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의사회 "퇴근 의사 안 부르는 환경이 중요"
이세라 외과의사회장 "병원 호출 거부할 법적 근거 환영"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보건복지부는 의사의 음주진료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등 의료법 시행령을 검토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9일 "음주 행위로 인해 문제가 일어났을 때 처벌하는 기준을 세분화하고 강화하는 형태로 신설할 예정이다. 상반기 중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2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20대 의사 A씨가 음주 상태로 환자를 수술하다 서울 강동경찰서에 적발됐지만 입건되지 않은 것이 밝혀진 것에 따른 조치이다. 현행법상 음주 상태에서의 의료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에서는 섣부른 시행령 개정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측은 "근무시간이 아닌 의사가 응급 상황 속 의료 인력 부족 등 이유로 급하게 지원을 나온 경우 같은 특수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복지부의 시행령으로 인해 오히려 퇴근한 의사들이 정당하게 병원의 호출을 거절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은 "관련 규정 신설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일선 의료현장의 인력난 때문에 복지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 소식에 반발하고 있다. '음주 진료'가 생기는 이유는 부족한 필수의료 종사 의사 수에 따른 인력난에 의해 휴식 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회장은 음주 의사가 입건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논점은 근무시간이 아닌데 긴급한 상황에 호출을 받고 와서 일을 해야 하는 환경이냐 아니면 쉴 수 있는 환경인가에 있다"며 "이 문제를 복잡하게 얘기를 하니 국민들도 오해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을 하는 것도 의무이지만 쉬는 시간을 보장해주는 것도 의무이다. 쉴 때는 불려 나오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복지부의 시행령 검토 움직임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의 입원 전담 전문의가 부족하기 때문에 현재는 비교적 싸고 오랜 기간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모든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런데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니 이런 문제들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응급의학과는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에서도 이른바 '기피과'로 분류된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2024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 지원 결과, 응급의학과는 191명 모집에 152명이 지원, 79.6%의 지원율을 보였다. 2023년 85.2% 지원율이 비해 5.6% 포인트 하락한 수치이다.
반면 이번 복지부 시행령 검토를 환영한다는 의료계 의견도 나왔다. 퇴근한 의사들이 정당하게 진료를 거부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일종의 반어법이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은 "문제의 20대 의사가 퇴근한 상태였는지 근무 중이었는지를 언론 보도들이 명확히 기재하지 않았다. 근무 중이었다면 해당 의료기관에서의 복무규정 위반이다. 퇴근 중에 긴급한 상황으로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들어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긴급 호출된 의사가 음주 상태였다면 환자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환자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안내했으면 됐다. 이는 의료 윤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병원의 인력이 부족해서 쉬어야 할 의사를 호출해서 진료를 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행령이 시행된다면 퇴근해서 술 한 잔 마신 의사들은 정당하게 병원의 호출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