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이차전지 장비 전문업체 필에너지(대표이사 김광일)가 K-배터리 설비의 대표주자 지위 굳히기에 돌입했다. 핵심 제품인 스태킹(Stacking) 일체형 설비·레이저 노칭(Notching) 설비에 이어 전기차(EV)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46시리즈의 권취기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다. 관련 수주가 임박한 만큼 신성장 동력 확보가 가시화됐다. 대규모 수주에 대응하기 위한 5000억 규모 캐파(capa)도 확보한 상태다.
29일 필에너지 관계자는 "원통형 권취기를 성공적으로 개발 완료했다"며 "여러 고객사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주활동을 진행하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 첫 수주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통형 EV 배터리 시장의 확대와 맞물려 46시리즈 원통형 권취기는 고객 다변화 및 성장의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권취기는 극판 전공정을 마친 극판 릴을 원통형 배터리 형태로 말아주는 장비다. 장비의 성능에 따라 제품의 품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핵심 장비로 주목받고 있다. 정밀한 가공이 요구되는 만큼 필에너지의 레이저 기술이 권취기에서도 빛을 발한다는 평가다.
권취기의 개발 완료로 필에너지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EV(각형) △EV(원통형) △전고체 등의 장비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어, 시장 트렌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EV(각형) 제품군 가운데 노칭·스태킹 일체형 설비는 필에너지의 우수한 기술력이 잘 드러나는 대표작이다.
46시리즈 권취기 설비까지 장착한 필에너지의 큰 그림은 고객군 다변화다. 뛰어난 기술력을 기반으로 여러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나아가 국내 배터리 설비 산업 내 톱티어(top-tier) 지위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광일 대표는 필에너지 주주에게도 중장기적 경영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6일 열린 제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대표는 △R&D 기반의 시장 선도 △고객사 다변화 △capa 확대 등을 중장기 계획으로 제시했다. 필에너지는 최근 신공장 증설을 마쳤다. 이에 연 5,000억원 규모를 웃도는 설비 제조 capa를 확보하게 됐다. 필에너지가 IPO 때 약속한 '수주 확대를 위한 신공장 선투자'를 이행했다.
김 대표는 "신공장에 마련된 드라이룸(공기 중 수분량을 일정수준 이하로 제어한 공간)을 활용해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도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드라이룸은 배터리 제조 공정에 필요한 요소다.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주목 받고 있는 리튬 등이 수분에 취약하기 때문에 습기를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는 드라이룸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높은 투자비·유지비에 부담을 느껴 선뜻 설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필에너지는 드라이룸을 확대 운영, 고객사의 샘플 대응 및 설비 테스트 등을 위한 전용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시장 주도권 유지(스태킹 일체형 설비 원가 경쟁력 제고) △금형에서 레이저 노칭으로 전환 선도(양극 합제부 레이저 노칭 양산을 위한 고속화 기술 개발) 등도 경영 계획으로 언급됐다.
한편 필에너지는 최근 2년 연속 8%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 성장세 둔화와 설비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의미 있는 수치를 나타냈다. 매출은 전년대비 증가한 1967억원을 달성했다. 수주잔고는 작년 말 기준 2459억원이다.
필에너지 로고. [사진=필에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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