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빙속 500m 대결 이상화 銀, 고다이라 金
고다이라, 눈물 보인 이상화 안고 위로 명장면 유명
조직위, 특별만남 추진 "둘의 우정 세계 청소년 귀감"
이상회 "다시 선수 된듯" 고다이라 "젊은선수 돕고파"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빙속 여제' 이상화(34)와 고다이라 나오(36)가 2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오발)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엔 경쟁자가 아닌 어린 후배들을 응원하는 선배로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둘에게 강릉 오발은 6년 전 숙명의 한일전을 치렀던 아련한 추억이 깃든 곳이다. 당시 이상화는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의 주인공은 고다이라였다. 세계 최고의 빙속 여제로 군림해오던 이상화는 경기를 마친 후 모든 부담감을 내려놓은 듯 눈물을 쏟았다. 자신의 최대 경쟁자이자 절친이었던 이상화를 안아주고 위로한 고다이라의 모습은 한국 스포츠 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다. IOC는 이 장면을 평창올림픽이 남긴 역사적 순간 15가지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레이스를 마친 후 이상화와 고다이라가 트랙을 돌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 [사진 = 이상화 SNS] |
고다이라는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는 기쁨을 뒤로하고 일본 관중들에게 조용히 해줄 것을 부탁하며 은메달에 그친 이상화를 배려했다. 둘은 나란히 각자의 국기를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며 국적을 초월한 우정과 스포츠맨십을 보였다.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은퇴 후에도 끈끈한 우정을 이어갔다. 둘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만났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해설위원과 선수로 재회했다. 당시 36세였던 고다이라는 전성기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17위에 그쳤다. 당시 해설을 하던 이상화는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야 한다"며 울먹여 화제를 낳았다.
이상화(왼쪽)와 고다이라는 빙속 단거리 경쟁자이자 절친으로 남다른 우정을 이어왔다. [사진 = 이상화 SNS] |
강원 2024 청소년올림픽 조직위는 두 선수의 경쟁과 우정이 청소년 선수들에게 최고의 귀감이 되기에 'IOC 롤모델(ARM) 취재 프로그램'을 통해 특별 만남을 추진했다.
이상화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은 "평창올림픽 때 기억이 떠오른다. 고다이라와 함께 서게 돼 다시 선수가 된 것 같다"며 "경기장에 도착해 경기를 준비하는 공간을 지나쳐왔는데 울컥했다. 고다이라를 보면 눈물을 흘릴 것 같아서 감정을 억누르고 왔다"고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롤모델 자격으로 강릉에 방문한 고다이라는 "이 경기장에 이상화와 함께 서게 돼 마치 다시 선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좋은 기분이다"라며 "상화와 함께 젊은 선수들을 돕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둘은 이날 열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를 나란히 관람했다. 한국의 정희단(16·선사고)이 39초 64의 기록으로 앙헬 달레만(네덜란드·39초28)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희단은 이상화와 김민선의 뒤를 이을 한국 여자 빙속의 차세대 기대주다.
정희단. [사진= Gangwon 2024] |
정희단은 "은메달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시상대에 오를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면서 "이상화 선수가 온 것을 알고있다. 경기를 직접 봐주시는 것만으로 큰 영광이고 행복했다"고 밝혔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