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대책 발표 이후 일주일…13개 시·도 매물 증가
고금리에 법 개정 미뤄질 경우 이자 부담에 매물 늘어날 것
"부동산 시장, 재건축 기대감보다 거래절벽 영향 더 크게 작용"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
1기 신도시와 노후주택 단지 위주로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기 떄문이다.
사업속도가 3년 이상 단축되면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지만 발표된 정책 가운데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들도 있는 만큼 당장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금리 역시 하반기까지 인하 가능성이 낮은 만큼 이자 부담을 버티기 힘든 급매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1·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당분간 전국적으로 매물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1·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당분간 전국적으로 매물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일대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핌DB ] |
◆ 1·10 대책 발표 이후 일주일…13개 시·도 매물 증가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도심 내 빠른 주택 공급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진입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 발표 이후 일주일가량 지났지만 오히려 전국적으로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노후단지 밀집 지역이나 1기 신도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지난 10일과 비교해 매물이 감소한 지역은 경기와 제주, 전북, 광주다. 이날 기준 경기 매물은 13만7333건으로 4.2% 감소했다. 제주는 1893건으로 0.9% 줄었으며 전북은 1만4240건, 광주는 2만 264건으로 각각 0.4%, 0.1% 감소했다.
경기도에 속하는 1기 신도시 가운데 고양시 일산과 안양시 평촌 역시 매물이 오히려 늘었다. 고양시 일산서구는 0.1% 늘었으며 안양시 평촌은 2.9% 증가했다.
노후 주택이 밀집된 서울 지역 역시 오히려 매물이 늘어났다. 이날 기준 서울 전체 매물은 7만6667건으로 지난 10일(7만5839건)과 비교해 1.1% 증가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초구가 2.9%로 가장 많이 늘었으며 ▲송파구(2.6%) ▲구로구(2.3%) ▲노원구(2.3%) ▲양천구(2.2%) 순이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매물이 줄어든 곳은 6개 자치구에 불과하다. 도봉구가 2240건에서 2202건으로 1.7% 줄었으며 ▲광진구(-1.1%) ▲강서구(-0.3%) ▲관악구(-0.3%) ▲용산구(-0.2%) ▲마포구(-0.2%)가 감소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로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지게 되면서 기대감은 올라갔지만 높은 공사비로 인한 분담금 부담에 집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절차가 간소화되면서 한층 속도가 붙을 수 있지만 높아진 공사비에 따라 재건축 분담금이 부담될 수 있다"면서 "실제로 분담금 문제로 공사가 멈추게 될 경우 절차가 간소화된다 하더라도 오히려 기존 재건축 사업 기간 보다 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법 개정까지 험난…"이자 부담에 매물 쏟아질수도"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급매물들 시장에 나오면서 매물 증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8차례 동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현 시점에서 앞으로 6개월 정도는 금리 인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집값 급등기 영끌족들이 몰렸던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을 위주로 매물들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오를경우 팔아서 대출을 갚을 수 있을텐데 지금은 다시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늦기전에 손해를 보더라도 팔려는 매물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 진단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재개발 노후 주택 비율 요건 완화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매물 증가 요인 중 하나다. 법 개정이 미뤄질수록 고금리 상황 지속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다음 달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법안 심사와 처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총선 이후 21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되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22대 국회에 법안을 다시 제출한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된다면 법 개정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은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에선 거래 절벽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급매물조차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물적체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