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통해 탄원서 조작 부탁…담당검사, 수사 통해 밝혀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 '챗지피티(Chat GPT)'를 이용해 탄원서를 위조한 마약사범이 추가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김해경 부장검사)는 바이럴 마케팅업체를 운영하는 김모(32) 씨를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김씨가 챗지피티를 이용해 위조한 가짜 탄원서. [제공 = 서울중앙지검] |
앞서 김씨는 지난해 2월 필로폰을 2회 투약하고 임시마약류를 소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같은해 10월 법정구속됐다.
이후 김씨는 지인 A씨에게 Chat GPT를 이용해 '피고인이 고양시 체육회와 협력해 공익활동을 많이 했으니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조작하게 한 뒤 이를 전달받아 검찰에 제출했다. 이 탄원서는 고양시 체육회 팀장 명의로 만들어졌고, 체육회 팀장 이름 옆에 본인의 지문을 찍기도 했다.
이 사건을 맡은 정기훈 검사는 김씨가 제출한 탄원서를 검토하던 중 내용과 문체가 어색한 부분이 있어 문서 생성기 사용 여부를 의심하고 해당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탄원서에는 '헌신적 노력', '참된 위원장의 모습' 등 긍정적인 표현 일색이었으나 김씨가 실제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었다. 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당내 불미스러운 일조차 정의라는 명목으로 홀로 싸우기도 하고'라는 다소 생뚱맞은 내용이 기재돼 있기도 했다.
수사 결과 당시 김씨는 A씨에게 체육회 팀장의 명함을 주면서 Chat GPT에 '고양시 체육회, 공익활동, 당내경선문제해결' 등 키워드를 넣어 탄원서 생성을 부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대검찰청은 2022년 10월 전국 검찰청에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계약서·합의서·탄원서 등 증거자료의 진정성에 의심 정황이 있는 경우 그 진위를 철저히 확인하고, 범죄 정황이 발견되면 관련 재판이 종료된 이후에도 수사를 통해 엄정 대응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Chat GPT 등 생성형 AI 기술을 악용한 증거 조작, 허위·위조 문서나 영상물 제작·유포 등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본건은 실제로 형사 재판에 Chat GPT로 조작된 탄원서가 제출됐지만 담당검사의 치밀한 검토와 적극적인 수사로 가짜 탄원서임을 밝혀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검찰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계약서 등 증거자료나 합의서·탄원서 등 양형자료를 조작해 사안의 실체를 왜곡하고 형사사법절차의 기능을 해치는 범행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