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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남은 솔올(강릉)의 '아그네스 마틴+정상화'전…진짜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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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추상표현주의 대표작가 마틴의 주요작
명상 통해 표현한 침묵의 그림 54점 전시
한국단색화 거장 정상화전도 8월25일까지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침묵의 그림. 미국 작가 아그네스 마틴(1912~2004)이 모든 걸 내려놓고 완성한 작품은 고요하다. 아무 것도 없거나, 그저 가느다란 선과 그리드(격자)가 있을 뿐 적요함으로 가득차 있다.

'40년간 수평선만 그은 작가' '백색의 거장'으로 불리는 아그네스 마틴의 전시가 강릉시 교동의 솔올미술관(관장 김석모)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마틴의 전시, '아그네스 마틴:완벽의 순간들'은 이제 꼭 한달 남았다. 8월 25일이 지나면 작품들은 대여해준 곳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아그네스 마틴의 말년작 '순수한 사랑' 중 'Where babies come from'(아기들이 오는 곳). 1999, 캔버스에 아크릴릭, 연필, 152.4x152.4cm, 디아파운데이션 소장. ©Estate of Agnes Martin Artists Rights Society(ARS) 2024.07.26 art29@newspim.com

"내 그림에는 사물도 공간도 선도 아무 것도 없다. 아무런 형태도 없다. 내 그림은 빛이고, 가벼움이고, 합쳐지는 것, 무정형성에 관한 것이어서 형태를 무너뜨린다. … 바다를 보려고 텅 빈 해변을 가로지르듯 시야 속으로 그저 직행해 들어가야 할 필요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아그네스 마틴)

끝없이 그려넣은 격자무늬, 건조하게 반복되는 연필선, 캔버스에 그려진 수평선을 채운 반투명의 물감들. 아그네스 마틴의 작품은 너무 단조롭고 밋밋해 첫 순간엔 진가를 알아보기 힘들다. '왜 이리 거장이라고들 하지 ?'하고 의문이 들기 쉽다.

하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느리게 보기'를 시작하면 첫눈에 안 보이던 것들이 슬금슬금 보인다. 연필로 가늘게 그은 선들, 서로 다른 격자와 선의 간격, 농담을 달리해 칠한 맑고 뽀얀 색면이 조화를 이루는 화폭을 응시하다 보면 작가가 빚어낸 추상의 세계로 빨려들게 된다. 삶의 중요한 것들을 모두 버리고, 수평선과 색띠, 그리드를 그리는데 일평생을 바친 작가의 작품은 텅 비어 있으나 모든 걸 품고 있다.

[서울=뉴스핌] 강릉 솔올미술관 2전시실에 걸린 아그네스 마틴의 회색 모노크롬 회화 연작.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26 art29@newspim.com

강릉 솔올미술관은 미니멀한 백색 건축이다. 이 미술관에 더없이 미니멀하고 '물'처럼 슴슴하고 맑은 그림은 약속이라도 한 듯 어울린다. 밝은 햇살이 눈이 아플 정도로 쏟아지는 미술관 로비와 복도를 지나 전시실에 발을 들여놓으면 고요한 그림들이 보인다.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아그네스 마틴의 작품들이다.

솔올은 영국 테이트 모던의 전 관장이자 올해 이화여대 조형예술대 석좌교수로 초빙된 프랜시스 모리스에게 큐레이팅을 의뢰했다. 출품작 54점은 뉴욕의 휘트니미술관, 뉴욕주 비컨의 디아파운데이션,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 나고야시 미술관, 서울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해외 소장자들이 대여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솔올미술관의 '아그네스 마틴:완벽의 순간들' 전시를 큐레이팅한 프랜시스 모리스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 석좌교수.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26 art29@newspim.com

솔올측으로부터 2년 전 제의를 받았다는 모리스 교수는 "아그네스 마틴이란 예술가를 단순히 조망하는 전시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전시 제목처럼 마틴의 '핵심적 순간들, 완벽한 순간들'에 주목해 '본질'에 다가가려 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뉴욕 컬럼비아대 재학시절 선불교와 도교에 심취했고, 이는 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마틴의 이번 전시는 1955년 작가가 구상회화를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에서 출발한다. 이 시기 그의 작업은 원형 삼각형 사각형이 어우러지며 기하학적인 언어와 차분한 색상으로 변화한다. 1950년대 후반부터는 대상의 재현과 모방은 사라지고, 간결한 선과 격자 형태가 등장한다. 

마틴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나무'(1964)도 전시에 포함됐다. 리움미술관 소장품인 '나무'는 대형 캔버스를 오로지 직사각 격자 패턴으로 채워넣었다. 마틴은 '나무'를 그리게 된 순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미술전문기자=아그네스 마틴 '무제'. 1959. 캔버스에 유채, 연필. 120.7x60.3cm.[이미지=페이스갤러리] 2024.07.26 art29@newspim.com

"처음 그리드(격자)를 만들 때, 나는 우연히 나무의 순수함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 그리드가 마음 속에 떠올랐다. 내게는 이것이 순수함을 재현하는 것 같았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이 나의 비전이라고 생각했다."

1967년 마틴은 뉴욕에서의 작품활동을 접고, 여행을 떠났다. 그리곤 1974년부터 뉴멕시코주의 깡촌이나 다름 없는 타오스에 파묻혀 숨지기 전까지 작업했다. 타오스에서 30년간 은둔자처럼 지내며 동일한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마틴은 명상을 통해 얻은 영감을 표현하며, 회화의 완벽성을 추구했다. 즉 작품의 크기, 색상, 기법 등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그 안에서 색과 선을 무한반복하고 변주한 것.

[서울=뉴스핌] 솔올미술관에서 8월 25일까지 열리는 '아그네스 마틴:완벽의 순간들'에 출품된 마틴의 후기 연작 '순수한 사랑'.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26 art29@newspim.com

특히 1977년에서 1992년 사이 제작된 회색 모노크롬 회화는 마틴의 미학적 절정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이번 솔올미술관 전시에는 모두 8점이 나왔다. 가로선 또는 격자, 명도차만 준 회색으로만 이뤄진 이들 작품은 형태와 색조, 질감의 변주를 통해 '채움'대신 '비움'을 이루고자 했던 마틴의 예술세계를 오롯이 드러낸다. 명상을 통해 빚어낸 고요한 세계는 관람객의 발길을 오래 붙든다.

전시의 대미는 마틴이 생의 후반기 10년간 몰두했던 시리즈로 짜여진 3전시실이다. 1993년 건강이 나빠져 양로원에서 지내던 마틴은 매일 작업실을 찾아 그림작업을 이어갔다. 마틴은 1999년 제작한 8점의 연작 '순수한 사랑'에 대해 '명상에 빠져들다가 떠오른 이미지를 그렸다'고 밝혔다. 엄정했던 회색 모노크롬 연작과는 달리, 이 연작은 연노랑 연분홍 연하늘 등 반투명한 색조에 의한 광채가 빛을 발하는 매혹적인 시리즈다. 쇠약한 상태임에도 오히려 생의 기쁨과 예찬으로 가득찬 작품이다.

[서울=뉴스핌] 아그네스 마틴의 1973년 작품인 '어느 맑은 날'의 전시전경. [사진= 이영란 기자] 2024.07.26 art29@newspim.com

세미나실에서는 마틴을 다룬 매리 렌스의 50분 길이의 다큐멘터리 영화 '세상을 등지고'가 상영된다. 2002년 마틴의 작업실을 찾아 인터뷰한 영상은 '은둔의 완벽주의자' 마틴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

마틴은 자신의 작품은 자신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작품을 개인적인 경험이나 의미, 삶에 대한 통찰과 연결짓는 것을 거부했다. "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음악을 듣는 것과 유사하다"며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은 밀려오고 빠져나가는 파도, 하늘을 가로지르며 움직이는 구름처럼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본질적으론 동일한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정상화 'Work 12-11', 캔버스에 아크릴, 227.3×182cm, 1973 ©정상화, 이미지 갤러리현대 2024.07.26 art29@newspim.com

한편 세계의 현대미술과 한국의 현대미술을 연결하는 미술관을 표방한 솔올미술관은 지난 전시에서 이탈리아의 루치오 폰타나와 한국의 곽인식 작가의 작품을 나란히 선보인데 이어 마틴의 전시와 함께 한국 단색화 거장 정상화 화백(92)의 전시도 열었다.

'인 다이알로그:정상화'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정상화의 이번 전시는 가장 절제된 '백색추상'으로만 꾸며졌다. '백색추상'은 캔버스 전체에 백색 고령토를 바른 뒤 꾸덕꾸덕 마르면 캔버스를 가로세로로 접고 꺾는 과정을 거친다. 접었던 부분에 금이 가면 뜯어내고, 그 자리를 물감으로 메우는 작업을 통해 완성된다. 정상화의 작품을 느린 호흡으로 감상하다 보면 화면 위 서로 이어진 사각의 경계에서 들고나는 숨결을 감지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모리스는 "두 작가는 치밀한 계획성과 즉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면에서 닮았다"며 "마틴과 정상화의 작품이 대화를 만든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두 작가의 작품을 잘 이해하고 진가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행성이 깃든 정상화의 리드미컬한 회화와 시적 감수성과 명상으로 가득찬 마틴의 그림은 닮은 듯 달라 비교해가며 음미하는 묘미가 각별하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지난 2월 개관전으로 루치오 폰타나-곽인식 전을 연데 이어 오는 8월25일까지 아그네스 마틴-정상화 전을 열고 있는 강릉 솔올미술관. 강릉시는 이 미술관의 향후 목표와 운영계획 등을 아직 공표하지 않고 있어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24.07.26 art29@newspim.com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이사장 박명자)이 위탁 운영을 맡은 솔올미술관은 8월 25일 전시가 막을 내리면 강릉시에 기부체납돼 시립미술관으로 운영된다. 향후 미술관 운영 계획과 목표 등에 대해 강릉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한편 강릉시의회 의원연구회인 '강릉시 문화예술산업 연구회'는 솔올미술관을 포함해 강릉시 문화예술시설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오웅성 홍익대학교 스마트도시 과학경영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바있다. 오 교수는 지난 7월 25일 시의원들을 대상으로 연구용역 보고회를 가졌고, 시의원들의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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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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