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핵심, 주주자본비용·총주주수익률·비재무지표 빠져
지난 3월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상당부분 유사 지적
키움증권 "실행 프로그램 포함 등 구체화했지만...더욱 보완"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키움증권이 상장사 최초로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며 '밸류업 1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담겨야 할 핵심 내용인 주주자본비용(COE), 총주주수익률(TSR), 비재무지표 등이 담기지 않았다며 혹평을 받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28일 국내 상자사 중 최초로 밸류업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한국거래소 기업밸류업 통합페이지에 공시했다.
키움증권은 3개년 중기 목표로 자기자본이익률(ROE) 15%와 주주환원율 30% 달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키움증권의 2023년 회계연도 기준 PBR은 0.52배이며, ROE는 8.1%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표=키움증권] 2024.05.28 yunyun@newspim.com |
키움증권은 "효율적 자원 배분과 자산회전율 증대, 비용 통제 강화, 3개년 단위 주주환원정책을 기반으로 현금배당과 자사주 취득, 기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 업계 최고 자본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주주 중시 경영을 하겠다"며 "신사업 추진과 책임경영 및 소통 강화, 리스크 대응 강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29일 키움증권의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대해 논평을 통해 "디테일이 많이 부족하고 깊이 고민한 흔적도 없어 보인다"며 'C학점'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같이 혹평한 배경은 밸류업 가이드라인 관련 재무지표 사항으로 공시하도록 한 핵심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포럼은 "정부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핵심인 주주자본비용(COE)과 총주주수익률(TSR)이 빠진 것은 유감"이라며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강조한 것처럼 키움증권 이사회 책임하에 일반주주 관점에서 주가 밸류에이션, 자본비용,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총주주수익률 등을 이사회에서 토론하고 심의 또는 의결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자기자본비용(COE)과 총주주수익률(TSR)은 주주의 수익률과 직결되는 재무지표다.
자기자본비용(COE)은 주주들이 해당 기업과 비슷한 특성과 위험을 지닌 다른 기업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이고, 총주주수익률(TSR)은 주주들이 일정 기간 얻을 수 있는 총수익률로, 배당소득과 주식평가이익을 더해 계산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의 핵심은 자본의 효율성을 높여 주주환원을 확대하라는 것으로 이를 위한 목표 설정을 하라는 의미"라며 "그런 측면에서 TSR 등은 필수 공시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비(非)재무지표도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또 다른 중요 요소는 '소통'으로, 일반 주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비재무지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재무지표는 일반주주 권익과 관련된 기업 지배구조,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 등을 포괄한다.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은 벤치마킹한 일본과 달리 비재무지표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핵심지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포럼도 "키움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은 주요 투자자 본사를 직접 방문해 주주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청취하길 바란다"며 "이 모든 과정을 이사회 책임하에 하는 것이 좋은 거버넌스이고 밸류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론 지난 3월 키움증권이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내용이 상당 부분 중복된다는 점도 지적된다. 다만 해당 발표에서 내용을 추가, 구체화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미 지난 3월 13일 공정공시를 통해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공시했고, 이번에는 해당 내용을 구체화 했다"면 "증권업 고유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금융업은 물론 상장사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이벤트 내 의의를 갖는 사례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3월에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더해 실행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등 명확화, 구체화 시켰다"고 설명하면서도 "외부의 시각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더욱 보완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밸류업에 선제적으로 동력을 제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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