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교통부 장관이 출장시 1등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을 고집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항공기 맨 앞의 1등석에서는 승객 안전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없어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워싱턴DC에서 콜로라도주 덴버로 향하는 피트 부티지지(42) 미 교통부 장관 출장 동행기를 13일(현지시간) 전했다.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부 장관. [사진=블룸버그] |
지난 7일 오전 8시 15분 이륙 항공편 탑승을 위해 7시께 워싱턴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한 부티지지 장관은 한 손에 던킨도넛 커피를 든 채 기자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평균 일주일에 한 번 이렇게 항공기를 타고 국내 출장길에 오른다고 했다. 그는 2021년 2월 교통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현재까지 미 47개 주(州)로 수백 개의 항공편을 탑승했다.
이날 항공기 좌석은 기체 뒤편 복도 중앙에 4개 좌석이 나란히 붙은 이코노미석이었다. 부티지지 장관과 동행 기자는 복도 중앙의 여러 좌석 탑승객이 어떻게 팔걸이를 공유해야 하는지 대화를 나눴다.
부티지지 장관은 중간에 앉은 탑승객이 양쪽 팔걸이 모두 사용해야 한다고 굳건히 믿지만 이날 중앙 복도 좌석은 홀수가 아닌 짝수라 중앙석이 없는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간에 탑승한 두 명이 팔걸이 하나를 공유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팔걸이 앞쪽을 쓴다면 다른 한 사람이 팔걸이 뒤쪽에 팔꿈치를 댈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부티지지 장관은 평소에도 이코노미석만 탄다. 자주 출장을 가다 보니 항공사는 그의 좌석을 업그레이드 시켜주겠다고 제안하지만 부티지지 장관은 거절해 왔다.
이코노미석 만석 등의 이유로 부득이 하게 1등석을 탑승해야 할 땐 자신 대신 출장길에 오른 팀원 중 신입이나 장신이어서 넓은 좌석 공간이 필요한 직원에게 양보한다.
델타항공 항공기 [사진=블룸버그통신] |
이토록 그가 이코노미석만 고집하는 이유는 "1등석에 앉으면 승객보호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규제하는 항공사의 항공기를 타는 것이라면서 미국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이코노미석에 앉아야 항공사가 승객 안전 규정을 잘 따르고 있는지, 개선할 것은 없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덴버국제공항에 도착해 빠르게 짐을 찾고 자동차에 탄 부티지지 장관은 "하늘을 난다는 것은 기적적인 일이다. 하지만 여러모로 점점 불만스러워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항공사들은 그들 스스로 고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담으로 부티지지 장관도 항공기 탑승시 취향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좌석은 창가석이며, 누가 남은 팔걸이 하나를 써야하는지에 꽤 예민한 편이다. 항공기에서 제공하는 스낵 중 '스트룹와플'이란 특정 비스킷을 가장 좋아한다.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던 부티지지 장관은 미국 최초의 공개 성소수자 각료다. 그는 입각 후 동성 배우자와 쌍둥이를 입양해 화제였으며 2012~2020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지냈다.
부티지지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아래 남은 임기 동안 항공편 안전과 항공사 서비스 개선에 힘쓸 계획이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