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기념관, 전시관으로 구성
'네이버 예약' 통해 관람 신청
[수원=뉴스핌] 김정인 기자 = "걸인이 와도 소반에 밥상을 차려 내어 주실 정도로 넉넉한 인심을 베푸셨던 곳입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평동에 위치한 23평의 고즈넉한 한옥집. 최종건 SK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이 태어나 40년을 보낸 생가가 SK그룹 창립 71주년을 맞아 복원됐다.
이 고택은 최태원 회장의 조부모이자 최 창업회장, 최 선대회장의 부친 최학배 공과 모친 이동대 여사가 1921년 터를 잡고 4남4녀의 대가족과 함께 지내던, 그야말로 SK그룹의 뿌리인 셈이다.
SK 고택의 모습. [사진=김정인 기자] |
지난 15일 개관한 고택은 1111㎡(약 336평) 크기 대지 위에 75㎡ 크기의 한옥 형태 기념관과 94㎡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과거는 주변이 온통 논밭이었지만 현재는 중고차매매단지, 공업사들이 고택을 둘러싸고 있다.
웅장한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ㄱ자 형태의 따뜻한 정취가 느껴지는 한옥 기념관이 있다. 처마에는 최학배 공의 '학(學)'자와 '느릅나무 유(楡)'를 딴 '학유당(學楡堂)'이 새겨진 현판이 붙었다. 한나라 고조인 유방이 고향의 느릅나무 한 쌍을 낙양으로 옮겨 신성한 공간으로 여겼다는 유래와 연결 '창업자의 고향'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SK 고택의 모습. [사진=김정인 기자] |
내부는 최 창업회장이 회사를 설립하고, 최 선대회장이 한국 제품 수출과 사업고도화에 전념한 1950~1960년대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이곳은 실제 사용했던 유품과 시대상을 재현한 전시품으로 구성됐는데, 유품은 대부분 SK가(家)에서 기증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SK 고택의 대청마루. [사진=김정인 기자] |
대청마루는 성인 6~8명이 누워도 될만큼 넓다. SK가는 고택에 살던 당시 대청마루에서 제사를 많이 지냈던 기억이 있다고 한다. 최 회장을 포함해 가족들이 뛰어놀며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SK 고택 안방의 모습. [사진=김정인 기자] |
안방은 당시 사용하던 자개장과 재봉틀, 출장가방, 이불, 금고 등이 가지런히 배열돼 있다. 방 안쪽에 위치한 다락은 이동대 여사가 8남매를 위한 간식을 꺼내주고 살림살이를 구비해 놓던 곳이다.
SK고택 찬방의 모습. [사진=김정인 기자] |
SK고택 부엌의 모습. [사진=김정인 기자] |
넓은 부엌과 찬방은 가장 인상 깊은 포인트였다. SK관계자에 따르면 이동대 여사는 SK의 시초인 '선경직물'에서 운동회가 있거나 손님이 찾아왔을 때 직접 밥을 차려 냈다고 한다. 또 제사를 지내면 많은 음식을 만들어 주변 이웃들과도 나눴다. 음식을 구걸하는 이가 찾아와도 직접 소반에 밥상을 차려 먹이고, 빈손으로 보내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커다란 쌀독과 뒤주, 부엌 옆 찬방에 가득 쌓여 있는 그릇들은 가족만을 위한 것들이 아니었다. 당시 고택 인근에 논밭을 크게 보유하고 있던 부농이었지만 나눔을 아끼지 않았다.
SK고택 전시관의 모습. [사진=김정인 기자] |
움직이는 이미지로 구현된 최학배 공과 이동대 여사의 모습. [사진=김정인 기자] |
직물을 보관하던 창고는 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오늘날 SK가 있기까지 역사를 다양한 시청각 자료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먼저 SK그룹 대가족의 가계도 및 역사를 소개하는 'SK고택에서 시작되다' 존(ZONE)에선 디지털화된 가족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최학배 공과 이동대 여사의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움직이는 이미지로 재현돼 눈길을 끌었다.
SK고택 전시관의 모습. [사진=김정인 기자] |
이어 양옥집의 접견실을 재현한 'SK의 성장과 함께 하다' 존, SK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하는 '다음 세대에 나눔을 전하다' 존을 통해 SK그룹의 성장과 베풂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SK그룹 일가가 식재한 느릅나무. [사진=김정인 기자] |
지난 8일 SK고택을 찾았던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일가 20여명은 느릅나무를 식재하며 후대에 전해진 기업가 정신을 새겼다고 한다. 특히 최 회장은 고택을 방문한 관람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자와 음료수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고택 관람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주말 및 공휴일은 휴관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관람객은 어록 카드를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