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미 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가파른 랠리를 이어온 가운데, 최근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이어 자사주 매도에 나서고 있어 미 증시의 고점 신호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회사 내부 사정에 밝은 내부자의 주식 매도는 통상 주가의 고점 신호로도 간주되기 때문에 많은 전문 투자자가 눈여겨보는 기업 지표 중 하나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미국 PC 및 노트북 제조업체인 델 테크놀로지스의 CEO 마이클 델은 지난 한주에만 총 4억6800만달러(한화 약 6285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지난 1년 델의 주가가 200% 가까이 상승하며 단기적으로 고점 신호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 이뤄진 결정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도 최근 총 1억1400만달러(1531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도했다. 지난 2011년 11월 이후 그가 매각한 자사주 규모 중 가장 컸다.
저커버그의 이번 주식 매각은 105b-1을 통해 사전 예약된 것이다. 105b-1 거래 계획은 내부자 거래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기업 내부자가 향후 정해진 시기에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입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을 수 있도록 한 SEC의 규정이다. 저커버그의 매각은 아내 프리실라 챈과 설립한 자선재단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비롯한 다양한 경로로 이뤄졌다.
델과 마찬가지로 저커버그의 매각이 메타의 주가 상승 후 이뤄졌다는 데에 눈길이 간다. 메타의 주가는 지난 1년간 150%가량 올랐다.
아마존의 베이조스 창업자도 지난달 85억달러(11조4000억원) 규모의 아마존 주식 5000만주를 매각했으며, 앤디 재시 아마존 CEO도 올해 약 2110만달러(283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팔란티어의 피터 틸 CEO도 이달에만 자사주 1억7500만달러(약 2350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내다 팔았다.
CNBC에 따르면 이들 외에도 아리스타 네트웍스(ANET, 4090만달러 매도), 깃랩(GTLB, 1650만달러),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DNS, 1470만달러), 앱플로빈(APP, 9500만달러) 등 미 증시에 상장된 여러 기술주의 CEO가 지난 한주 자사주 매도에 나섰다.
투자리서치업체 베리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업 내부자의 자사주 매수 대비 매도 비율이 12%대로 지난 2021년 1분기 이후 12개 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초 기업 내부자들의 자사주 매도가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지난해 주가 하락으로 매도를 피한 데 따른 이연 효과도 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스 엘슨 델라웨어대학교 기업지배구조센터장은 "고위급 임원의 대량 주식 매각은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면서 "이는 그들이 자산을 배치할 수 있는 곳으로 그들이 운영하는 기업보다 더 나은 장소를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투자자들이 자사주 매도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