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경제에 피해 끼치는 중대 범죄...상당 규모 담합"
넥시스·우아미·리버스 대표 등 책임자 집행유예
"최양하 전 한샘 회장, 담합 알았다고 볼 수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9년간 아파트 '빌트인 가구(특판 가구)' 입찰 과정에서 2조3000억원 규모의 담합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한샘 등 8개 가구업체가 억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은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4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샘·에넥스에 벌금 2억원, 한샘넥서스·넵스·넥시스디자인그룹·우아미에 벌금 1억5000만원, 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에 벌금 1억원을 각 선고했다.
또 최민호 넥시스 대표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정해경 우아미 대표와 오세진 리버스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 업체별 전현직 임직원 11명에게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obliviate12@newspim.com |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자백과 업체별 임직원들의 담합 사실 진술 등 관련 증거들을 통해 피고인들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건설사가 발주한 특판 가구 입찰에 있어 상당 규모의 담합을 유지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며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담합은 입찰의 공정성을 침해하고 시장경제 발전을 저해해 국민 경제에 피해를 끼치는 중대 범죄"라며 "이 사건과 같이 장기간 진행되더라도 당국이나 수사기관에서 발견조차 하기 어렵고 얼핏 봐서는 건설사 외에는 피해자가 없는 것처럼 보여 그 위험성을 간과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다만 "각 업체는 생존을 위해 담합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입찰을 실시한 건설사들이 입은 피해가 그다지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업체별 담합 참여기간과 횟수, 담합 주도 여부, 낙찰 횟수, 낙찰 금액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부는 최 전 회장에 대해 "피고인이 결재한 일부 문서에 담합을 암시하는 단어나 문구가 들어있어 피고인이 입찰담합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이를 묵인해 온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가는 다수 정황이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하직원들이 전부 피고인이 담합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점을 볼 때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한샘의 전체 매출에서 특판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피고인이 비대면 전자결재를 통해 내용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일괄 결재한 흔적도 보여 담합을 알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 전 회장은 이날 무죄 판결에 대해 취재진에게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앞서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현장 783건의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입찰가격 등을 담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소위 '빌트인 가구'로 불리는 특판 가구는 싱크대, 붙박이장과 같이 아파트 등 대단위 공동주택의 신축과 재건축 등 사업에서 주택의 시공과 함께 주택에 부착·설치되는 가구를 뜻한다.
검찰에 따르면 업체별 책임자들은 건설사 현장설명회 전후로 모여 낙찰 순번을 정하고 전화나 이메일, 모바일메신저로 입찰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해 '들러리 입찰'을 세우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담합한 입찰 규모는 9년간 총 2조3261억원에 달한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2020년 10월 시행된 카르텔 형벌감면 제도(리니언시)를 통해 직접 수사에 착수한 첫 사례다. 형벌감면 제도는 담합을 자발적으로 신고하고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한 자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제도로, 처음 담합을 자진 신고한 현대리바트는 기소 면제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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