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탕웨이가 남편인 김태용 감독의 영화 '원더랜드'로 딸과 이별해야 하는 엄마로서, 어머니와 헤어져야 하는 딸로서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AI를 연기했다.
탕웨이는 '원더랜드'의 5일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두 번째로 김태용 감독과 작업한 소감을 얘기했다. 공개된 영화에서 탕웨이는 실제 그와 비슷하게 나이든 어머니의 외동딸로, 또 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등장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원더랜드'에 출연한 배우 탕웨이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24.06.03 jyyang@newspim.com |
"지금은 개봉을 앞두고 많은 분들이 보고 어떤 느낌을 가질까 기대감과 긴장감이 들어요. 반응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 번역해서 볼 거예요. 보신 분들이 본인의 실제 생활과 영화 속의 어떤 부분과 연결시키고 어떤 감정 느낄지 궁금해요. 시사회 끝나고 15살 짜리 소녀가 바이리가 병상에 있는 장면부터 울었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 아이의 어떤 감정을, 마음을 건드렸길래 그랬을까. 어떤 사람들은 우는 정도로 MBTI F/T를 구분하기도 한대요. 영화가 이런 기능까지 갖췄을 줄은 몰랐어요."
김태용 감독과는 영화 '만추'로 만나 연인이 되고, 결혼에도 골인한 특별한 사이다. 이후에 두 번째 작품을 함께 하며 탕웨이는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부터 계속 얘기를 들었다"면서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이 영화에 흥미를 가졌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마치 과학자가 된 것처럼, 저는 꼭 실험대상인 것처럼 얘기하고 계속 물어봤어요. 사실상 배우 입장에서 대본을 처음부터 쭉 읽은 건 촬영 들어간다고 할 때가 돼서였죠. AI를 다룬 이 작품이 좋았던 건 이 안에서 다양한 인물의 관계를 보여주고 그걸 통해 더 많은 가능성을 펼쳐 나갈 수 있는 대본이라서요. 제 생각엔 감독님이 요만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넣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과학자처럼 다 연구하고 꼼꼼하게 놓치지 않고 싶어했고,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예술을 창작하는 예술인으로서의 요소도 넣어야 했으니까요."
그러면서 탕웨이는 "그런 시도를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 게 즐거웠다. 그런 걸 좋아한다"면서 남편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다가도 김태용 감독이 탕웨이가 질문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제가 언제 질문을 했다고 그러시는 지"라면서 웃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원더랜드'에 출연한 배우 탕웨이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24.06.03 jyyang@newspim.com |
"만약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지금 다시 쓰라고 하면 완전히 다른 방향의 시나리오가 나올 거예요.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니까요. 사실 감독님이 더 많이 질문하셨어요. 심지어는 얘기하는 걸 녹음하기도 하고, 하다가 운 적도 있는데 그것도 다 녹화했어요. 아마 감독님이 제 안에서 뭔가를 파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계속 끄집어내려고 파셨어요. 그래 계속 파세요 파내세요. 그랬는데 누가 질문을 했다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하."
탕웨이는 김태용 감독을 두고 '이야기꾼'이라고 칭했다. 심지어는 "배우들이 모두 감독님 화술에 속은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박보검, 수지에게서 늘 눈을 뗄 수 없었다며 팬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직접 추천한 엄마 역의 배우 니나 파우(바오치징)까지 함께 출연한 이들에게 깊은 애정을 표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야기를 잘 못하는 감독은 대부분 좋은 감독이 아닐 거예요. 어떻게 보면 배우를 끌어들여오고 나쁜말은 아니지만 또 배우를 소비해야 하고요. 그러려면 말빨과 언변이 좋아야 하죠. 니나 파우 그 분을 정말 죽도록 사랑해요. 영화 속 어머니가 제 어머니와 똑같다, 닮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이 작품 때문에 팬데믹 시절에 수많은 역경과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현장에 와주셨죠. 한국에서 촬영하느라 전체 42일을 격리하셨어요. 현장에선 너무 귀엽고 발랄하고 사랑스러웠고요. 큰 소망이 있다면 영화 개봉 후에 손 붙잡고 극장 관객들과 만나 무대인사를 하고 싶어요."
탕웨이 역시 극중 바이리처럼 어머니와 딸이 있는, 딸이자 엄마의 위치에 있다. 그는 "엄마도 저도, 제 딸도 외동딸"이라면서 더욱 비슷하게 보이는 이유를 얘기했다. 영화에서 바이리는 처음엔 엄마를 잃을 딸을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하지만, 후반부엔 엄마를 위하는 딸의 마음도 충분히 드러낸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원더랜드'에 출연한 배우 탕웨이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24.06.03 jyyang@newspim.com |
"영상 통화를 끊고 다 식은 만두를 먹으려는 엄마의 흰 머리가 툭 떨어지는 장면에서 정말 마음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어요. 실제 엄마가 나와 통화할 때 밝게 이야기하고 끊어도 쓸쓸하고 고독한 감정을 갖겠구나 생각이 들었죠. 제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가능한 최대한 엄마와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해요. 영화처럼 다 식어버린 만두 조각을 먹어선 안되니까요. 엄마가 지금도 갖고 있는 실현하려고 하는 꿈이 있으니 최대한 돕고 싶어요. 엄마는 저와 제 딸에게 '외할머니 지금 네살 반이야' 하세요. 손녀에게도 네가 보살펴줘야해. 말씀하시죠."
영화 막바지에 배우 공유가 연기한 AI 성준과 바이리가 재회하는 장면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김태용 감독 역시 시즌2 언급을 한 만큼 가능성은 없지 않다. 탕웨이 역시 시즌2에 대해 "안될 게 뭐가 있겠나"라면서 은근히 기대했다.
"시즌2는 한번도 얘기를 못들었지만 감사합니다. 당연히 하고 싶어요. 듣기만 해도 재밌어요. 계속 감독님을 푸시할게요. 김태용 감독이 작업을 또 제안한다면, 거절은 불가능해요. 그 분의 사고와 생각이 저와 잘 맞아요. 감독님 관심과 흥미에 저도 늘 관심이 가요. 가끔은 제가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던지면 그 분은 더 던져주고 더해주고 공유해주는 사람이에요. 참 행운이죠."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