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최근 총선 활동 이유로 지각·불출석 반복
'옥중 창당' 송영길은 연일 보석 호소
법조계 "국민들 보고 배울까 우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구속기소된 상태에서 창당을 하거나 재판을 지연시키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법조계에서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거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 "총선 이후로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3.26 leemario@newspim.com |
그는 재판 기일이 오는 29일과 다음달 2일, 총선 전날인 9일로 잡히자 "피고인 본인의 후보자 지위뿐 아니라 제1야당인 당대표 지위와 활동이 있는데 선거 직전까지 기일을 잡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대표는 선거 일정 등을 이유로 지난 12일 재판에 지각했으며, 지난 19일 허가 없이 불출석했다. 아울러 지난 22일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옥중에서 소나무당을 창당하고, 연일 법원에 보석 허가를 요청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에 참고 자료를 내고 "선거 유세 한 번 못 한 채 구치소에 무기력하게 있어야 한다면 너무나도 가혹한 형벌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지난 6일 보석 심문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심에서 실형이 나왔는데도 법정 구속이 안 돼 창당하고 활동하는데 저는 창당하고도 활동을 못 하는 점에서 수긍이 안 되는 면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직후 조국혁신당을 창당했고,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이 되지 않은 상태다.
이외에도 재판을 받는 도중 출마를 강행하는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혐의로 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충남 공주·부여·청양 후보로 출마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지법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경기 성남중원 후보로 출마한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서울남부지법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정치인들이 총선을 이유로 재판을 미루거나 '옥중 창당'을 하고 보석을 요청하는 행위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일반인들은 (이 대표처럼) 재판을 안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두 번 안 나가면 바로 영장이 발부된다"며 "유력 정치인이니까 가능한 배포"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에서 개개인의 사정을 다 봐주진 않는데 총선을 이유로 계속 미룬다면 특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다만 총선 하루 전날 열리는 재판의 경우 기일 변경 가능성도 있었을 텐데 (재판부에서) 원칙을 고수하는 것을 보면 이 대표의 그간 불성실한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실형을 받거나 구속 중인데도 정치활동을 이어나가거나 이를 빌미로 보석을 청구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국민들이 보기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검사도 "법치주의 관점에서 봤을 때 걱정스럽다. 법원에 대해 무시하는 걸로 평가받을 수 있다"며 "나름 사유가 있겠지만 정치인들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거듭 출석을 미루는 것을 보고 국민들도 보고 배우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반면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조인 관점에서 보면 수사·재판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개인의 출마를 막을 순 없고, 피고인 신분 출마자의 도덕성·부적절함에 대한 판단은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llpas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