다. 강사가 교원으로 인정받자 교수를 줄이고 강사를 늘리거나, 교수가 정년퇴직 등으로 물러난 자리를 채우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용과 특성상 교수 채용 자체가 까다롭다고 평가한다. 교수 채용이 예정돼 있지 않은 다른 대학과 달리, 이대는 2020년부터 무용과 전임교원 신규 채용 절차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채용 절차 부적격 논란이 이어지면서 충원이 번번이 무산됐다.
무용계에서는 로비가 이어지면서 채용 적격자가 나타나지 않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채용 투표를 하는 교수들에게 최대한 많이 로비를 하는 게 무용계에서는 잦은 일"이라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논란이 너무 커지면 학교에서도 부담이 돼 해당 후보자를 꺼릴 수 있다"고 했다.
교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피해는 온전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무용과 관계자는 "무용과는 워낙 소수정예로 교육을 하다 보니 교수님 수가 적으면 제대로 교육이 안 된다"며 "실기는 하나하나 동작을 봐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제식 교육을 하는 무용과 특성상 이후 사회진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무용과에서는 교수마다 고유한 춤이나 한번에 알아볼 수 있는 동작이 있어 이를 전수한다. 이는 졸업을 한 후 취업이나 수상 경력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교수들이 무용단 감독이나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옮겨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용과 한 관계자는 "교수님이 나간 후에 그 후임을 뽑지 않으면, 학교에 다닐 당시 그 교수님을 따르는 학생들이 곤란해진다"며 "학교와의 연이 완전히 끊어지는 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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