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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술에 책임을 요구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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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전례 없는 청소년 정신 건강 위기 초래'. 캐나다 학교들이 최근 메타(구 페이스북)와 틱톡, 스냅 등 소셜 미디어(SNS)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 배상 소송의 이유다. 이들 학교들은 'SNS 기업들이 중독성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 고의로 제품을 설계해 교실에서 혼란을 초래하고 성적 학대와 착취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배상액은 45억 캐나다 달러, 우리 돈 약 4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청소년의 뇌가 취약한 만큼 SNS에 의해 충분히 조작, 중독될 수 있음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조치는 커녕 오히려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SNS기업에 대한 소송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지난 해 10월 메타는 미국 41개 주정부로부터 캐나다 학교들과 비슷한 이유로 소송을 당했고 올 2월엔 뉴욕시가 메타, 스냅, 유튜브, 틱톡 등을 중과실, 공공방해 명목으로 고소했다.

소송에 등장하는 공통된 키워드는 '고의성'과 '중독성' 그리고 '기업 책임성'이다.

미국 41개 주정부를 대표해 소송을 주도한 콜로라도 주 법무장관은 메타를 '대중의 건강을 희생' 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업'으로 질타하며 금전적 배상은 물론 청소년에게 해악을 끼치는 중독성 알고리즘을 즉시 제거할 것을 요청했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이들이 지적한 중독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다.

좋아요와 댓글이 많을수록 상단에 드러나도록 해서 경쟁을 부추기는 '참여기반 노출', 끝없이 계속 게시물을 보여줌으로써 사용자를 SNS에 오래 붙잡아 두는 '무한 스크롤', 새로운 게시물이나 반응을 알려주어 확인 욕구를 자극하는 '푸시 알림'. 게시 후 24시간이 지나면 볼 수 없는 '스토리'와 실시간 시청만 가능한 '라이브' 역시 지금 당장 꼭 SNS를 봐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한다.

이 같은 알고리즘은 도파민을 조종한다. 사용자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좋아요'의 숫자에 대한 동경과 집착을 만들고 '좋아요'를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자극적인 게시물을 올리고 이를 위해 위험천만한 행동을 마지않게 만든다.

2017년 미국역학저널에 실린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삶의 만족도가 악화했다. 이는 5천명 이상의 페이스북 사용자를 3년 동안 추적한 결과다.

2010년 미국 의대 연구진이 고등학생 4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SNS 습관을 관찰한 결과도 눈여겨볼만하다. 평일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초네트워커(hypernetworkers)' 11.5%가 우울증, 약물남용, 수면 부족, 스트레스, 성적 부진을 보이며 자살 비율이 대조군인 일반 학생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 로고.[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3.29 mj72284@newspim.com

2000년 초반 SNS가 등장 한 이후 10여년이 지났을 무렵부터 SNS 유해성 논란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소비자가 직접 소송 등의 법률적 행위에 나서기까지 10여 년이 더 흘러갔다. 그 시간 동안 SNS가 중독 알고리즘 외에도 편견과 증오를 키우고 우울증을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가 이어졌다.

심지어 메타에서 데이터과학자로 일했던 내부고발자도 등장했다. 그는 메타가 지난 대선 이후 허위 정보 등을 차단하는 공공 윤리(civic integrity) 부서를 해체하고 사용자들의 이용시간을 늘리기 위해 혐오조장 콘텐츠를 막지 않았다고 밝혔다. 메타는 알고리즘을 안전한 방식으로 바꾸면 사용자 시간이 줄어들고 이익이 줄어들 것임을 알고 있다며 '공익을 저버렸음'을 강조했다.

SNS 기업들의 책임성을 거론하기까지 무려 20여년의 시간이 걸렸고 수많은 이들이 위험성에 노출된 채 부작용에 시달리는 피해를 입었다. 확실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형국이지만 지금이라도 고치려 드니 그나마 다행이다.

확산 속도가 빠르고 대중적 선호가 높은 기술일수록 잠재적 위험성도 클 수 있다. SNS가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있었지만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경험해보지 못한 SNS의 재미와 자극에 현혹당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SNS 등장기와 유사한 시기를 맞았다. 생성형AI가 뚝딱 만들어내는 문장, 이미지, 영상의 놀라운 생산성과 유용함에 압도당해 훤히 내다 보이는 위험성조차 간과하고 있다.

AI를 형상화한 이미지 [자료=블룸버그]

대표적인 것이 딥 페이크다.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인 딥 페이크는 AI기술로 만들어진 진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사진과 영상을 말한다. 전 세계 정치, 사회, 산업,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에 이용되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기술 자체를 유해하다 보기 어렵지만 워낙 악용의 우려가 크고 심각한 폐해를 일으키는 만큼 사용에 대한 지침이 필수적으로 규정되어야 하며 강력한 규제와 처벌 또한 신속하게 정해져야 할 상황이다.

불완전한 AI 역시 위험하다. 얼마 전 구글 제미나이가 미국 건국자나 아인슈타인 같은 역사적 인물을 유색인종으로 그려 질타를 받았다. 이후 메타의 이미지 생성기 역시 교황 이미지를 흑인으로 바꿔 그리는 오류가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프롬프트 예측성과 결과물 통제성의 부족, AI편향 조정방법 등이 맞물린 AI 업계 모두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생성형 AI의 공통된 문제로 진단했다.

MS의 이미지 생성기 '코파일럿 디자이너'에 대한 내부고발도 나왔다. 사내에서 기술을 테스트하고 문제를 점검하는 레드팀의 일원이었던 셰인 존스는 '코파일럿 디자이너'가 선정적이고 위험한 이미지가 여과없이 생성되는 '안전하지 않은' 모델임을 MS에 알리고 이용 등급 변경, 시판 연기를 제안했지만 회사는 일체 거절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윤영 기자 = 지난해 5월 삼성전자와 러시아 인공지능연구소가 사진 이미지 한장을 이용해 자연스러운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냈다. [제공=삼성전자] 2020.04.01 yoonge93@newspim.com

업과 일상에 스며들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기술이다. 아직은 전적으로 신뢰하거나 의존하기 어려우며 개발과정에 사람의 검토와 개입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AI기술이 진정으로 영향력을 미치려면 AI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향후 등장할 다양한 AI기술들은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 남용이나 오용이 되면 '어떤 위험성과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력하고 혁신적이면서도 낯선 기술은 사용법을 충분히 익히기 전까지 안심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재미와 편의 앞에서 우리는 취약해지기 쉽다. 우리 사회에 등장한 AI를 단순히 흥미로운 도구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 전반에 거친 인식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으로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것 이상의 '책임감'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감은 AI의 안전성과 AI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확인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꾸준히 요구해야 할 우리의 권리기도 하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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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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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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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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