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4530억원 브릿지론 4640억원...새마을금고 1800억원 출연
[서울=뉴스핌] 노호근 기자 = MG새마을금고가 서울 강남의 고급주거 단지 하이엔드 개발이 한창이던 지난 2022년, 폐업이나 다름 없는 호텔에 1000억원이 훨씬 넘는 대출을 강행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MG새마을금고 로고와 옛 청담동 프리마호텔 모습.[사진=뉴스핌DB |
5일 투자업계에 있는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5월 청담동 프리마호텔 부지에 고급주거단지와 호텔을 개발하는 사업에 금융주관사 A증권 등 금융기관 26곳이 참여하며 브릿지론 4640억원이 조달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작됐던 당시에 브릿지론 규모로는 최대 규모다.
제보자는 "당시에 자금이 모이질 않았다. 땅값은 비싸고, 본PF로 갈 확신도 없다보니 기관들이 꺼려했다. 또 사업계획 자체가 서울시와 사전협상을 통해 용적률을 더 받아서 고층으로 가겠다는 구도에다 그걸 또 1년에 한다고 하니 대부분 인허가가 힘들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당시 새마을금고는 청담동 호텔 브릿지론에 적극성을 보였다"면서 "새마을금고의 대출 참여구도가 이미 폐업 수순에 들어간 호텔(건물)을 감정평가에 넣고 이를 '호템담보대출' 기준으로 넣어야 1800억원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서 호텔 건물을 감정평가 했다"라고 주장했다.
◆ 폐업 수순 호텔에 '호텔담보'로 대출?
통상적으로 '브릿지론'과는 달리 '호텔담보대출'은 호텔이 운영으로 인한 수익으로 부채상환비율을 판단해 대출을 실행하는 구조다. 그러나 제보자의 주장대로 '이미 폐업이나 다름없는 호텔을 감정평가에 넣어 대출 규모를 늘렸다'면 불법대출이 확인되는 셈이다.
타 금융권 관계자는 "호텔담보대출은 'DSCR', 즉 호텔 운영 수익으로 이자가 얼마나 나오냐를 봐야한다"며 "그 수익으로 보통 선순위대출 금액과 이자를 곱했을때 이자금액보다 호텔 운영수익이 더 커야 호텔담보대출이 된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당시에 대주단 간에 호텔 건물을 담보에 포함시키냐, 마느냐 말들이 많았다"며 "대주단은 어차피 곧 철거될 건물을 담보로 감정서에 넣는게 말이 안된다는 지적이었다"며 "그때는 새마을금고 대출규모가 최대여서 대주단이 꼼짝을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뉴스핌이 확보한 당시 프리마호텔 감정평가서에 따르면 토지와 건물이 각각 구분되어 감정평가금액을 명시하고 있고, 실제 새마을금고는 프리마호텔부지 개발사업 브릿지론 총 4640억원 중 가장 많은 1800억원을 집행해 총 대출금 대비 38%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주단 한 관계자는 "당시 호텔(건물)은 어차피 폐업과 다름 없는 상태고, 본PF로 넘어가면서 철거해야 할 노후된 건물인데 어떻게 담보가 될 수 있냐는 불만이 많았다"면서 "당시 새마을금고 측이 감정평가서에 호텔 건물이 들어가야 내부 규정상 1800억원을 맞출 수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브릿지론(Bridge Loan)은 PF대출(project financing : 건설이나 대형 사업과 같은 특정 프로젝트에서 미래에 발생할 현금 흐름을 담보로 하여 그 프로젝트의 수행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을 받기 위한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대출이다.
이 브릿지론은 주로 토지매입자금과 시행사 운영비 등에 사용되며, 사업초기 시행사를 운영하는 자금을 조달받는 용도로 본PF를 받기 이전까지 활용된다. 대부분 인허가를 마치고 시공사가 선정되면 본PF 대출금으로 상환된다.
당시 프리마호텔 감정평가서는 2022년 4월26일 작성됐다. 토지에 대해 약 4296억원, 건물에 대해 약 233억원으로 구분했으며, 이 둘을 합해 감정평가금액은 총 453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출금이 감정평가금액보다 110억원이 많은 4640억원이 실행됐다. LTV(담보인정비율) 기준으로는 102%가 조금 넘는 규모다.
'LTV'는 담보가치 대비 대출 비율로 금융권에서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대출 가능 한도를 말한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함께 2000년 9월 도입된 이후 금융시장 및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주요 정책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청담동 프리마호텔 감정평가서.[사진=뉴스핌DB] |
◆ 대출 상환 안됐는데 '담보 훼손' 논란
더구나 이같이 무리한 담보로 대출규모를 늘린 '호텔담보대출'이라는 의혹이 있는 가운데 프리마호텔의 건물이 대출 상환이 되지 않은 채로 지난해 1월에 철거됐다.
새마을금고 측은 '호텔담보대출'이 아닌 '부지담보 대출'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출 담보로 내부 승인을 득한 대출금 233억원에 대한 담보인 호텔 건물이 훼손됐다.
2022년 5월 16일자 최초 대출의 1년 만기가 도래하기 전 건물이 철거돼, 본PF까지 리스크가 늘 상존하는 브릿지대출의 담보물이 훼손된 것이다.
복수의 금융기관들은 이 경우 '추가담보요구·원금 일부 상환·대출재승인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감정평가서 속 대출 담보 약 233억원이 건물 철거로 인해 훼손됐음에도 불구하고 새마을금고 뿐만 아니라 대주단은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대출 초기 담보물에 대한 감정평가에 이미 폐업이나 다름없는 건물을 감정평가에 넣는 것에 반대를 했던 일부 금융기관을 포함한 전체 대주단이 프리마호텔에 대한 건물 철거에 대해 '철거동의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주단 전체가 담보 훼손에 동의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제보자는 "대출 1년 만기 당시 담보물 훼손에 대해 MG(새마을)가 고심을 했다"면서 "당시 만기에 차주가 상환도 못해 EOD(채무불이행·Events of default)가 발생했고, 공매 논란도 있었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던 시기여서 대출 만기 연장이 당초보다 6개월이 늦은 11월에 연장이 됐고 건물은 연장된 직후 철거됐다"고 전했다.
대출 '담보물 훼손' 논란에 대해 행안부 지역금융과 새마을금고 관련 담당자는 "사업지연에 따른 만기연장을 거치면서 담보훼손이 확인된 경우 이에 따른 재감정을 해서 떨어진 담보 만큼의 추가 담보를 요청하거나 일부 대출금의 회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측은 '호텔담보대출'과 '대출담보훼손' 논란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우선 이 사업지의 대출은 '호텔담보 대출'이 아니라 제보자의 주장은 말이 안된다"면서 "11월 대출 연장한 사실은 맞으나 정당한 이자를 납부해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 담보 훼손'에 대해서는 "브릿지론 대출은 사업성을 보고 진행하는 것이기에 담보물건의 훼손은 토지 등 사업성보다 작은 비중이라 문제화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투자업계 관계자는 "브릿지론은 인허가와 공사비 그리고 마켓까지 어느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PF로 상환전까지는 리스크가 상당하다"면서 "그런데 대출시 담보로 설정한 건물을 철거해 훼손했으면, 대출 변경 승인 또는 추가 담보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건 이해할 수 없고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대형로펌 부동산 전문 A변호사는 "일반 금융권은 담보훼손에 대해 추가 담보를 요청하거나 일부라도 회수를 하는 등 대출변경승인 거쳐 가치보다 낮게 대출을 하는게 일반적인 조치고 법리 해석상 배임의 논란이 지적될 수 있다"면서 "호텔 건물이 없어진건 담보 훼손이 된거여서 각 금융기관들은 회사의 내부 규정이 다르겠지만 대부분 만기일이 도래해 담보훼손이 확인된 경우 연장 시 재감정을 받아 변경 승인 또는 추가담보 등을 요구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호텔담보대출'과 '담보훼손' 등의 논란이 있는 서울 강남 청담동 프리마호텔 부지는 고급주거단지와 호텔로 변신하기 위한 개발이 진행된지 약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사업초기 4640억원의 브릿지론을 포함해 현재까지 지급한 이자와 개발자 초기투자금인 에코티(equity:자기 자본) 등 약 6500억원이 넘는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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