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7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미국 주요 언론들도 주목했다.
한중일 정상이 약 4년 반 만에 대화를 재개한 것은 의미 있지만 핵심 현안에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단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한일) 사이의 교역 관계에 이간질을 놓길 바랐다며, 반도체 수출 통제 등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대중국 수출에 대한 추가 제한을 가하는 것을 막는 것이 주요 관심사"였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좌)와 함께 리창 중국 총리의 발언을 경청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
미 정치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제러미 찬 선임 연구원은 "중국은 이번 3국 정상회의를 통해 역내 파트너 두 곳이 미국 궤도로 너무 멀리 표류하는 것을 막길 바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중국의 보호주의 탈피 요구에도 불구하고 3국은 이에 관한 구체적인 이니셔티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대신 이들은 "수출통제 분야에서 계속 소통"하기로 합의하는 데 그쳤다는 설명이다. 한중일은 2019년 이후 중단된 3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가속하기로 했다.
WSJ는 중국이 일본과 한국 모두의 최대 교역 상대국임과 동시에 최근 몇 년 동안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안보 및 정치적 유대를 확대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인지 이날 윤석열 대통령,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회의 후 공동성명을 통해 정상회의 정기 개최와 무역, 청정에너지 전환 노력에 협력하기로 약속하고 관광과 교육 등을 통한 인적교류 활성화에 동의했을 뿐 이외 핵심 사안에서의 합의 도출은 없었다고 WSJ는 진단했다.
실제로 군사 및 안보 문제에 대한 한중일 간 깊은 이견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표면에 드러났는데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예고에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별도의 성명에서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 사안이라며 북한에 발사 중단을 촉구했지만 리 총리는 직접 언급하지 피한채 "관련국들의 자제"를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
비록 이번 정상회의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지만 한일이 미국과 안보 및 정치적 유대 관계 때문에 대놓고 중국과 손을 잡진 않아도 미국의 일방적인 대중 관세 등 정책이 한일을 중국에 더 다가가도록 등 떠밀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전문가 해석도 나왔다.
브뤼셀 거버넌스스쿨의 통피 김 연구교수는 "미국의 군사적 보호에 대한 동맹국들(한일)의 의존은 경제 분야에서 그들의 자율성을 제한할 순 있어도 미국이 동맹국들에 맹목적으로 미국 요구에 따를 것으로 기대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외교 정책 전문가 패트리샤 김은 "한중일은 이번 회의를 통해 공동의 과제에 대한 협력을 약속함으로써 정기적인 의사소통 재개 소식을 알리는 데 만족해 보인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중 간 갈등 고조로 3자 정상회의가 빛을 잃었다"며 "대화는 공급망 보호, 무역 촉진, 고령화 인구와 신종 감염병 대응 협력 등 쉽게 합의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있는 영역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고 짚었다.
반대로 3국 정상은 "대만, 북한과 같은 곤란한 역내 안보 현안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정상회의 개최 몇 시간 전 인공위성 발사를 예고하고 회의 후 위성을 발사한 북한이 한중일 간 주요 이견을 부각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NYT는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자국 시장에 접근성 확대를 제공함으로써 이들 국가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본다"며 중국이 FTA 협상 재개 가속화에 합의한 이유도 이러한 목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