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이하 소액연체자 대상
상환 완료 시 연체정보 공유 제한
신용점수 상승 등 파급효과 기대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당국이 '상생금융'에 이어 '연체사면'까지 내놓은 가운데 당사자인 골목상권에서는 보다 실효성 높은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불경기를 이겨내기 위한 저금리 대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를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열린 민·당·정 정책협의회 결과에 따라 소액연체자 290만명에 대한 신용회복 절차를 본격적으로 이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금융위원회] |
이날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 지원을 위한 금융권과의 협약식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코로나 여파에 이어 고금리·고물가의 지속 등 예외적인 경제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위한 결정"이라며 "290만명이 넘는 연체자에게 우리 사회가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0만원 이하 성실상환자에 연체 정보 공유 제한
연체사면 대상은 2000만원 이하 소액연체자다. 2021년 9월 1일부터 2024년 1월 31일까지 발생한 연체를 오는 5월 31일까지 성실히 전액 상환하면 신용정보회사간의 연체 이력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신용평가에도 활용하지 않는다.
연체 이력이 남을 경우 대출을 받기 어렵고 받는다고 해도 금리나 한도 등에 불이익이 발생한다. 따라서 연체 이력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대출 가능성이 높아짐은 물론, 신용점수 상승에 따른 카드발급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2013년과 2021년에도 연체사면을 실시한 바 있다. IMF와 코로나로 인한 금융취약계층의 신용불량 사태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현재 당국은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대상은 최대 290만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중 250만명은 이미 채무 상환을 완료한 상태다. 나머지 40만명은 오는 5월 31일까지 성실 상환을 완료하면 연체사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상환을 완료한 250만명은 이번 조치로 신용점수가 평균 39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15만명은 카드발급 기준까지 신용점수 회복을 가능할 것"이라며 "25만명 이상이 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저금리 대출 확대 요구에 "가계대출 증가 위험"
2조원 규모 '상생금융'에 이어 연체사면까지 발표되자 골목상권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건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12월에도 금융당국은 4% 초과 고금리 이자납부액에 대해 최대 300만원까지 환급하는 정책을 발표한바 있다.
다만 실효성 여부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서민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연체자, 그것도 소액 연체자에 대한 정보말소 만으로는 골목상권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언발에 오줌누기', '총선용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금은 연체기록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대출 자체가 어렵다. 금리가 워낙 높고 은행들도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 엄청난 지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지난번에도 그렇고 돈을 열심히 갚은 사람들은 오히려 역차별 아닌가라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골목상권에서는 저금리 대출 확대 등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정부 방침이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필요한 돈을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물가를 잡을 수 없다면 당장 우리들이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오랜 기간 차근차근 갚을 수 있록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부분별한 저금리 대출 확대는 가계부채 확대로 인한 추가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저금리 대출 확대 여부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정상적 경제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금융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으로 이번 조치도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앞선 두 차례의 연체사면도 채무상환 '도덕적 해이'보다는 신용회복 효과가 컸다. 다양한 추가 지원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