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지원센터장으로서 증거인멸 총괄"
사내이사 활동 등 향후 거취 주목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분식회계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회계 처리 문제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김 전 대표 또한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혐의를 벗었다.
다만 김동중 경영지원센터장(부사장)은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회계를 총괄하며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김 부사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향후 그의 거취도 주목되는 사안이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횡령·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2.14 leemario@newspim.com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14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와 안중현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전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 부사장은 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은닉교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와 안 사장이 증거인멸을 공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김 부사장의 혐의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김동중 피고인을 비롯한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관련 자료를 삭제하기로 한 사안"이라며 "피고인은 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원들에게 컴퓨터 서버에 저장된 파일과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에서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삭제하게 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의 수단과 방법, 관련자 수, 삭제·은닉된 자료의 양, 로직스의 경영지원센터장으로서 증거인멸을 사실상 총괄한 것으로 보이는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봤다.
김 전 대표와 김 부사장은 2016년 11월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당시 대표이사와 재무이사로 재직하면서 주식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 차액을 회사 자금으로 보전받아 각각 36억원, 1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본류사건인 '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1심 선고에서 이 회장과 김 전 대표, 김 부사장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해당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 거짓 공시 혐의 등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날 선고한 재판부와 같다. 본류사건을 무죄 판단한 데 이어 관련 사건도 동일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고자 2018년 5월 그룹 차원에서 벌인 조직적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이 2019년 5월 인천 연수구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공장 마루바닥에 은닉한 컴퓨터 서버와 하드디스크 등을 찾아낸 것이다. 이후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일부 관계자들에 대한 영장이 발부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이날 선고를 통해 김 부사장이 증거인멸에 가담한 사실이 인정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뢰 회복과 경영투명성 확보는 이뤄내지 못했다. 하지만 김 부사장의 항소 여부가 남아있고 아직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만큼 이와 별개로 사업 확장과 기업 가치 상승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을 당시에도 기술력 향상에 집중해 왔고 2020년 창사 9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 영업이익 2928억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 사이 1,2,3 공장에서는 의약품위탁생산(CMO)을 전담하며 바이오의약품 36만2000리터를 생산할 채비를 갖췄고 4공장 건설을 마무리 지었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김 부사장의 경우 향후 활동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지원센터장이자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데,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2022년 김 부사장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건에 대해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도 김 부사장을 사건의 핵심 실무 당사자로 지목하며 해임을 권고했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부사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2025년 3월 만료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사법리스크를 온전히 떨쳐냈다고 보긴 이르다. 검찰은 '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판단, 사실인정 및 법리 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항소했다. 2심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공시를 통해 김 전 사장과 김 부사장의 횡령 배임 혐의 무죄 선고에 대해 "향후 제반과정의 진행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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