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월 위기설' 정면 돌파 의지 강력…연이틀 PF유동성·미분양 지원 등 건설사 살리기 '총력'
건설사 살리기에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수요회복 없이는 한계
공사비 급등, 고분양가 불가피…가처분소득 줄어든 수요층 감당할 '활성화대책' 全無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4월 위기설(說)은 없다"
지난주는 정부가 '4월 위기설'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낸 한 주였다. 지난 27일 금융위원회가 관계부처합동으로 '민생활력 제고를 위한 취약부문 금융지원 방안'이란 이름으로 대책을 발표한데 이어 이튿날인 28일에도 최상묵 경제부총리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건설경기회복지원방안'이란 이름을 내걸고 이틀 연속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실질적인 업무 추진을 맡아야하는 대책들이 많이 담겨졌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03.28 yooksa@newspim.com |
그만큼 내수 경기가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정부는 4월 위기설의 진원지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해 막대한 유동성 지원 방안을 이틀 연속 강조함으로써 위기 확산 우려를 진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부동산PF 정상화에 9조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했다. 사업자보증에 5조원을 더 투입해 총 30조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현재 보증 대상이 아닌 비주택 PF 사업장에 대한 4조원어치 보증을 신규 도입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여기에 PF정상화펀드 자금도 투입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사업장에 신규자금을 대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튿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도 3조원의 유동성을 건설업계에 긴급히 수혈하도록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토지매입 단계부터 지지부진해 있는 PF사업장의 땅을 사들이도록 했다.
또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10년 만에 부활시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구원투수로서 재등판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공공부문의 공사비도 대폭 올려주기로 했다. 공사비 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PF사업에 물꼬를 터주기 위한 조치다.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로선 정부의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책이 쏟아지니 반색할 수밖에 없다. 건설유관 단체들은 일제히 입장문을 내며 정부의 잇따른 발표에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우선 급한 불은 끌 수 있는 모양새는 됐다. 4월 위기설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다음이 문제다. 공급자인 건설사들은 한숨 돌렸다 해도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하반기에 또 다시 위기설이 불거질 개연성은 아주 높다. 일단 공급자인 건설업계를 살려 놓긴 했는데 수요자의 위축은 여전하다.
거시경제 지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반도체 회복세에 힘입어 넉 달 연속 증가세다. 이 같은 영향으로 설비투자도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내수다. 소비지표인 소매판매가 1월보다 줄었다. 설 연휴로 인한 특수가 있는 달임에도 부진하다는 얘기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도 내수 전반에 미치고 있는데, 건설경기는 부동산시장과도 직결된다.
정부의 '든든한 뒷배'를 배경으로 공사비를 올려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아파트의 경우 공공이든 민간이든 분양가 급등세는 봇물 터지듯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분양가 행진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재건축·재개발 단지 역시 급등한 공사비를 감당할 수 있는 조합들이 얼마나 될지도 관건이다. 결국 분담금을 낮추기 위해 분양가를 대폭 올려야만 하는 도미노 현상은 불 보듯 뻔할 것이다. 재건축 사업성이 높은 일부 강남권은 고소득층의 수요가 받쳐준다 해도 대부분 정비사업은 이를 감당할 만한 수요층이 있을지 의문이다.
미분양 해소는 요원해 보인다. 시장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한 리츠와 LH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 그 사이 금리가 인하되면 그나마 숨통이 터질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미 너무 올라버린 고분양가를 감당하면서까지 매수할 수 있는 수요자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소득은 크게 늘지 않은데다, 고금리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탓이다. 대출규제를 풀어서라도 또 다시 빚내서 집사라는 '영끌족'을 불러 모아야 할지 모르겠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을 건설사 살리기에 목표를 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 "4월 위기설을 염두했다기보다는 PF 사업장이나 건설업계의 미분양 완화, 사업자금 조달 등을 원활하게 해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위기 실체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래서 정부가 발표한 '건설경기회복지원방안'이란 타이틀이 유감이다. 사실 전날까지만 해도 대책 발표 제목은 '건설산업 지원방안'이었다가 변경된 것이다. 공급자 지원 뿐만 아니라 수요활성화까지 확대되는 내용이 담길 수 있겠다는 기자의 촉이 왔었다. 통상 엠바고가 정해진 상황에서 대책 발표 제목이 달라지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뭔가 대책이 커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은 한낱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정부의 의지대로 이번 대책을 통해 건설경기가 회복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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